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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7 발행월 : 202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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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토크 [이 사람이 사는 법] 시조처럼 음악처럼 쓴다 부른다 - 서일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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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4 / 25-09-26 글 임승주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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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3장 6구 45자라는 틀을 가진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이다. 아무리 하고 싶은 말,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많아도 3장 6구 45자라는 틀 안에 정제하고 또 정제하여 담아내는 것이 시조의 매력이기도 하다. 올해로 등단 36년을 맞은 서일옥 시조시인은 교육자라는 틀 안에서 살아오며 틈틈이 시조를 써왔다. 우리 전통의 호흡과 리듬을 지키며 시조의 아름다움을 알려온 사람, 서일옥 시인의 삶 이야기를 경남문학관에서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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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와의 만남


서일옥 시인은 학창 시절부터 합창단 활동을 해왔고, 음악 교사가 된 뒤에도 학생들과 합창단을 지도하며 삶을 보냈다. 퇴임한 지금도 마산여고 동문합창단과 진해문화원 소속 합창단 두 곳에서 활동할 정도로 노래를 좋아한다. 시조와의 만남은 1970년대 교원예능경진대회를 통해서였다.  


“당시 교원예능경진대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기조가 강했어요. 그래서 대회 분야가 시조, 서예, 한국무용, 국악기 등이었어요. 저야 만년필 하나만 들고 나갈 수 있으니 시조 백일장을 선택했지요. 쓰다 보니 정형률 안에서 우리 민족의 얼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었어요.”


이후 1982년 마포시조문학회 창립 회원을 시작으로 경남시조시인협회, 교원 동아리 활동을 통해 시조에 깊이 매료된 그는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고, 마침내 1990년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조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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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란 무엇인가


시조에는 규칙이 있다. 초장과 중장의 경우 3-4-3-4자 형식을 지키고, 종장은 3-5-4-3자로 총 45자 전후로 써야 한다. 특히 종장의 첫째 음보는 반드시 3자여야 하는데, 시조 특유의 가락을 지키기 위해서다. 시조를 읽다 보면 은근히 리듬감이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조는 우리 민족의 얼과 정서가 응축된 결정체예요. 정해진 음수율 안에서 단 45자 남짓으로 세계와 인간을 담아내야 하니까요. 그만큼 언어를 정선하고 농축하는 힘을 길러줘요.” 


이 때문에 서 시인은 시조를 쓰는 과정을 체로 돌멩이와 흙덩이를 걸러내는 것에 비유했다. 처음에는 넘치도록 많았던 언어들이, 시조라는 체를 통해 거르고 고르고 나면 놀랍도록 산뜻한 이야기가 되어있는 것이다. 교사로, 시인으로 활동하며 문단 안팎에서 시조의 힘을 알려온 서 시인은 특히 우리 교과서에서 시조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교육과정 개정으로 더 이상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같은 시조를 교과서에서 만나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시조는 세계 속에서 한국 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장르인데,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배울 기회조차 잃어버렸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문학이라는 점만으로도 시조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죠. 시조는 고루하다는 생각 대신, 시조의 가치를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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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옥  <크루아상이 익는 시간>

켜켜이 말아 올린 상큼한 언어들이

몸속의 통점을 밀고 부풀어 오르면

꽃잎은 시간을 열고 미소를 짓는다

아가의 살결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마주 보고 새살새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생각의 틈새에서도 푸른 잎이 돋는다

모난 상처들 조금씩 둥글어지고

내일의 꿈을 꾸는 우리들의 어깨 위로

익어서 더욱 소담스런 햇살들 쏟아진다






여섯 권의 시집


서 시인은 등단한 지 13년 만인 2003년에야 첫 시조시집 〈영화스케치〉를 출간한다. 이후 지금까지 동시조집을 포함해 단 여섯 권의 시조집을 냈다. 양적으로는 많지 않으나, 수상의 영광은 자주 찾아왔다. 


“나는 글 쓰는 일에 제 삶을 투신하지는 못했어요. 장학사부터 교육장까지 일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고, 음악과 사람들을 좋아했죠. 그런데도 큰 상들을 받게 된 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서 시인은 전국적으로 권위 있는 가람시조문학상을 비롯해 한국시조문학상, 김달진창원문학상, 노산시조문학상 등 여러 차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0월에는 외솔 최현배 선생의 정신과 문학을 기리는 제9회 외솔시조문학상 수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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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김달진문학제 수상





멈추지 않는 열정


2013년 교육장으로 퇴임하며 교단을 떠난 뒤에도 서 시인은 부지런히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합창단 활동으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시 창작 강의, 학부모 교육, 신인 시인 지도 등 문학 보급 활동까지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다. 문학과 음악, 두 갈래의 열정이 여전히 그의 삶을 밝히는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추천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추진하는 ‘2025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 국비 공모사업 문학 분야에 선정되며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직접 쓴 시조 60편을 오디오북으로 만들고, 북콘서트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년이 없는 게 문학의 매력이지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교사로서, 행정가로서, 시조시인으로서 그리고 지금은 열정적인 실버 세대로서 그는 여전히 쓰고, 가르치고, 노래하는 길을 걷고 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정해진 삶의 시간을 누구보다 리듬감 있게 나누어 사는 그의 삶이 시조와 정말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 마산 출생

· 199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

· 시집 〈영화스케치〉, 〈그늘의 무늬〉, 〈병산우체국〉, 〈하이힐〉, 〈크루아상이 익는 시간〉 발간

· 동시조집 〈숲에서 자는 바람〉 발간

·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마산지부장, 경남문학관 관장

· 가람시조문학상, 윤동주문학상, 김달진창원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경남아동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