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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9 발행월 : 202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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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토크 [이슈 진단] AI 시대, 예술 생태계의 변화와 도전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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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9 / 26-04-23 글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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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거대한 전환점으로 등장했다. 과거의 기술이 예술가의 표현을 돕는 보조적 수단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학습하고 때로는 인간을 추월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사회 전 영역의 근간을 재구성하는 혁신의 힘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유수한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사건은 예술 창작이 인간 예술가만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전통적 믿음에 거센 질문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과 소유권 문제, 데이터의 편향성 등 이전에는 논의되지 못했던 새로운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AI와 예술의 만남을 단순한 ‘현상’으로 바라보는 수준을 넘어, 변화하는 생태계의 역동성을 이해하고 AI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AI를 활용하고 있는 예술 생태계는 주체, 도구, 객체 등 모든 구성 요소에서 복잡한 상호작용과 변화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 예술 생태계에서 주체는 예술가나 기획자에 한정되었으나 이제는 AI가 창작의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도구 역시 붓이나 악기 같은 물리적 형태를 넘어 AI 기술과 알고리즘의 핵심 자원인 학습 데이터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또 기존에는 완성된 작품만을 객체로 보았으나, AI 환경에서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연구, 실험, 수많은 시도 등 과정 자체를 중요한 산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예술기관 중심이었던 커뮤니티에 IT 기업, 플랫폼 사업자, 기술 전문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권력 지형과 위계가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술과 기술이라는 이질적인 전문성이 어떻게 조율되고 분업화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장르적 관점에서 볼 때도 시각예술은 아이디어 도출부터 완성까지 AI가 전 과정에 침투하며 급진적으로 수용되는 반면, 공연예술은 실연의 현장성과 저항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도입 양상을 보인다. 이렇듯, AI의 등장은 결국 변화하는 예술생태계의 지속가능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예술정책의 아이디어와 획기적인 지원 전략 수립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정책 수립의 주체인 중앙 정부와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 지원기관은 다음과 같은 도전과제에 대해 충분한 고려와 새로운 정책 기획에 신속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첫째, 데이터 개방성과 정당한 보상 체계의 확립이다. AI 창작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예술 데이터 축적은 필수적이다. 정부는 데이터 사용에 대한 명확한 저작권 보상 기준과 경제적·비경제적 보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특히 국공립예술기관이 선제적으로 작품 데이터를 AI-예술 활동에 활용할 수 있게끔 개방, 개발, 표준화, 조정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기술과 예술을 통합하는 하이브리드 인재 양성이다. 특히 예술 대학에서 단순한 AI 툴 사용법을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예비 예술가들이 AI-예술 담론을 주도할 수 있는 리터러시 교육이 전공 불문 도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술대학은 전통적 교육 방식에서 탈피하여 창작, 기획, 매개를 아우르는 융합형 교육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셋째, 매개기관과 매개인력의 전문성 강화이다. 예술 현장과 AI 기술 사이의 소통을 돕는 매개 역할은 이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부족한 기술적 이해도를 갖춘 매개인력을 다방면으로 양성하고, 매개기관이 정부 주도성을 벗어나 민·관 거버넌스의 중심축으로서 정책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과정 중심의 획기적인 지원 체계 전환이다. 단기적인 성과와 결과물 중심의 현행 지원 방식은 AI 예술의 실험적 접근을 제한한다. 그러므로 실패를 포용하는 과정 중심적 지원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최소 3~5년 이상의 중장기 프로젝트 지원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여 예술가들이 충분히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AI-예술 융복합 전용 국립 시설 건립이다. 창·제작, 연구실험, 교육, 전시 및 실연 유통이 한곳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전용 인프라는 AI-예술의 집약적인 활동과 그에 따른 혁신적 예술 환경 구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해당 시설에는 국가 차원의 AI 예술 데이터 센터 기능을 포함하여 고품질 데이터를 수집·가공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선도하는 혁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예술 정책은 단순히 기술의 도입을 장려하거나 규제하는 단편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예술가들이 AI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주체성을 잃지 않고 항해하며 새로운 창의성의 영토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심리적 안전망을 동시에 구축하는 든든한 토양이 되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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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