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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3 발행월 : 202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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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로컬의 재발견]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다! 문화공간으로 돌아온 경남의 옛 학교 - 하동 ‘김양의 비밀정원’ VS 창원 ‘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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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83 / 26-08-24 글 김보배 사진 백동민・하동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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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문을 닫거나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품고 있다.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과 수업이 이어지던 교실, 오래된 복도에는 졸업생과 마을 주민들의 기억이 차곡차곡 남는다. 그렇다면 더 이상 학교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을 수 있을까. 하동의 옛 김양분교는 정원과 카페, 책과 음악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고, 창원의 옛 창북중학교 부지에는 경남교육의 역사를 보존하고 체험하는 기록원이 들어섰다. 학교로서의 쓰임을 다해 방치됐던 공간이 누구나 찾아와 머물고 경험할 수 있는 일상 속 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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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책, 음악이 머무는 학교 - 하동 김양의 비밀정원

하동군 금남면에 자리한 ‘김양의 비밀정원’에 들어서면 학교에 왔다는 익숙함과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는 설렘이 함께 찾아온다. 운동장과 교실은 옛 모습을 완전히 지우는 대신, 그 안에 정원과 카페, 만화도서관, 음악 감상실을 채워 넣었다. 수업을 듣던 학교는 이제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천천히 머무는 문화·휴식 공간이 됐다. 이곳은 옛 노량초등학교 김양분교였다. 1909년 사립 현산학교로 출발해 2007년 진교초등학교로 통폐합되기까지 98년 동안 지역의 교육 공간으로 사용됐다. 폐교 이후에도 졸업생과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학교는 2023년부터 진행된 문화 공간 조성사업을 거쳐 2026년 4월 ‘김양의 비밀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과거의 교실을 박제된 전시물로 남겨두기보다, 주민과 여행객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생활 속 공간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교실에 앉아 만화책을 펼쳐도 좋고,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쉬어도 좋다. 정원을 산책하거나 카페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김양’이라는 이름 역시 이곳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김양분교가 지닌 기억을 이어가면서도, ‘비밀정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더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래된 학교의 흔적과 새로 조성된 문화공간이 포개지며, 졸업생에게는 추억을 만나는 장소가 되고 처음 찾은 방문객에게는 하동의 새로운 쉼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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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꺼내 오늘과 만나는 학교 - 창원 경상남도교육청 기록원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는 학교의 시간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는 공간이 있다. 옛 창북중학교 건물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 경상남도교육청 기록원이다. 기록원이라고 하면 흔히 오래된 문서를 쌓아두는 보관소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곳은 학교의 공식 기록 뿐 아니라 교실에서 웃고 배우던 학생들의 모습, 더 나은 수업을 고민했던 교사들의 노력,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과정까지 경남교육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한다. 낡은 졸업앨범과 학생의 일기장, 필기 공책, 옛 교복과 사진, 편지와 상장처럼 누군가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물건도 소중한 교육유산이 되는 것이다. 졸업앨범 한 권에는 당시 교실의 풍경과 친구들의 웃음이 담겨 있고, 일기장에는 시험을 앞둔 걱정과 소풍을 기다리던 설렘이 남아 있다. 이런 것들이 한 사람에게는 평범한 추억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시대의 교육과 생활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되는 것이다. 기록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오래 발걸음을 멈추는 곳도 그런 추억이 묻어나는 사진 앞이다. 한 교실에 학생들이 빼곡하게 앉아 수업을 듣는 모습, 지금은 보기 어려운 나무 책걸상과 학습교구, 소풍지에서 찍은 단체사진에는 당시의 학교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같은 사진을 보면서도 세대의 반응은 다르다. 부모는 “우리 때도 이랬어”라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예전 학교는 정말 이랬어요?”라며 신기해한다. 기록은 오래된 자료를 넘어 서로 다른 세대가 추억을 꺼내고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기록원에서는 경남교육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상설·기획전시와 기관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영 중이다. 견학에 참여하면 전시실뿐 아니라 평소 접하기 어려운 기록 보존서고와 복원·보존 시설을 둘러보며 한 장의 기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미래로 전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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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다음 시간을 만드는 법

김양의 비밀정원이 정원과 카페, 책과 음악을 통해 느긋하게 머무는 공간이라면, 기록원은 전시와 체험을 통해 경남교육의 시간을 발견하는 공간이다. 결국 두 곳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열린 문’이었다. 학생과 교사만 오가던 학교가 이제는 아이와 어른, 주민과 여행객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장소가 됐다. 가족과 함께 전시를 둘러보거나, 혼자 책을 읽고 정원을 거닐어도 좋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편안하게 들어설 수 있을 때, 옛 학교는 비로소 지역의 생활문화 공간이 된다. 학교 건물의 쓰임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배우는 일은 계속된다. 한쪽에서는 정원을 거닐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래된 기록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학교 이야기를 나눈다. 칠판 앞 수업은 끝났지만 학교가 지역에 건네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의 일상이 내일의 기록이 되듯, 경남의 옛 학교들은 지금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음 시간을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