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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1 발행월 : 202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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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토크 [이 사람이 사는 법] 비 오는 날에도, 오히려 좋아 - 남정미 작가가 아이들의 마음으로 빚어낸 긍정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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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81 / 26-06-30 글 김보배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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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운동장 체육 수업이 취소된 날, 아이들은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는다. 급식에 싫어하는 채소가 나오거나, 친한 친구와 짝이 되지 못한 날도 마찬가지다. 어른의 눈에는 사소해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하루의 기분을 뒤흔드는 사건. 남정미 작가는 그런 순간을 오래 바라본다. 입이 툭 튀어나온 얼굴, 금세 다시 웃음을 되찾는 표정, 실망을 장난으로 바꾸는 말투. 교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의 마음에서 그의 글이 시작된다. 지난 5월 5일 열린 2026 KBS창작동요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동요 「오히려 좋아」도 그렇게 태어났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도 “오히려 좋아!”라고 외치며 다시 일어서는 힘. 남정미 작가는 아이들의 평범한 하루에서,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주문을 길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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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곁에서 시작된 세 개의 이름

남정미 작가는 양산 지역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22년 차 교사이자, 2024년 경남아동문학 동화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동화작가다. 그리고 이번 수상으로 동요 작사가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그에게 교사, 동화작가, 동요 작사가는 다른 이름이 아니다. 모두 ‘아이들’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는 울타리이고, 동화작가는 아이들의 고민과 서사를 긴 호흡으로 위로하는 사람이에요. 동요 작사가는 아이들의 찰나의 기쁨과 말맛을 짧은 리듬에 담아 터뜨리는 역할이고요.”


그의 창작은 늘 교실에서 시작된다. 수업 시간에 튀어나온 말, 쉬는 시간의 장난, 아이들이 건넨 편지, 학습지 한구석에 적힌 엉뚱한 문장까지 모두 작품의 씨앗이 된다. 책장에 꽂힌 문장보다, 지금 여기에서 웃고 토라지고 다시 화해하는 아이들의 표정이야말로 가장 신선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교실을 ‘살아 있는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을 어른의 시선으로 분석하기보다, 아이들의 생활 리듬과 감정의 주파수에 자신의 호흡을 맞추는 일. 그의 글에는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따뜻한 생동감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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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만났을 때

동화를 쓰는 일은 남정미 작가의 오랜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꿨고, 짧은 동화를 써서 반 아이들과 함께 읽기도 했다. 동화가 아이들의 마음을 긴 호흡으로 따라가는 일이라면, 동요 노랫말은 그 마음이 가장 반짝이는 순간을 짧은 리듬 안에 붙잡는 일이다. 글자 수의 호흡, 받침의 발음, 따라 부를 때의 기분까지 세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노랫말이 멜로디를 만나 아이들의 목소리를 입는 과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평면에 놓여 있던 글자들이 전지은 작곡가의 멜로디를 만나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천서희중창단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까지 더해지자 노래는 완전히 다른 생명력을 얻었다. 무대 위 아이들이 율동과 함께 “오히려 좋아!”를 외치며 환하게 웃던 순간, 작가는 자신의 문장이 아이들의 몸과 목소리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실망을 긍정의 주문으로 바꾼 노래, 「오히려 좋아」

「오히려 좋아」는 제목부터 아이들의 말맛이 살아 있는 노래다. 노랫말에는 비 오는 날 체육 수업이 취소된 일, 급식에 싫어하는 채소가 나온 일, 친한 친구와 짝이 되지 못한 일처럼 아이들의 평범한 학교생활이 담겼다. 하지만 노래가 전하는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실망의 탄식을 “오히려 좋아!”라는 긍정의 주문으로 바꾸는 순간, 교실의 공기는 달라진다. 사실 이 노랫말은 작가 자신에게도 절실한 주문이었다. 「오히려 좋아」를 쓰던 당시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신 상태였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이 위기를 딛고 나면 더 멋진 길이 열릴 거야”라는 말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꾹꾹 눌러쓴 위로가 아이들의 목소리를 만나 전국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던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도 아버지였다. “딸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던 아버지는 동요대회 방송을 기다리듯 버텨주셨고,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오히려 좋아」는 그에게 단순한 수상작이 아니라, 삶이 건네준 반전이자 치유의 노래였다.


지역의 아이들, 지역의 이야기

남정미 작가는 경남아동문학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의 동료 작가들에게 큰 자극과 위로를 얻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창작 여건 속에서도 어린이를 향한 애정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그에게 작가로서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는 지역의 이야기가 곧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믿는다. 그래서 지역 작가의 작품이 학교 도서관, 늘봄학교 프로그램,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지역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지역 아이들에게 먼저 닿고, 다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선순환. 남정미 작가가 꿈꾸는 창작 생태계의 모습이다. 대상 수상 이후 그가 보여준 선택도 이 믿음과 닿아 있다. 창작지원금을 경남교육청, 홀트아동복지회, 지역 초등학교, 발달장애아동 후원금 등으로 나누어 보탰다. 사실 그에게 나눔은 특별한 결심이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넉넉하지 않았던 유년 시절에도 이웃과 나누며 살았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랐고, 주말마다 이주배경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실 봉사활동도 15년째 이어오고 있다. 무엇보다 「오히려 좋아」로 받은 영광은 아이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창작물인 동시에 아이들이 선물해준 일상과 웃음의 총합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서 받은 것을 다시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일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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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같은 작가로 기억되기를

남정미 작가는 앞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을 오래 바라보며 글을 쓰고 싶다. 동화와 동요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쉽고 즐겁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의 형식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오랜 시간 배워온 판소리의 해학과 말맛, 리듬 역시 언젠가 그의 작품 안에서 새로운 색으로 피어날지 모른다. 최근에는 ‘다름’을 주제로 한 이야기도 구상하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밀어내기보다, 각자의 색을 인정하며 함께 어울려가는 이야기다. 그는 훗날 독자들에게 “비타민 같은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인생의 비를 맞아 마음이 축축해진 날, 주머니에서 꺼내 먹을 수 있는 달콤하고 상큼한 비타민 같은 글. 그의 동화와 노래가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고.


아이들의 웃음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아이들의 실망에서 노래를 길어 올리는 사람. 슬픔을 모르는 척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긍정의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사람. 남정미 작가가 쓰는 세계에는 아이들의 하루가 있고, 그 하루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어른의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얘기한다. 비가와도, 계획이 어긋나도, 잠시 마음이 주저앉아도 괜찮다고. 그다음 장면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러니 오늘의 작은 실패 앞에서, 아이처럼 한번 외쳐보는 것이다. 오히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