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 검색

Vol.71 발행월 : 2025. 06

close
게시물 검색

이슈&트렌드 [취향의발견] 짧지만 알차게! - 경남 퀵턴여행

페이지 정보

vol. 71 / 25-06-26 글 정성욱 사진 백동민, 산청군, 사천시, 용궁수산시장

본문

멀리 가지 않아도, 길게 비우지 않아도 괜찮다. 짧은 여정 안에도 충분히 여운을 남기는 여행이 있다. 퇴근 후 떠나는 반나절 여행, 하루면 충분한 1박 2일의 소풍. 마산의 골목에서 레트로와 힙을 동시에 경험하고, 삼천포 항구에서 살아 숨 쉬는 식탁을 만나며, 지리산 품 안에서 깊은 쉼표를 그려보는 시간. 짧아서 가능한 여행, 짧기 때문에 더 깊어지는 순간. 당신만의 속도로, 가볍지만 단단하게 떠나보자.


퀵턴여행 :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짧고 빠르게 다녀오는 여행





1. 마산 창동예술촌

: 레트로와 힙의 조화를 원한다면!

마산 창동(창원시 마산합포구)은 한때 상권의 중심이었다. 낮이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고, 밤이면 간판 불빛 아래 청춘이 모이던 거리였다. 그 거리에 예술가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반부터다. 버려진 가게 자리를 작업실로 바꾸고, 빈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지금의 창동예술촌은 ‘예술촌’이라는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공간이다. 옛 구둣방, 다방, 문구점 등이 형태를 간직한 채 레트로한 외양에 힙한 감성이 입혀져 있다. 독립서점과 사진관, 레트로 카페가 늘어서 있고, 그 사이사이 창작 중인 작가의 작업실이 일상처럼 열려 있어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도 있다.


시간을 되돌린 듯한 벽화 골목을 걷다 보면 이곳의 매력이 단지 ‘복고’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 과거의 흔적을 애써 지우거나 꾸미지 않고, 지금의 감각으로 덧입힌다. 창동예술촌이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오래된 것이 낡음이 아닌, 새로운 언어가 되어 살아 숨 쉬는 곳.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559_2259.jpg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556_8119.jpg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553_6384.jpg

창동예술촌





2. 사천 삼천포용궁수산시장 & 포차촌

: 생동감 있는 현지의 맛을 보고 느끼고 싶다면!

멀리 가지 않아도, 제대로 먹는 것만으로 여행이 되는 순간이 있다. 사천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은 그런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곳이다. 시장 초입부터 줄지어 늘어선 활어 수조, 손질을 기다리는 제철 생선 그리고 숙련된 상인의 손길까지. 수산시장의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생동감이 느껴진다.


시장 안은 선어, 활어, 패류, 건어물, 채소 등 품목별로 섹터가 나뉘어 있어 동선이 편리하고, 가격은 정찰제로 운영돼 어디서든 마음 편히 살 수 있다. 조금만 걸으면 바닷가를 따라 줄지어 선 포장마차 거리, ‘용궁포차촌’이 등장한다. 노을이 내려앉는 바다를 배경으로 모둠회와 꽃게해물탕 한 그릇을 받아 들고 앉으면 긴 설명 없이도 신선한 바다의 맛이 입안 가득 전해진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여행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단박에 지역의 분위기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당일치기에도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식도락 여행지. 경남의 바다와 맛을 빠르게 경험하고 싶다면, 삼천포로 떠나보자.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756_6089.jpg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758_988.jpg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761_9515.jpg
삼천포 용궁수산시장





3. 산청 남사예담촌 & 대원사

: 잠깐이라도 일상을 벗어난 힐링을 원한다면!

한적한 여행을 원할 때, 산청 남사예담촌만큼 짧은 시간 안에 깊은 여유를 주는 곳도 드물다. 마을 이름처럼 이곳은 오래된 ‘담’이 주인공이다. 돌과 흙으로 쌓은 30km에 달하는 담장이 고택과 고택 사이를 잇고, 마을과 마을의 시간을 이어준다.


고택이 오밀조밀 모인 마을은 크지 않다.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지만, 머무는 발걸음마다 자꾸 멈추게 된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지리산 대원사가 있다. 예담촌에서 차로 30분 거리, 울창한 숲과 계곡을 따라 걷는 길 끝에 자리한 대원사는 비구니들이 수도하는 고즈넉한 도량이다. 


사찰 내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가는 길, 흐르는 물, 바위 틈 사이로 이어지는 풍경 자체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숨을 고르게 만든다. 두세 시간만 내도 충분하다. 오래 걷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걸 다 보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들렀을 뿐인데 한참 머문 듯한 그런 여운이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912_9274.jpg

대원사계곡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915_3091.jpg

대원사계곡 - 달콤제이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918_0405.jpg

남사예담촌 염색체험


ceef2331945be03b461162d7f17ce548_1750912920_9175.jpg
남사예담촌 전경





짧기에 더 선명한 순간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긴 시간을 비우지 않아도 괜찮다. 하루의 반나절만으로도 마음이 환기되고, 짧은 여정 속에서도 낯선 감각은 충분히 깨어난다. 오래된 골목이 예술로 다시 살아난 마산 창동, 입안 가득 현지의 온도가 전해지는 삼천포 수산시장, 담장과 계곡 사이로 느릿하게 흐르는 산청의 시간.


단 몇 시간으로도 여행은 완성될 수 있다는 것. 무조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속도보다 밀도, 거리보다 감도. 그 기준을 경남이 다시 제안하고 있다.  이제 여행은 꼭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퇴근 후 반나절, 주말 하루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짧지만 알차게’라는 말이 단순한 수식이 아니라 하나의 여행 태도가 되는 시대. 당신이 짧은 틈을 내기만 하면, 경남은 언제든 그 시간을 채워줄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