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트렌드 [다같이 그린 경남] 경남의 누정과 선비문화 - 2탄 밀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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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0 / 25-05-27 사진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밀양시 관광진흥과본문
경복궁 경회루와 맞먹는 우리나라 3대 누각 밀양 영남루, 경남 밀양 하면 떠오르는 것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한 번쯤 흥얼거렸을 법한 밀양아리랑과 전도연과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양>, 그리고 영남루다.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의 하나이다. 국보로 지정된 영남루의 ‘야경’은 밀양 8경 가운데 제1경에 해당한다. 영남루는 남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기슭 절벽 위에 자리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영남루 자리에는 신라 때부터 영남사(嶺南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고려 때 절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1365년(공민왕 14) 밀양군수 김주(金湊)가 새로 누각을 지으면서 영남루라고 했다고 한다. 그 후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37년(인조 15) 중수했다가 다시 불탄 것을 1844년 밀양부사 이인재가 새로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선 후기에 중수된 누각이지만 영남루에는 1844년 이전에 다녀간 선인들의 발자취가 여기저기 남아있다.
밀양 영남루의 야경
고려의 이색·문익점, 조선의 하륜·김종직·이황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노래한 영남루
누각을 둘러싼 풍광과 누각의 웅장하고 세련된 건축미, 커다란 편액 이상으로 영남루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선인들의 흔적이다. 1844년 새로 지어진 영남루에는 고려 시대에 이곳을 다녀간 유명한 문인들의 시판이 걸려있다. 대표적인 것이 목은 이색(李穡)과 삼우당 문익점(文益漸)의 시다. 대부분 당대의 것은 불타 없어졌지만 그들의 시를 후대에 다시 새긴 시판이다. 이색의 시판은 그의 16세손이자 영남루를 새로 지었던 이인재가, 문익점의 시판은 1846년 후손 문병렬(文秉烈)이 다시 썼다. 두 시판 모두 지금의 영남루와 나이가 같은 셈이다. 두 사람 가운데 이색의 시를 음미해 본다.
영남루 아래 큰 강물 비껴 흐르고
가을 달과 봄바람이 태평스럽네.
문득 은빛 물고기가 눈앞에 가득하고
선비들 웃음소리 들리는 듯하네.
사대부의 고장인 밀양에서 내로라하는 학자와 문인들이 영남루에 올라 휴식을 취하며 노래한 주옥같은 글들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색과 문익점 외에도 고려의 대학자인 이숭인(李崇仁), 조선 초기의 대문장가인 권근(權近)과 하륜(河崙), 조선 중기의 김종직(金宗直)과 이황(李滉) 등 무수히 많은 이들의 문장이 전한다. 밀양 영남루는 역시 국보인 경복궁 경회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니 그 이상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촬영지, 월연대 일원
밀양 월연정(月淵亭)은 단독 건물의 이름이 아니라 쌍경당(雙鏡堂)과 월연대(月淵臺) 일대를 지칭하는 명칭이다. 이 지역은 오래된 건축물과 함께 경관이 아름다워 현재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명승의 이름은 ‘월연대 일원’이고, 밀양 8경은 ‘월연정 풍경’이라 불러 혼동을 일으킨다. 전남 담양 소쇄원에 광풍각과 제월당이 있듯이 월연정에 쌍경당과 월연대가 있는 셈이다. 월연대는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쌍경당·월연대는 월연 이태(李迨·1483∼1536)가 세운 건물이다. 그의 저작 《월연집(月淵集)》을 보면 1520년(중종 15) 쌍경당(雙鏡堂)과 월연대(月淵臺)를 짓고 스스로 월연주인(月淵主人)이라 부르고 있다. 쌍경당과 월연대 사이의 제헌(霽軒)은 1956년 신축한 건물이다. 그러면 월연정은 무엇인가. 사실 월연정이란 명칭은 특정 건물을 부르는 이름이 아니었다. ‘밀양 8경’의 ‘월연정 풍경’이라고 하듯이 ‘쌍경당과 월연대’를 함께 부르는 이름이 바로 월연정이었다.
영남루 앞 드넓게 펼친 물결
맑은 경치가 황주에 버금감을
세시로 남녀들이 그림 같은 배 띄우고 놀아
피리 불고 북 치는 소리에 어룡이 겁내네
금시당과 월연정이 상류에 있으니
월연정의 봄
월연정 일대는 밀양강과 단장천의 두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이다. 강 쪽에서 바라봐서 좌측에 쌍경당·제헌이 붙어 있고, 자그마한 쌍청교 건너에 월연대가 자리 잡고 있다. ‘쌍경(雙鏡)’ ‘월연(月淵)’의 명칭에서 보듯이 두 건물 모두 달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보름달이 강에 비칠 때면 그 모습이 아주 아름다워 월연대에서 시모임을 열었다고 한다. 세 건물은 굽어 흐르는 강을 바라보도록 지어져 향하고 있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이 일대에는 백송을 비롯한 희귀한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쌍경당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쌍경당에는 ‘쌍경당(雙鏡堂)’ 편액과 여러 기문·시판이 걸려있다. 쌍경당은 온돌방과 아궁이를 둔 정자보다는 거처로서의 기능이 강조된 건물이다. 쌍경당에 연이어 있는 제헌도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두 건물 모두 사방으로 담장을 두르고 문을 내었다.
제헌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월연대가 우뚝 서있는 모습이다. 월연대는 두 건물과 달리 자연 암반 위에 다시 돌을 쌓아 건물을 세웠기 때문이다. 월연대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이다. 가운데 1칸에 방을 들이고 사방으로 마루를 둘러 정자로서의 기능이 강조된 건물이다. 월연대에도 ‘월연대(月淵臺)’ 편액과 여러 현판이 걸려있다. 전도연과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양>에 이어 월연대는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참고 | 지역N문화 선비문화의 산실, 누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