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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1 발행월 : 202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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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토크 [메이드 인 경남] 우포늪에서 태어난 노래 - 아이들이 부른 생태 뮤지컬 〈따오기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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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81 / 26-06-30 글 김보배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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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남지초등학교 강당에 따오기 울음소리가 번졌다. 누군가는 아직 가사를 외우느라 입술을 달싹였고, 누군가는 안무 순서를 놓치지 않으려 친구의 발끝을 흘깃거렸다. 완벽한 무대는 아니지만 그 안에는 잘 다듬어진 공연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우포늪 가까이에서 자란 아이들의 목소리, 따오기를 처음 알게 된 마음, 그리고 자연을 향해 조금씩 열린 눈빛이었다. 지난 5월 21일 창녕 남지초등학교에서 초연된 생태 뮤지컬 〈따오기 아리랑〉은 그렇게 아이들의 노래로 세상에 나왔다. 사라졌던 따오기를 다시 불러낸 우포늪 사람들의 시간과, 그 곁에서 자란 아이들의 말과 몸짓이 만나 탄생한 ‘경남산 창작 뮤지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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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에서 시작된 뮤지컬

〈따오기 아리랑〉은 처음부터 뮤지컬로 계획된 작품은 아니었다. 시작은 피아니스트 임동창 작곡가가 보존운동가 최상철 선생에게서 창녕 우포늪에서 따오기를 되살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였다. 1979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사라졌던 따오기, 그리고 그 새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단순히 우포늪 사람들에게 ‘따오기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노래 한 곡으로 담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임 작곡가는 우포늪과 따오기복원센터를 찾았고, 우포자연학교 이인식 교장, 따오기복원센터 김성진 박사, 우포늪 전문 사진작가 정봉채 작가 등을 만났다. 새끼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따오기 57Y, 위치추적 장치가 끊기며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따오기 36Y의 이야기는 작품의 중심 뼈대가 됐다. 그렇게 노래는 우포늪의 생명과 사람들의 기억을 품은 뮤지컬로 자라났다.


우포늪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따오기를 노래하는 주인공이 바로 창녕의 아이들이라는 데 있다. 남지초등학교 4·5·6학년 학생 23명이 오디션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 아이들은 따오기 영상을 본 뒤 자신이 느낀 점을 글로 썼고, 그렇게 모인 250여 편의 글은 작품의 노랫말과 대사, 이야기의 재료가 됐다. 아이들이 쓴 말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다시 노래가 된 셈이다. 시작은 저마다 달랐다. 6학년 하율이는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해서 하게 됐다”고 했고, 5학년 치윤이는 “평소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해서” 참여했다. 그리고 6학년 강현이는 “뮤지컬에 출연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연습 과정에서도 아이들은 창작자로 참여했다. 안무를 직접 짜보고, 무대 의상에 대한 생각을 내고, 장면을 어떻게 보여줄지 의견을 나눴다. 실제로 뮤지컬에 나오는 대부분의 안무에는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6학년 채원이는 달성아리랑과 상주아리랑 안무를 친구들과 함께 짰고, 3학년 다영이는 대구아리랑 안무를 떠올렸다. 강현이는 의상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고음이 필요한 노래부터 대사 외우기까지, 처음 무대에 서는 아이들에게 100여 분의 뮤지컬은 만만한 도전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거나 동작을 부끄러워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자신감을 찾았다. 연습지도 선생님들은 초반 전체 연습 뒤 아이들과 나눴던 회의를 지금도 기억한다. 목소리와 동작이 작은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하던 자리였다. 그때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억지로 하게 하지 말고, 그 친구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 이후 연습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모두가 같은 크기의 목소리와 같은 모양의 동작을 내는 대신,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무대에 서는 법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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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를 알게 된다는 것

이 작품의 중심에는 따오기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19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따오기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였지만, 서식지 파괴와 농약 사용 등으로 자취를 감췄다. 창녕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는 2008년 중국에서 기증받은 따오기 한 쌍을 시작으로 복원 사업을 이어왔고, 2019년부터는 자연방사를 진행해왔다. 아이들은 공연을 준비하며 그 의미를 조금씩 배웠다. 5학년 시현이는 따오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됐고, 민정이는 따오기를 위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일회용품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환경을 지키자는 말이 구호로만 머무르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고, 몸을 움직이고, 친구들과 함께 장면을 만들어가는 동안 아이들은 따오기가 왜 돌아와야 하는지, 그 새가 살아갈 자연을 지키는 일이 왜 필요한지 자기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랑해, 작은 새가 전한 마음

〈따오기 아리랑〉의 부제는 ‘사랑해’다. 임동창 작곡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따오기의 부성애와 모성애를 느끼고, 부모의 사랑을 깊이 생각하길 바랐다. 새끼를 지키려는 따오기의 마음은 가족 사랑으로, 가족사랑은 친구와 이웃, 지역과 자연을 향한 사랑으로 번져간다. 작품 안에서 따오기를 지키는 일은 곧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지키는 일로 넓어진다. 아이들에게 〈따오기 아리랑〉은 저마다 다른 의미로 남았다. 5학년 시현이는 이 공연을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모두가 따오기를 사랑해야 하니까”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6학년 하율이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많이 웃고 즐거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6학년 채원이는 “완전 최고”라고 말했고, 강현이는 “행복”이라고 했다.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서면 모두 행복하니까”라는 이유였다. 아이들의 말은 서툴지만 이 공연이 아이들에게 어떤 시간으로 남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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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 아리랑〉은 경남에서 만들어진 공연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창녕의 자연이 씨앗이 되고, 우포늪 사람들의 기억이 흙이 되고, 아이들의 글과 목소리가 물이 되어 피어난 공연이다. 우포늪은 이야기의 뿌리였고, 남지초 아이들은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이 공연의 숨이었다. 지역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내가 사는 곳의 새를 알고, 그 새를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부르는 일. 그것은 우포늪에서 태어난 노래이자, 사라졌던 생명을 다시 부르는 아리랑이며, 경남의 자연과 아이들이 함께 만든 무대의 첫 비상이라고 말이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자라 창녕을 떠나더라도, 무대 위에서 함께 불렀던 이 노래만큼은 오래 남을 것이다. 자신들이 살던 고장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 그 이야기를 한때 자기 목소리로 세상에 들려주었다는 것. 〈따오기 아리랑〉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어쩌면 바로 그 기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