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주목! 청년] 흩어지는 생각을 모아 만드는 나라는 세계 - 메모먼트 이현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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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82 / 26-07-31 글 신혜원 사진 백동민본문
우리는 지금 ‘대기록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도 우리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는 빠르게 올라오는 수많은 피드와 ‘좋아요’ 속에 파묻혀 길을 잃어가고 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춘 기록이 아닌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기록은 어떻게 가능할까. 경남 창원에 자리한 콘테크(콘텐츠+기술) 스타트업 ‘메모먼트(memoment)’의 이현화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독서’와 ‘기술’의 결합에서 찾았다. 흩어지는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개인의 고유한 지적 자산으로 만들고, 나아가 ‘가장 나다운 AI’를 꿈꾸는 사람. 기술의 최전선에서 가장 인간적인 행위인 ‘기록’의 본질을 묻고 있는 이현화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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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를 기록하다
패션 기획자로 7~8년을 일하며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좇던 이 대표에게 기록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삶이 잠시 멈춰 섰을 때였다. 건강 문제로 고향인 마산으로 돌아와 책과 그림에 빠져 지냈고, 이후 코로나19라는 혼란 속에서 출산 기간을 보내며 그의 유일한 낙은 도서 택배를 받아 읽고 SNS에 밑줄 친 문장을 올리는 일이었다. SNS를 통한 소통으로 마음의 위안을 찾았던 것도 잠시, 어느 순간 피로감이 몰려왔다. “좋아요는 늘어가는데, 점점 저만의 솔직한 생각을 기록하기가 힘들더군요. 어느새 ‘인기 릴스’ 같은 틀에 맞춰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때, 그는 한 권의 책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감정과 질문들을 온전히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메모먼트다. 백지에 글을 쓰라고 하면 막막하지만 좋아하는 책이나 주인공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쓸거리는 넘쳐나는 법. 메모먼트는 이처럼 ‘세상에 나와 있는 콘텐츠’에 ‘나의 생각’을 결합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책을 몇 권, 몇 페이지 읽었는지 보여주는 캘린더나 통계 기능보다 ‘내 생각 한 줄 남기기’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는 이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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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처럼 터져 나오는 기록,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잇다
“저는 메모를 ‘기침’에 비유하곤 해요. 도저히 참기 어려운, 시원하게 표현해야만 하는 본능 같은 것이죠.” 종이책과 손글씨의 감성을 사랑하는 이 대표는 기술이 사람의 습관을 억지로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메모먼트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사진 메모’ 역시 유저의 행동에서 출발했다. 책의 인쇄된 문장이나 여백에 적어 둔 손글씨를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디지털 텍스트와 키워드로 변환해 주는 이 기능은 아날로그의 독서 경험을 휘발시키지 않고 개인의 데이터로 남기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다.
데이터의 바다 경남, 콘텐츠 AI의 중심지를 꿈꾸다
수도권에 집중된 콘텐츠 산업의 현실 속에서도 그는 고향인 경남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많은 이들이 지리적 한계를 우려하지만 이 대표의 시선은 달랐다. 제조업이 강한 경남의 압도적인 인프라는 곧 미래의 강력한 ‘데이터 자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남의 도서관과 학교에서 매일 엄청난 양의 활동 데이터가 만들어지지만 대부분 휘발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풍부한 역사, 문화, 예술 자산과 개인의 경험 데이터를 제대로 모으고 연결한다면, 경남은 콘텐츠 AI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인력 문제 역시 지역 청년들의 ‘근성’과 ‘성장 잠재력’에서 답을 찾고 있다. 완성된 인재를 찾기보다 신입을 제대로 키워내는 구조를 고민하고, ‘경남 콘텐츠 스타트업 포럼’을 통해 지역 기업들과 연대하며 든든한 생태계를 다져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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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다운 AI’, 모두가 창작자가 되는 세상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생성형 AI 시대, 이 대표가 메모먼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바로 축적된 기록을 바탕으로 한 ‘가장 나다운 AI’의 구축이다.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범용적인 답변은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꾸준한 기록을 학습해 내 의도를 ‘찰떡같이’ 알아주는 AI는 다릅니다. 영화처럼 나를 이해하고, 내가 잊고 있던 생각의 조각들을 이끌어내어 나다운 창작을 돕는 대체 불가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완벽하게 짜인 브랜드보다 결핍과 서사를 가진 인간적인 매력에 열광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일상에서 부대끼며 느낀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경쟁력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각자의 삶 속에 무수한 이야기보따리를 품고 있는 창작자입니다. 책을 읽고 기록하다 보면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과 감정들이 튀어나오죠.” 단순한 앱(APP)을 넘어 하루 10분이라도 꾸준히 생각하고 쓰는 삶의 태도를 제안하는 메모먼트. “쓰면 내가 된다”는 그들의 슬로건처럼 오늘도 이현화 대표는 흩어지던 사람들의 조각을 모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