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주목! 청년] 남에서 가장 낯선 소리를 가장 먼저 힙합 크루 FREQ 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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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85 / 26-10-29 글 김보배 사진 백동민 FREQ CORE본문
쿵, 하고 베이스가 떨어진다. 그 위로 전자음이 겹치고 빠른 랩과 보컬이 밀려든다.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기보다 먼저 귀가 번쩍 뜨이는 음악. 누군가에게는 조금 시끄럽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이름조차 낯선 음악이다. 하이퍼팝과 플럭앤비를 오가는 힙합 크루 FREQ CORE의 소리다. 그런데 이 음악이 울리는 곳은 서울 홍대의 클럽이 아니다. 이들은 경남을 기반으로 곡을 만들고 무대에 오른다. “서울에서는 이미 많이 하는데,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우리가 하자’고 했어요.” 좋아하는 음악이 있었고, 가까운 곳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해보자는 마음. FREQ CORE의 시작은 그 단순한 호기심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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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없다고? 그럼 우리가 하지 뭐
FREQ CORE의 중심에는 리더 김원진과 한정현, 김시원이 있다. 김원진은 보컬과 믹싱 보조, 앨범 커버와 사진 등 비주얼 작업을 맡고, 한정현은 보컬과 믹스·마스터링, 영상 촬영과 편집까지 담당한다. 김시원은 보컬과 함께 멤버들의 작업을 가장 솔직하게 평가하는 ‘피드백 담당’이다. 멤버 한 명은 현재 군 복무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모두 음악 전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술, 디자인, 영상 등 서로 다른 예술 분야를 공부하거나 일 해왔다. 그래서인지 FREQ CORE에서 음악은 단지 곡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앨범 커버를 만들고, 사진을 찍고, 직접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편집한다. 한 곡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는 거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낸다. 팀의 이름에도 이들의 취향이 묻어난다. ‘FREQ’는 주파수를 뜻하는 Frequency에서 가져왔지만, 발음으로는 괴짜를 뜻하는 ‘Freak’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음악의 중심과 핵심이라는 의미의 ‘CORE’를 붙였다. 음악의 기본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괴짜 같고, 노이즈가 섞인 낯선 소리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힙합과 전자음악을 찾아 듣다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르라는 사실은 오히려 자극이 됐다. 한정현의 표현을 빌리면 “서울은 레드오션이고, 여기는 블루오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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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곡을 만들고, 여덟 곡만 남겼다
작업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 멤버들이 한곳에 모여 비트를 틀고 가사를 쓰고, 곧바로 불러보고 녹음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고친다. 최근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스무 곡 가까이 만든 뒤 자체 품평회를 열어 최종 수록곡을 추렸다. “가장 좋은 곡들만 모아서 앨범을 냈다”는 말 그대로다. 믹싱과 마스터링도 직접 배웠다. 유튜브와 해외 자료를 찾아보고 직접 소리를 바꾸며 하나씩 익혔다. 그래서 멤버들은 지금도 스스로를 “성장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먼저 만든 곡보다 다음 곡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확실한 성장의 증거다. 그렇게 FREQ CORE는 2026년 〈UBIQUITOUS〉와 〈FREQ.zip〉을 내놓았다. 빠르고 강한 사운드가 먼저 귀를 잡아채지만,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안의 감정이다. “시끄럽지만 감정이 깊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힘들 때 용기를 주는 곡도 있고, 마음껏 슬퍼지고 싶은 순간을 위한 곡도 있다. 소리는 강하지만 결국 그 소리가 향하는 곳은 사람의 감정이다.
무대가 고파서, 서울까지 갔다
지역에서 이런 음악을 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에 비해 힙합, 그중에서도 하이퍼팝이나 전자음이 강한 음악이 설 자리는 많지 않다. FREQ CORE가 직접 느끼는 가장 큰 현실 역시 ‘무대의 부족’이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공연 한 번을 위해 서울까지 올라갔다. 교통비와 참가비를 각자 부담하고, 서울에 사는 멤버의 집에서 함께 잠을 자기도 했다. 공연으로 돈을 벌기는커녕 돈을 써야 했지만 그래도 갔다.
“무대가 고팠어요.”
자신들이 만든 음악을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만 있다면 어디든 갈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이 약점만은 아니다. 이미 익숙한 음악을 반복하기보다 누군가에게 처음 듣는 음악을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현은 그 역할을 ‘설득’이라고 표현했다. “안 들어본 음악을 들려주면서 ‘한번 들어봐, 이런 것도 있어’라고 하는 거죠.” 서울의 음악을 그대로 옮겨놓겠다는 뜻은 아니다. 새로운 사운드에 FREQ CORE의 색을 입혀 지역의 무대에서 들려주는 것. 이들은 스스로를 그 사이의 ‘중간 다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노래를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으면”
올해는 ‘뮤지시스 온:스테이지’를 통해 창원NC파크 무대에도 올랐다. 지역에서 이어온 인연이 또 다른 공연으로 연결됐고, 무대를 본 이들의 반응은 다시 다음 기회로 이어졌다. FREQ CORE의 진가는 무대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정교하게 동선을 맞추기보다 서로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고, 필요한 순간 화음과 더블링을 맞춘다. 나머지는 프리스타일이다. 대신 원칙 하나는 분명하다. 신나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로 확인되는 유명세가 아니다. 공연장에 자신들의 음악을 알고 찾아온 사람들이 생기는 것. 새 노래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앨범 좀 내라”고 재촉하는 팬이 생기는 것. 앞으로도 싱글과 뮤직비디오, 멤버들의 개인 작업과 협업을 이어가며 FREQ CORE의 색을 넓혀갈 생각이다. 서울이 아니어서 못 하는 음악이 아니라, 경남이니까 먼저 해볼 수 있는 음악. 주변에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한때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아직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자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FREQ CORE는 오늘도 새로운 소리를 만든다. 누군가에게 처음 듣는 음악이어도 상관없다. 낯설다면 들려주면 된다. 언젠가 그 낯선 소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경남의 한쪽에서 시작된 이들의 주파수는 조금 더 멀리 퍼져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