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로컬의 재발견] 달리는 여행, 경남의 산과 바다를 만나다 - 남해 RUN TO SEA vs 거제 10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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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81 / 26-06-30 글 김보배 사진 NAMHAE 250K•거제 블루트레일본문
달리기를 여행처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심의 평탄한 길을 벗어나 숲길과 능선, 해안길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은 지역을 만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됐다. 차로 지나가면 스쳐버릴 마을 길,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달린 뒤에야 온전히 느껴지는 해변의 공기까지. 러닝화 한 켤레를 신고 나서면 익숙한 여행지도 조금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최근 남해와 거제도 트레일러닝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바로 남해 RUN TO SEA 프로젝트와 거제100K 프로젝트. 두 지역 모두 산과 바다를 품고 있지만, 달리는 길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남해가 바다로 돌아오는 회복의 여행에 가깝다면, 거제는 산줄기와 해안을 넘나드는 도전의 여행에 가깝다. 바다를 향해 달리는 남해, 섬의 능선을 넘는 거제. 경남의 두 트레일러닝 여행지를 나란히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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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출발해 바다로 돌아오는 길, 남해 RUN TO SEA
남해는 트레일러닝 초심자를 맞이하기 좋은 지역이다. 해안선을 따라 마을이 이어지고, 산이 높지 않아 조금만 고도를 올려도 남해 특유의 다도해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달리다 보면 길은 어느새 숲으로 들어가고, 숲을 지나면 다시 바다가 열린다. 남해의 트레일러닝은 그 반복 속에서 힘을 얻는다. 최근 2026 남해 250K 대회 <RUN TO SEA>가 열렸다. 이 프로젝트에는 달리고, 바다를 만나고, 회복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록 경쟁보다는 자연 속에서 몸의 감각을 깨우고 마음의 리듬을 되찾는 데 무게를 둔다. 남해의 산과 바다, 숲을 달리며 참가자에게는 도전과 회복의 경험을, 지역에는 체류형 아웃도어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0K 코스는 송정 솔바람해수욕장을 출발해 천하마을 전망대와 가마봉을 지나 다시 해변으로 돌아온다. 거리가 길지 않아 트레일러닝 입문자도 남해의 해안 산악 지형을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다. 20K 코스는 천하마을 전망대, 편백자연휴양림, 가마봉, 망산 봉수대를 거쳐 다시 송정 솔바람해수욕장으로 돌아오는 여정으로 조금 더 도전적이다. 보급소와 피니시 지점에는 남해 새우멸치 주먹밥, 고기마늘, 남해 유자 소금젤리, 남해식 팜프라 냉면 등이 준비된다. 길 위에서 지역의 풍경을 만나고, 결승점에서는 지역의 맛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셈이다. 남해 트레일러닝은 바다에서 출발해 바다로 돌아온다. 해변의 아침 햇살과 함께 출발한 발걸음은 마을길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고, 편백숲의 그늘을 지나 능선으로 오른다. 숨이 가빠질 때쯤 남해의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달리는 동안 바다는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고, 숲은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 완주 후 해변에 앉아 신발 끈을 풀 때, 길은 여행자에게 조용히 말한다. 오늘은 이만큼 달렸으니, 이제 조금 쉬어가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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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능선과 해안 길을 잇는 파노라마 코스, 거제100K
거제의 트레일러닝은 남해보다 스케일이 크다. 거제는 섬이지만, 그 안에는 만만치 않은 산줄기와 굴곡진 해안이 촘촘히 이어져 있다. 산에 오르면 바다가 보이고, 바다 쪽으로 내려서면 다시 산길이 기다린다. 그래서 거제 트레일러닝은 한 두 곳 명소를 지나는 일이 아니라, 섬의 지형을 길게 통과하는 여정이다. 거제100K는 P100, P62, P37, P27, P15까지 모두 5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종목명에 붙은 P는 ‘파노라마’를 뜻한다. 거제 파노라마케이블카에서 진행되는 행사라는 의미와 함께, 코스 곳곳에서 산과 바다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긴 P100 코스는 거제의 산과 바다를 크게 엮는다. 거제 11대 명산 가운데 노자산, 가라산, 망산, 선자산, 옥녀봉, 북병산 등 6개 봉우리를 통과하고, 바다 코스로는 가시바꾸미, 지세포, 공곶이, 와현해수욕장, 구조라해수욕장 등을 지난다. 산을 넘으면 해안이 나오고, 해안을 지나면 다시 능선이 이어진다. 거제라는 섬이 가진 얼굴을 가장 넓게 만나는 길이다.
P100의 일부 구간을 줄인 P62, P37, P27이 있고, P15는 노자산을 경유하면서 비교적 완만한 임도길을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반 시민들도 도전할 수 있는 코스로 올해는 슬로우조깅팀 30명이 함께해 기록보다 건강하게 즐기는 트레일러닝 문화를 전파하고자 했다. 또 대만 선수 20명을 포함해 60여 명의 외국 선수가 참가하며 거제 트레일러닝에 대한 관심도 높였다. 거제의 길은 러너에게 조금 더 긴 호흡을 요구한다. 오르막에서는 속도를 내려야 하고, 능선에서는 바람을 견뎌야 하며, 해안으로 내려서면 다시 길의 리듬을 바꿔야 한다. 대신 그만큼 확실한 보상도 따라온다. 산과 바다가 번갈아 열리고, 어느 순간에는 둘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한 편의 파노라마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남해가 달린 뒤 쉬어가고 싶은 곳이라면, 거제는 달리며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곳이다. 짧게는 15km, 길게는 100km. 거제의 트레일러닝은 각자의 체력과 경험에 따라 다른 문을 열어둔다. 초보자는 노자산 임도에서 시작할 수 있고, 숙련된 러너는 섬의 산줄기와 해안길을 길게 이어 달릴 수 있다. 거제는 그렇게 여행자에게 조금 더 넓은 지도를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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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닝은 단지 몇 km를 달렸는지 만으로 기억되는 레포츠가 아니다. 길을 따라 지역의 지형을 읽고, 마을과 숲과 바다를 자기 속도로 지나가는 여행이 되고 있다. 창밖으로 보던 풍경은 발끝의 길이 되고, 지도 위의 지명은 숨이 차오르는 순간마다 몸에 남는다. 달리는 여행은 그렇게 로컬을 조금 더 가까이 만나는 일이다. 남해의 바다와 거제의 능선 사이, 경남의 길은 지금 러너들의 다음 여행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