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트렌드 [다같이 그린 경남] 예술의 바다에서 미래를 짓다 - 경남의 문화도시, 통영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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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1 / 25-06-26 글 김봉임 사진 통영시본문
세 차례의 도전, 결국 이루어낸 이름 문화도시 통영. 지난 2024년 경남 통영이 드디어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바다와 예술을 모두 갖춘 통영이 문화를 중심축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 아래 지금 통영은 예술과 지역, 공동체의 새로운 항로를 만들고 있다.
01. 세 번의 도전, 결국 닿은 문화도시
‘예술의 가치를 더하다, 크리에이티브 통영!’
이 한 줄의 비전은 통영시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된 후 내세운 핵심 문장이다. 통영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문화도시 공모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통영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시민, 지역 국회의원,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며 ‘통영다움’의 진정한 가치를 모색했고, 2024년 말 세 번째 도전 끝에 전국 13개 문화도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통영시는 그동안의 준비 과정 자체가 문화도시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 오케스트라, 공예 골목, 예술여행 패키지 등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통영이 왜 문화도시가 되어야 했는지를 증명해 주는 결과물이다.
역사홍보관 미디어아트
02. 전국을 잇는 ‘문화도시 네트워크’ 그리고 통영
대한민국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화도시 지정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첫 문화도시로 부산 영도구, 강원 원주시, 전북 완주군, 경기 부천시, 충북 청주시 등 7곳이 선정된 이후 해마다 문화도시가 늘어나고 있다. 2024년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시금 전국 13곳을 추가로 문화도시로 지정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지정된 지자체는 2025~2027년 3년간 각자의 조성 계획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지자체는 지역별 200억 원, 총 2600억 원(국비 1300억 원, 지방비 1300억 원)을 투입한다. 문체부는 전담 컨설팅과 연례 성과 평가를 진행해 사업 성과를 관리한다. 이를 통해 문화 향유·참여자 2000만 명, 동네 문화 공간 2만 곳 활용 및 조성, 약 1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3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도시로 지정된 곳들은 각각의 고유한 비전과 자원을 기반으로 선정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그룹으로 나뉜다.
-예술 기반 지속성장 도시: 대구 수성구, 경기 안성시, 경남 통영시 -문화산업 생태계 도시: 전남 순천시, 전북 전주시, 경남 진주시 -전통문화 기반 도약 도시: 경북 안동시, 전남 진도군, 충북 충주시 -관광 기반 글로벌 도전 도시: 강원 속초시, 부산 수영구 -문화자원 특화 이미지 도시: 세종특별자치시, 충남 홍성군 |
삼도수군통제영
03. 예술에 가치를 더하다- 통영의 비전
통영시가 제시한 문화도시 비전은 분명하다. 2025년부터 3년간 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예술 기반 도시 정체성 확립과 문화-경제-공동체의 연결에 방점을 찍는다. 주요 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은 시민이 주도하는 음악 활동이다. 60인 규모로 확대된 시민 오케스트라, 세대·지역별 학교 오케스트라, 시민합창단 창단 등은 예술을 ‘듣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으로 바꾸고 있다. 해상무대와 해변에서 열릴 수준 높은 음악 공연은 ‘음악 도시 통영’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통영의 오랜 전통인 누비, 나전, 공예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 작가들이 국내외 공예 페어에 참가하고, 공예기관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이 본격화된다. 브랜드 굿즈 개발, 기초·심화 교육, 공예품 아카이빙, 체험형 여행 패키지 등은 통영 공예의 상품화를 견인한다. 예술이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사고 쓰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2024 통영공예페어
04. 문화, 관광 그리고 시민
예술여행 상품과 체류형 패키지 개발, 가상현실(VR) 아카이빙 등도 진행 중이다. 장인과 예술인들이 국내외 창작자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은 통영만의 문화 교류 모델을 만들고 있다. 동피랑 예술인 주택 정비, 문화기획자 양성, 해설사 교육, 공예 판매장 조성 등 인프라도 함께 구축된다. 그러나 완벽한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피랑마을
05. 씨를 뿌리는 도시, 꽃을 기다리는 시민
지금은 씨를 뿌리는 과정이고, 3년 후에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통영은 문화도시를 꽃피우기 위한 씨를 뿌리는 과정을 겪고 있다. 그 과정 안에 음악이 있고, 공예가 있고, 시민의 목소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통영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진심이 있다. 문화도시 통영은 이제 시작이다. 바다의 깊이처럼, 예술의 결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통영국제음악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