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트렌드 [컬처탐색] 문학관의 문턱을 낮추다 - 보고, 읽고, 경험하는 함안복합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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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85 / 26-10-29 글 김보배 사진 백동민본문
문학관에 간다고 하면 어떤 풍경이 먼저 떠오를까. 아마도 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오래된 책과 육필 원고, 벽면을 채운 작가의 연보, 소리를 낮춰 천천히 둘러보는 전시장 정도이지 않을까. 물론 문학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은 문학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문학을 만나는 방법이 꼭 ‘보는 것’에 머물 필요는 없다. 직접 글자를 써보고, 옛 선비의 문화를 체험하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문학을 가까이하는 방법이다. 2025년 10월 문을 연 함안복합문학관은 그런 문학관의 변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문학과 한자, 전통문화와 교육·체험을 한곳에 담아내며 문학관의 문턱을 조금 더 낮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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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의 문학, 한 공간에 모이다
경남 함안군 가야읍 선왕길 44에 자리한 함안복합문학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됐다. 2025년 7월 시범운영을 거쳐 같은 해 10월 23일 정식 개관했다. 1층에는 함안문학관, 2층에는 허권수한자문화관, 3층에는 교육체험관이 자리한다. 문학과 한자문화가 한 건물 안에서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첫걸음은 역시 ‘함안의 문학’에서 시작한다. 1층 함안문학관은 함안이 품어온 문학의 시간을 한눈에 살펴보는 공간이다. 문학전시실과 현대문학자료실을 중심으로 함안 문학의 흐름과 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여기에 공유카페도 마련돼 있어 전시 관람과 휴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함안의 문학사를 들여다보면 그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한문학의 전통이 이어졌고, 근현대에도 여러 문인이 활동하며 지역의 문학적 자산을 쌓아왔다. 문학관은 흩어져 있던 이러한 이야기를 한자리로 모은다. 유명 작가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는 문학관과 달리 한 지역이 오랜 시간 쌓아온 문학의 흐름 자체를 보여준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만나는 것은 몇 권의 책이나 몇 사람의 이름만이 아니다. 그 글이 태어난 지역과 시대, 사람들이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함안의 문학’이라는 조금 막연했던 말이 하나의 구체적인 풍경을 갖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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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2층에서 한자를 만나는 이유
계단을 하나 오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2층은 허권수한자문화관이다. 함안군 법수면 출신 한문학자인 허권수 박사가 평생 수집한 한자 관련 자료가 이 공간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함안복합문학관 조성 과정에서 허 박사는 한자 관련 도서 약 7만 권을 함안군에 무상 기증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고전과 학술연구서적, 중국 서적뿐 아니라 여러 역사적 인물의 친필 서신 등 다양한 자료가 포함돼 있다. 이 방대한 자료가 문학관에 자리한 이유는 ‘문학’과 ‘문자’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문학의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문학과 만나고, 한자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읽고 쓰고 생각했는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허권수한자문화관에는 일반서고와 고서서고, 열린 전시실 등이 마련됐다. 귀중한 자료를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자와 한문학을 오늘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고민한 공간이다. 함안복합문학관의 ‘복합’이라는 이름이 이쯤에서 조금 더 분명해진다. 현대문학에서 과거의 한문학으로, 작품에서 문자로 시선을 넓히면서 한 지역의 인문문화 전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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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어서, 직접 해보는 문학관
그리고 다시 한 층을 오르면 문학관의 성격이 한 번 더 달라진다. 3층 교육체험관에는 강당과 세미나실, 공유라운지, ‘실재서당’ 등 교육과 체험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문학과 한자, 전통문화를 단순히 설명으로 접하는 데서 벗어나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정식 개관 전 시범운영 기간에도 이런 방향은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유생복을 입어보고 전통 시조를 짓거나 그림을 그리는 체험이 열렸고, 전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유생 체험에서는 서예와 가야금·해금 공연도 마련됐다. 유리 진열장 너머로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대신 직접 붓을 들고 글자를 써보는 것. 옛 시조를 읽는 데서 끝나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한 편의 시조로 만들어보는 것. 어린이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한자와 고전도 이렇게 몸으로 만나면 조금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바로 이 지점이 함안복합문학관이 기존의 ‘문학관’이라는 이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부분이다. 문학관은 오랫동안 기록하고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함안복합문학관 역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여기에 교육과 체험이라는 기능을 더했다. 과거의 문화를 잘 보관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사람들이 그것을 직접 만나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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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글이 오늘의 이야기가 되는 곳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문학관은 때때로 조금 어렵다. 이름난 문인의 작품을 충분히 읽지 않았다면 들어서기 망설여질 때도 있다. 한자문화관이라면 그 거리감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함안복합문학관은 그 거리를 여러 방식으로 좁힌다. 전시를 보고, 자료를 읽고, 카페에 머물고, 서당 체험을 하고, 강연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의 쓰임을 넓혔다. 어린이에게는 새로운 체험의 장소가 되고, 지역 주민에게는 가까운 문화공간이 되며, 함안을 찾은 사람에게는 지역의 문학과 인문 문화를 한꺼번에 만나는 입구가 된다. 문학관의 문턱을 낮춘다는 것은 문학을 가볍게 만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오래된 글과 이야기에 도달하는 길을 여러 개 만들어주는 일에 가깝다. 1층에서 오늘의 문학을 만나고, 2층에서 그 뿌리가 된 문자와 한문학을 들여다본 뒤, 3층에서 직접 써보고 경험한다. 층을 하나씩 오르는 동안 문학을 만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진다. 책 속에 머물던 이야기가 전시장으로 나오고, 전시장의 이야기가 다시 사람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곳. 함안복합문학관은 그렇게 ‘보는 문학관’에서 ‘경험하는 문학관’으로 문학관의 쓰임을 넓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