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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기 경남문화기자단 조성우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연극 ‘나르는 원더우먼’이 경남대표로써 대한민국 연극제 경연에 참여했다. 지난 6월 19일 극단 예도의 창작연극으로써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 공연을 했으며 이후 대한민국 연극제 금상을 받았다. 17세 이상 관람가로 상영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었다. 연극은 7,80년대 부산에서 버스차장으로 일하는 주인공 1명을 포함한 4명의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또 나이 든 시절의 주인공 배역이 있으며 피아노 선율 속에서 내레이션을 통해 극을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총 출연 배우는 약 15명이며 연출은 이선우, 작가는 이선경이 맡았다. 버스회사에서 일하는 이야기인 만큼 무대 중앙에 버스를 설치해 무대장치로 활용했다.
중학생 버스요금이 25원, 짜장면 4그릇이 800원 하던 시절 주인공 희숙은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다 부산에서 커다란 버스 회사가 생기며 여차장들을 모집한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부산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3명의 또래 여차장들을 만나 같이 생활하며 슬픔과 행복을 나눈다. 희숙은 버스 여차장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즐겁게 일하지만 고된 노동시간과 부당한 임금, 그리고 버스 요금을 ‘삥땅’ 쳤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혼이 나기 일쑤였다. 동료 여차장들 또한 상급자들에게 폭행, 성폭력을 당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이에 가장 연장자인 경자를 통해 시위를 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려 하지만 회사의 폭력 앞에 모두 상처 입고 만다. 서로를 위로하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지만 결국 기숙사에 불이 나고 삥땅을 치는 여차장들을 단속하기 위한 쇠창살 때문에 희숙을 제외한 동료들은 모두 죽고 만다.
공연 후 무대인사 모습
이처럼 연극은 7, 80년대 산업화가 한창 진행하던 시절 가난한 집안에서 여자로 태어난 희숙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극은 노동착취, 성추행 및 성폭행, 인권침해 등 당시의 시대상을 빌려 사회문제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연극을 준비한 극단 예도는 이러한 문제들을 표현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고민하고 준비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에서 유사한 문제들이 터지며 연극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김진홍 대표는 “현대 사회 상황과 상관없이 계획했던 데로 가자고 결심을 했다”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연극을 진행해 완성했다고 한다. 따라서 나르는 원더우먼은 7, 80년대 추억의 이야기 아니다. 당시 시대상의 빌려 현대의 사회 문제들을 꼬집는 것이다. 노동착취는 갑질 문화로 바뀌었고 성추행, 성폭행은 미투 운동으로 그 속이 드러났다. 어쩌면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본질적인 문제들이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우리는 한 세대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 문제들을 겪으며 슬픔을 마주하고 있다. 나르는 원더우먼은 중년의 희숙의 모습을 통해 이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희숙 본인의 잘못은 전혀 없지만, 관객들에게 그녀는 슬픔을 나르는 원더우먼이 된 것이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버스
연극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당연히 무대 중앙에 설치된 버스였다. 버스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회전을 하거나 움직이면서 여차장들의 기숙사가 되기도 하고 희숙의 방이 되기도 한다. 효율적이면서 매우 기술적인 무대장치였다. 김진홍 대표는 “애초에 돌아가게 만들려고 구상한 것은 아니다. 독일에 있는 무대 디자인 단원과 연락을 하며 어떻게 하면 버스와 기숙사들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하다가 효율적인 공간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디자인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공연에서 버스는 기숙사의 역할을 하고 회전하기도 하며 심지어 굴러가기까지 한다. 또 눈에 띄는 장치 중 하나는 피아노 연주와 그 위에 깔리는 내레이션이었다. 중년 희숙의 역할을 맡은 진애숙 배우는 신예진 단원의 피아노 연주 위에서 잔잔한 내레이션을 통해 극을 이끌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게 되면 관객들은 내레이션에 자신도 모르게 집중할 정도였다.
나르는 원더우먼은 경남 연극제에서 대상을 받고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 김진홍 대표는 “일종의 예선전인 경남 연극제에서 수상하고 올라왔다. 당시에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고 뜻밖의 수상을 하게 됐다. 이번도 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연극에 임하는 극단 예도의 자세를 알 수 있었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16개 팀이 참가한 경연에서 경남의 대표 연극이 전국 대표 연극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나르는 원더우먼은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는 연극이 아니다. 보여주고 물어보는 연극이다. ‘이런 상황과 문제들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객들에게 메시지 대신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올 때 눈물이 흐르는 관객들이 있었다.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그들은 각자 원더우먼에게서 어떤 물음을 받았을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일 것이다. 하지만 자리를 나서는 그들 모두는 이제 나르는 원더우먼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