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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2 발행월 : 2025.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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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취향의 발견] 감성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는 경남의 LP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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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2 / 25-07-23 글 정성욱 사진 백동민 양산 뮤직앤비어 사천 ODD 진주 고효

본문

도시의 밤이 깊어질수록, 하루의 속도는 잠시 느려집니다. LP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공간을 채우고, 분위기를 천천히 바꿔놓습니다. 누군가의 선곡이 우연히 마음에 닿고, 조용했던 밤이 특별해지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경남에서 음악을 듣고, 머무르고, 쉬어갈 수 있는 LP바 네 곳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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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고효 

음악이 먼저 흐르고, 대화는 천천히 따라오는 곳


진주 평거동,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벽돌 건물. 유리창 너머로 LP판과 와인 병이 가지런히 놓인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따뜻하게 정돈된 분위기가 시선을 붙잡는다. 안으로 들어서면 낮은 조명과 짙은 우드 톤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공간이 펼쳐진다. 복잡한 말보다 차분한 음악이 더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테이블은 여유롭게 놓여 있어 각자의 감상에 집중하기 좋고, 하이엔드급 스피커는 음악을 더욱 정교하게 들려준다. 벽면을 따라 정갈히 꽂힌 LP들은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셀렉션으로 그날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신청곡은 작은 메모지에 적어 바 앞에 놓으면 된다.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선곡은 공간의 무드를 해치지 않는 곡 위주로 이뤄진다.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프라이빗 룸에서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곳은 음악이 흐르고, 말은 그 뒤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은은한 조도와 나직한 음악 사이에서, 감정도 천천히 풀려간다. 마음을 천천히 비워내고 싶은 밤, 소란했던 하루를 조용히 정리하듯 들러보면 좋겠다.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평거로18번길 3 1층

운영시간: 월~목 18:30~01:00 / 금~토 18:30~01:30 / 매주 일요일 휴무

연락처: 0507-1473-9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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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ODD(오드) 

직접 고른 선곡이 주는 묘한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사천 시내 한쪽, 따뜻한 조명이 번지는 입구 너머로 LP 사운드가 은은히 흘러나온다. 기타리스트 출신 운영자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이곳은, 음악을 중심에 둔 사운드 바다. 낮은 조도와 짙은 우드 톤 인테리어, 바 옆에 정갈히 꽂힌 LP가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한 곡이 끝나고, 턴테이블을 뒤집는 잠깐의 공백조차 고요한 감상으로 이어진다. 그날의 기분에 맞춰 골라낸 음악은 술보다 먼저 다가오고, 그 덕에 잔을 채우지 않아도 충분히 여운이 남는다. 신청곡은 메모지에 남기면 되고, 직접 고른 곡이 흘러나올 때면, 그 순간만큼은 공간이 내 취향에 물든다. 그래서일까, 그 선곡이 주는 묘한 설렘도 오래 남는다. 음악과 공간이 서로의 결을 따라 천천히 스며들고, 잔잔한 흐름 속에서 마음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오래 머물지 않아도 괜찮고, 말없이 흘러간 시간조차 은근한 여운으로 남는다. 소란한 밤보다 취향과 감성에 집중하고 싶은 날, 이곳이 문득 떠오를지도 모른다.


주소: 경남 사천시 사천읍 수양로 8-1 1층

운영시간: 매일 19:00 ~ 01:00 (라스트오더 00:30)

연락처: 0507-1332-9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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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해거름 

해가 지면, 음악이 시작된다


마산합포구 창동의 오래된 골목, 조용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LP 사운드가 문틈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해거름’은 세월을 품은 공간이다. 40년 전 모습 그대로, 계단과 오래된 구조물 위로 음악과 이야기가 덧칠되어 왔다. 간판은 바뀌었지만, 내부의 결은 처음 이곳이 생겼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LP와 술병들 그리고 군데군데 자리한 연극 포스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거름의 분위기를 이끄는 건 손님이다. 팝, 트로트, 재즈, 클래식까지 장르의 경계 없이 손님이 원하는 대로 흐른다. LP가 없어도 괜찮다. 그날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신청해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해거름의 사장님은 손님들의 신청곡이 적힌 쪽지를 하나씩 모아두며, 손님의 음악을 기억해둔다. 손님의 특징과 함께 정성스럽게 기록해 두었다가, 다음 방문 때 조용히 턴테이블에 얹는다. 말 대신 음악으로 인사하고, 노래로 안부를 묻는 방식이다. 그렇게 쌓인 순간들이 이곳만의 정서를 만들었고, 해거름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며 변하지 않는 온도로 누군가를 맞이한다.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 51-8

운영시간: 월~토 19:00~01:00 / 일요일 휴무

연락처: 055-246-8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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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뮤직앤비어 

함께 마시고, 함께 듣는 밤


양산 물금신도시의 한 골목, 핑크빛 외벽이 먼저 반기는 공간이 있다. ‘뮤직앤비어’ 이름처럼 음악과 맥주가 함께 흐르는 곳이다. 문을 열면 거대한 스피커와 빽빽하게 꽂힌 LP, 테이프, CD들이 벽을 가득 채운다. 음악은 손님이 쪽지에 적어낸 신청곡 순서대로 흘러나오고, 신청하지 않아도 남의 취향이 의외로 잘 어울릴 때가 많다. 이 모든 구성은 사장님의 오랜 취향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공연용 드럼과 키보드, 곳곳에 놓인 포스터와 손글씨 메모들이 그 시간을 증명한다. 진심을 담아 쌓은 시간이 공간에 고스란히 배어 있는 덕분일까, 이곳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래서인지 누구의 음악이든, 어떤 장르든 자연스럽게 섞이며 공간을 채운다. 병맥주와 간단한 안주가 준비되어 있고, 외부 음식도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다. 포장한 치킨 한 마리와 좋아하는 노래 몇 곡이면 조용한 밤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먼저 온 단골도, 처음 온 손님도 같은 리듬 속에 편안히 녹아든다. ‘뮤직앤비어’는 그렇게 오래 머물고 싶은 밤을 만든다. 언젠가 다시 떠오를 수 있는, 함께 듣고 함께 나눈 순간들처럼.


주소: 경남 양산시 동면 금오11길 34-7

운영시간: 19:00~24:00 / 일요일 휴무 (22시 이후 손님 없을 시 조기 마감)

연락처: 0507-1427-0677


음악이 스며든 밤, 추억은 늘 그 자리에 

경남의 LP바들은 음악을 중심으로 취향과 기억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공간이다. 신청곡 한 장, 오래된 포스터 하나, 턴테이블 위를 천천히 도는 한 곡의 음악이 사람과 공간을 잇는다. 누군가의 선곡이 문득 마음을 건드리고, 낯설던 장소는 어느새 익숙한 기억으로 물든다.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음악 덕분에, 그 밤은 혼자여도 편안하고 함께여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언젠가 마음이 머무를 곳을 찾고 있다면, LP바에 한번 들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