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로컬의 재발견] 여행, 예술과 체험을 한번에! 봄날 경남 로컬 여행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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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9 / 26-04-23 글 김보배 사진 남해관광문화재단·숲속의언니들본문
풍경만 보고 돌아오는 여행은 오래 남지 않는다. 대신 그곳의 하루를 살아본 여행은 몸에 기억처럼 남는다. 밥 짓는 냄새, 손끝에 묻은 흙, 카메라 셔터가 닫히는 순간의 바람, 그리고 처음 만난 로컬 운영자와 나눈 짧은 안부까지. 경남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여행자를 머물게 하는 두 가지 로컬 체험 여행이 있다. 할머니의 밥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체류형 먹케이션 여행, 함양군 〈고마워, 할매〉와 공방과 갤러리, 바다를 넘나들며 감각을 깨우는 소규모 로컬 체험 여행, 남해군의 〈남해로 다이브〉다. 잘 먹고 잘 쉬는 여행 vs 만들고 기록하는 여행. 이번 4월, 당신의 취향은 어디에 더 가까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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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아보는’ 여행, 함양군 〈고마워, 할매〉
함양의 봄은 체크인보다 먼저 마음을 풀어놓게 한다. 삼휴마을 안 게스트하우스 ‘꿈꾸랑’에 짐을 푸는 순간부터 여행은 단순 숙박이 아닌 지역살이 체험으로 바뀐다. 2인실과 4인실, 공용 거실과 주방으로 구성된 공간은 혼자 온 여행자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섞이게 만든다. 첫 번째 하이라이트는 봄나물 김밥과 소풍 프로그램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향긋한 봄나물을 직접 다듬어 김밥을 말고 오미자 음료를 곁들여 꽃밭으로 소풍을 나선다. 단순한 쿠킹 클래스가 아니라 함양의 계절을 식탁 위로 가져오는 체험이다. 할머니 손맛이 담긴 나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싸는 도시락, 소풍 돗자리 위로 번지는 햇살까지 모두가 여행의 장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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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면 분위기는 더 깊어진다. 논과 밭이 펼쳐진 들판 앞에서 열리는 논밭 영화제는 이 프로그램의 백미다. 등받이 의자와 담요, 수제 부각과 팝콘, 맥주 또는 음료가 함께 준비되고, ‘봄·시골·음식·우정’ 같은 키워드를 담은 짧은 영화가 상영된다. 도시에서는 미처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들판 앞에서는 조금 더 쉽게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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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시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맞이한 다음 날 아침, 여행의 마지막은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완성된다. 바로 ‘할매밥상’이다. 텃밭에서 난 제철 식재료와 직접 담근 된장으로 차린 조식은 이 여행의 핵심 경험. 단순히 맛있는 한 끼가 아니라, 누군가의 정성과 계절의 시간을 먹는 느낌에 가깝다. 뒤이어 오미자차와 핸드드립 커피를 곁들이는 차담 시간까지 이어지며 여행자들은 천천히 함양의 아침을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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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남기는 여행, 남해군 〈남해로 다이브〉
남해의 여행은 손끝의 기억에 남는다. 사진 한 장, 캔들 하나, 소금빵 한 봉지, 스케치북에 남은 흔적이 여행의 기억을 붙잡는다. ‘남해로 다이브’는 남해관광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로컬 체험 여행 프로그램으로, 남해 곳곳의 공방과 책방, 갤러리, 청년 창작 공간을 여행 동선 안으로 연결해 지역의 매력을 보다 깊이 경험하도록 기획됐다. 단순히 보고 지나치는 관광이 아니라 지역 운영자와 공간, 이야기를 직접 만나며 남해의 하루를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전문 사진작가와 함께하는 여행 스냅 촬영이다. 작가가 알고 있는 남해의 숨은 포토 스팟에서 여행자의 하루를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남해 바다와 골목, 햇살 좋은 언덕길이 한 편의 화보처럼 남는다. 만약 남해의 시간을 사진으로만 남기는 게 아쉽다면, 자연 드로잉 클래스를 추천한다. 실제 화가와 함께 남해 자연을 바라보고 선과 색으로 기록하는 프로그램은 풍경을 보는 여행에서 표현하는 여행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다. 그 외 소금빵 만들기나 디저트 캔들 만들기도 인기다. 공방 겸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마시며 달콤한 디저트 모양의 캔들을 직접 만드는 체험으로, 여행의 기억을 향기로 저장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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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남해다운 감성을 가장 잘 살린 건 ‘씨 사운드 워킹’ 프로그램이다. 바다의 풍경을 눈으로만 보는 대신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멀리 들려오는 일상의 소음을 듣고 기록하는 프로그램으로, 남해의 바다를 청각 중심으로 경험하게 한다. 5월과 9월, 10월에 격주로 운영돼 계절마다 다른 소리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소금빵 원데이 클래스, 도자기 클래스, 책방 손작업 클래스까지 남해의 하루는 선택하는 재미가 풍성하다. 공간마다 다른 운영자의 취향과 로컬 감성이 묻어나기 때문에 취향 따라 여행 동선을 짜는 재미도 쏠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