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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재단 기획공연

평화와 화해의 시대, 두 거장의 만남

제3기 경남문화기자단 윤종승

시대와 권력에 울림을 주는 예술

조국을 잃고, 조국이 갈라진 비운의 시대에 경계인의 삶을 산 두 거장이 평화와 화해를 노래하는 오늘 다시 만났다. 두 거장은 식민지, 전쟁, 분단의 암울한 한반도 현대사를 견뎌내었다. 폭력과 권력의 구분이 희미하던 시대인 만큼 권력의 유혹도 그 만큼 달콤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두 거장은 권력의 호위를 얻어 안락함과 명예를 구하지 않았다. 권력과 시대와 절연하고 도피하지도 않았다. 두 거장은 예술 그 자체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예술이 가진 메시지의 힘을 권력, 사회, 대중에 던졌다. 독립적이면서도 존엄한 예술가의 영혼을 지키면서 시대와 권력에 울림을 주는 예술을 지향했다.

두 거장도 함께 부르기를 그토록 소망했을 평화, 화합, 번영의 한반도를 노래하는 오늘, 윤이상, 정율성 두 거장을 만나러 통영국제음악당을 찾았다.

통영국제음악당 전경

한반도가 공유한 정서

통영국제음악당을 찾은 날은 그 어느 때보다 화창했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은 수려한 한려수도의 해안선과 보석처럼 빛나는 섬들로 눈부셨다. 사실 근래, 화창한 날씨는 비단 통영에 그치지 않았다. 평화의 불빛을 전 세계에 밝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연 이은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전체가 ‘맑음’의 나날이었다. 견고하게만 보였던 분단의 장벽에 금이 가고, 한 줄기 평화의 빛이 비출 기대에 찬 전망이 한반도에 부풀었다. 이렇게 한반도 평화번영을 노래하는 시기에 윤이상, 정율성 두 거장의 만남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찾아 한껏 가슴이 벅찼다.

서양악기들로 연주되었지만 두 거장의 곡은 서양음악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네 판소리와 타령에 담겨 있을 만한 민족적 정서가 더 강하게 와 닿았다. 두 거장이 만든 음악의 외피는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펫으로 연주한 서양의 교향악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영혼과 정서는 수천 년 동안 한반도가 공유한 울림이었다. 비록 공간은 달랐지만, 식민지 지배와 민족상잔, 분단의 시대를 함께 겪었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었던 두 거장의 메시지가 선율을 타고,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관객들은 두 거장이 관통한 시대, 그리고 그 시대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진 오늘을 상기하면서 곡에 빠져들었다.

디스커버리 시리즈 윤이상 정율성 두 거장의 만남 공연 포스터

예술의 힘으로 암흑을 밝히다

두 거장의 만남은 한 시대의 종결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선언하는 메시지를 주었다. 20세기 한반도는 여러모로 ‘분단’의 시대를 사회구성원에게 강요했다. 식민지권력은 통치에 협조하는 피식민자와 통치에 저항하는 피식민자를 가르고, 통치에 순응하지 않는 자는 잔혹하게 탄압했다. 한반도 분단은 남과 북의 체제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것을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강요했고, 어느 한 체제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는 구성원은 식민지권력 이상으로 처벌했다. 남과 북의 권력은 통치에 균열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에 저항하는 세력은 잔혹하리만큼 철저하게 탄압했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유년시절을 지낸 윤이상과 전남 광주 출신의 정율성은 이러한 ‘야만’의 시대를 온전히 견뎌내었다. 권력이 가져다 줄 안락함과 명예에 혹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권력과 시대에 눈 감고 도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예술이 갖는 메시지의 힘으로 어둠의 시대에 한 줌의 희망을 비추려 했다. 암흑의 시대에서 예술을 통해서, 사람들이 아픔을 공유하고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한 줄기 빛을 제시하고자 했다.

두 거장이 예술과 음악을 통해 한반도에 비추고자 했던 메시지는 오늘까지도 큰 울림으로 사람들의 정서를 파고든다. 특히, 이 날 행사에는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해 영호남을 대표하는 내·외빈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비뚤어진 지역감정으로 소모적인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영호남이 어제까지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화합의 새 시대를 여는 선언적인 메시지를 던지었다.

평화와 화합의 시대, 두 거장의 만남

두 거장의 만남 자체가 평화와 화합의 새 시대를 한반도에 사는 후손들에 알리는 울림 큰 메시지이다. 20세기 한반도를 짓누르던 분단과 반목, 독재의 어두운 과거와 완전히 절연하고, 평화와 화합, 번영을 노래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라는 메시지이다. 사랑하는 조국과 통영 땅에서 사후에서야 영원한 안락을 찾으신 윤이상 선생, 그토록 사랑하고 되찾고 싶었던 조국이지만 그 해방된 조국에서마저 추방되었던 정율성 선생. 두 거장은 그토록 되찾고 싶어 하던 조국에 의해 추방된 아픔을 공유했다.

하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암흑의 시대 한반도를 살던 수많은 이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다. 이제, 우리가 두 거장이 안아야만 했던 아픔과 상처를 화합과 평화번영의 한반도로 치유해 주어야 할 때이다.

윤이상 선생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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