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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5 발행월 : 202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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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경남설화기행] 진주 금호지 청룡 설화 - 용의 꼬리가 만든 푸른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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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85 / 26-10-29 글 김보배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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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두루야. 경남 여기저기를 떠돌며 오래된 이야기를 모으는 도깨비지.

오늘은 간만에 가을을 만끽하러 진주 금산면에 있는 금호지에 왔어. 사실 여기가 나의 숨겨진 힐링 장소거든. 

그런데, 잔잔한 호수를 따라 걷다 보니 어디선가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야.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나 싶어 소리를 따라가 봤더니 커다란 놀이터가 나타났어. 미끄럼틀도 있고, 이리저리 오르내릴 수 있는 놀이기구도 있고. 

그런데 그중에서도 내 눈을 딱 사로잡은 게 있었지. “응? 저게 뭐지?” 커다란 눈에 뾰족한 뿔, 쩍 벌어진 입. 용이잖아!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었어. 놀이터 곳곳에 청룡과 황룡의 모습을 한 놀이 기구들이 한자리에 있었지. 

그런데 여기에 왜 용이 있는 걸까? 나는 궁금한 건 그냥 지나치지 못하거든.

그래서 슬금슬금 다가가 용의 머리에 손을 올려봤어. 그 순간이었어. 쿠르르릉!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눈앞이 번쩍했어.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잔잔하던 금호지의 물결도 크게 출렁였지.

“잠깐만. 내가 뭘 잘못 만진 거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어.

그런데 구름 사이로 정말 용 두 마리가 나타난 거야. 한 마리는 푸른빛 비늘을 번쩍이는 청룡.

또 한 마리는 황금빛 몸을 뒤틀며 날아오르는 황룡이었어. 아하. 이제 알겠다.

내가 금호지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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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맞붙은 청룡과 황룡

아주 먼 옛날이었대. 하늘에서 청룡과 황룡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어. 왜 두 용이 싸우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아. 다만 그 싸움이 얼마나 거셌던지 두 용이 뒤엉킬 때마다 하늘이 요동치고, 구름이 갈라질 정도였다고 해. 청룡이 몸을 틀어 황룡을 향해 달려들면 황룡도 물러서지 않았어. 두 용의 커다란 꼬리가 허공을 가르고, 번쩍이는 몸이 구름 사이를 쉼 없이 오갔지. 그 모습을 땅에서 지켜보던 한 용사가 있었어. “저러다 큰일 나겠군.” 결국 용사는 두 용을 향해 크게 외쳤대. “싸움을 멈추시오!”


그게 하늘을 울릴 만큼 큰 외침이었나 봐. 싸우던 청룡이 그 소리를 듣고 순간 아래를 내려다봤거든. 바로 그때였어. 황룡이 청룡을 공격한 거야. 전해지는 말로는 황룡이 청룡의 목을 비수로 찔렀다고도 하더라. 청룡은 미처 피하지 못했고 그대로 하늘에서 땅을 향해 떨어지고 말았어. 어... 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청룡의 커다란 몸이 땅에 가까워졌지. 그리고, 휘이익! 청룡의 긴 꼬리가 땅을 크게 쓸고 지나간 거야. 땅이 깊게 파이고, 그 자리에 어느새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어. 조금씩, 조금씩. 마침내 아주 커다란 못 하나가 생겨났지. 그게 바로 금호지가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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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남은 용의 이야기

번쩍! 다시 눈을 뜨자 시끄럽던 천둥소리도, 하늘을 뒤덮었던 구름도 사라졌어. 그리고 내 손은 여전히 용머리 위에 올라가 있었지. “어라?” 아이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놀이터를 뛰어다니고 있었고, 눈앞의 금호지도 아까처럼 조용했어. 꿈이었나? 나는 다시 호수 쪽으로 걸어갔어. 지금 금호지는 용들이 싸우던 전설 속 모습과는 아주 달라. 호수를 따라 산책길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걷거나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지. 금호지생태공원과 수변형 테마 공원에는 놀이터와 쉼터도 마련돼 있어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해. 그래도 이곳에는 지금도 용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조금 전 내가 만진 청룡과 황룡 모양 놀이기구가 그 중 하나야. 옛날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했던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놀이시설이 되어 아이들 곁에 있는 거야.


나는 한동안 금호지 물가에 서 있었어. 수백 년 전, 누군가는 금호지를 바라보며 생각했겠지. ‘이렇게 큰 못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지금처럼 지도를 펼쳐보고, 땅의 생김새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잖아. 그래서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용을 떠올렸을지도 몰라.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땅으로 떨어졌고, 그 꼬리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 물이 차올라 호수가 되었다고 말이야. 물론 진짜 용이 금호지를 만들었는지도 몰라.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잔잔한 물 위로 기다란 물결 하나가 쭉 이어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정말 용꼬리가 지나간 것 같기도 하더라고.


분명한 건 오래전부터 누군가 이 호수를 바라보며 청룡과 황룡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 이야기는 오늘까지 살아남았다는 거야. 그리고 이제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품은 용 위에서 뛰어놀고 있지. 나는 이야기보따리를 고쳐 메고 금호지를 따라 천천히 걸었어. 혹시 진주 금호지에 가게 되면 놀이터의 용을 한번 찾아봐. 그리고 호수를 가만히 바라봐. 바람이 불어 긴 물결 하나가 스르르 지나간다면, 그건 어쩌면 아주 오래전 이곳을 스쳐간 청룡의 꼬리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