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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0 발행월 : 202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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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토크 [주목! 청년예술인] 함양에서 우당탕, 계속해보겠습니다 - 함양에서 우당탕,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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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0 / 25-05-26 글 김달님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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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예술가에게 가장 필요한 용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는 마음’ 아닐까. 시도하고, 흔들리고, 넘어지더라도 끝내 자신의 작업을 놓지 않는 태도. 특히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함양에서 청년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더 많은 용기와 단단한 마음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들은 함께하기로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동력이 되는 청년예술공동체. ‘우당탕창작소’의 이정아, 전용, 송인찬, 옥민근 작가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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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정아 작가 / 옥민근 작가 / 송인찬 작가 / 전용 작가 




‘우당탕’스러운 시작  

우당탕창작소는 2022년, 용추아트밸리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만난 청년 예술가들이 하나의 ‘청년예술공동체’로 뭉치며 시작된 모임이다. 처음에는 함양에 거주하는 청년 작가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지역의 경계를 넓혀 보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작가들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회화를 전공한 이정아 작가, 목공예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전용·옥민근 작가, 디자인 서각을 선보이는 송인찬 작가, 그리고 사진 작업을 이어가는 송두한 작가까지 총 다섯 명의 작가가 함께 활동 중이다.


이정아  모임 이름을 정하던 중에 ‘우당탕’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그런데 그 말이 저희 분위기랑 꼭 맞더라고요. 서로 다른 점은 많지만 마음이 정말 잘 맞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해나가는 모습이 딱 ‘우당탕’스럽다고 느껴졌거든요.


우당탕창작소 멤버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는 매년 ‘정기 전시’를 여는 일이다. 예술가에겐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고, 관객을 만나는 기회가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해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 주제에 응답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그 꾸준함이 어느덧 4년째. 2024년에는 <계단계단>이라는 제목으로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를 열었다. 이정아 작가에게는 ‘처음으로 작품을 판매했던 전시’로, 전용·송인찬 작가에게는 ‘기억에 남는 관객을 만난 전시’로 남았다.


전용  전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일 찾아온 분이 계셨어요.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봐주시는 분이 있다는 게 큰 자부심이 됐죠. ‘이건 함양에서 볼 수 없는 전시다’, ‘관람객이 적어서 너무 아깝다’는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송인찬  전시를 보러 온 학생들이 작품을 유심히 보고, 사진으로 남기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미술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들에게도 재미있게 다가갔다는 점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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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는 걸어가고 있다(162.2x130.3, 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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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계절(370x420x370, 옥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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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step(2000x420x370,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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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mix media on wood, 송인찬)  









함께여서 가능한 일들

우당탕창작소의 가장 큰 힘은 ‘함께’에서 나온다. 개성도 다르고, 작업 방식도 다른 다섯 명의 작가들이 모였지만, 그 다름 덕분에 서로가 조금씩 물들고 확장된다. 같은 주제를 두고도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 나오고, 그 차이가 자극이 되기도, 영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혼자였다면 선뜻 시작하지 못했을 작업도 같이 하는 이들이 있기에 계속할 수 있다. 


옥민근  농담처럼 던진 한 마디에서 작업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해요. 다른 작가의 시선을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 보이기도 하고요.


송인찬  가장 좋은 건,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거예요. 매년 전시 주제가 정해지면 어떻게든 완성해야 하잖아요. 사실 창작만으로는 생계를 책임지기 어려우니까 작업이 밀려나기 쉬운데, 그럴 때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동력이 되어주는 거죠.


물론 함양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데에는 분명한 어려움도 있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전시 공간의 부족’과 ‘관심의 부재’다.


옥민근 전시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한 점이 가장 아쉬워요. 청년 작가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데, 그걸 보여줄 기회 자체가 없으니까요. 


이정아 저희가 전시를 열었던 곳은 함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시장이에요. 그럼에도 지역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낮다는 걸 느껴요.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의욕이 꺾이죠. 청년 작가들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군 차원의 관심과 지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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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민근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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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방향대로 디피하는 송인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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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인 "계단계단" 사진 앞에서. 왼쪽부터 옥민근, 송인찬, 전용, 이정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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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녹여낸 송인찬 작가 





우당탕, 계속해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함양을 떠나지 않고, 바로 이곳에서 계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전용  태어나고 살아온 곳이라 함양에 대한 애착이 커요. 물론 어려움도 있지만, 청년이기에 계속할 수 있다고 믿어요. 겁 없이 부딪히고, 깨지고,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게 청년의 특권인 것 같거든요. 이곳에서 안주하지 않는다면 지역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빛날 우리를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우당탕창작소는 올해도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의 주제는 ‘라인(line)’. 처음으로 지상전 형식으로 진행되며, 그 결과는 연말 전시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우당탕’이라는 이름 아래, 앞으로도 오래 작업을 이어가기 위한 더 많은 꿈을 꾸고 있다. 


이정아  올해는 작품 제작 과정을 담은 기록물도 만들고 싶고, 청년뿐 아니라 여러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기획도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멤버도 꾸준히 영입하고 싶고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저희 SNS 계정으로 연락 주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마지막으로 네 명의 작가들에게 물었다. 그들에게 우당탕창작소는 어떤 의미일까. 

전용  지치고 힘들 때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집 같은 곳. 

옥민근  계절이요. 계절이 다 다르듯, 우리도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 만족스럽거든요.

송인찬  좋은 의미의 귀찮음. 해마다 해야 하는 부담이 작업을 계속하게 하니까요.

이정아  제가 가야 할 길. 우당탕창작소 덕분에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었고, 작가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어요. 이제 이곳이 없으면 너무 허전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