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이 사람이 사는 법] 진주검무의 자긍심을 지키는 사람 - 진주검무 예능보유자 유영희
페이지 정보
vol. 71 / 25-06-26 글 김수미 사진 백동민, 진주검무보존회본문
유영희 예능보유자는 후학들에게 검무를 가르칠 때면 절대 의자에 앉지 않는다. 아무리 쉬는 시간이라도 한번 편한 자세로 있기 시작하면 마음이 느슨해진다는 이유다. 스승의 그림자를 보고도 배울 후배들 앞에서 긴장을 놓지 않겠다고 말하는 유영희 예능보유자. 그는 국가무형유산 진주검무 예능보유자이자 진주민족예술보존회 이사장이다. 진주검무를 이야기할 때 반짝이는 그의 눈빛에서 시대와 나이를 초월하는 힘이 느껴졌다.
유영희 예능보유자
유연한 장인의 선택, 전통의 리듬을 바꾸다!
15년 전 진주에서 개최한 제91회 전국체전 폐막식에서 선보인 진주검무 공연은 파격적이었다. 전통처럼 느린 음악 대신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50명의 사람들이 검무를 췄던 것이다. 공연은 마치 매스게임을 방불케 했다. 진주검무는 느린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는 기존의 통념에선 파격적인 변화였다.
“2016년 가요무대 진주 특집 때는 트로트 음악에 맞춰서 진주검무 오프닝 쇼를 선보이기도 했어요. 진주검무의 원칙을 두되 변화를 준 거죠. 요즘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은 박자가 빠르잖아요.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진주검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연주곡의 템포는 빠르게 가되 스토리는 살렸죠.”
당시에는 파격이었지만, 유영희 예능보유자의 선택은 결국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호응이 좋았다. 이후 후배들도 진주검무의 형식을 지키면서도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과감히 선보이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어렵게 여기는 전통예술을 어떻게 하면 쉽고 편안하게 전달할지 요즘도 고민이다.
유영희 예능보유자
민족 정기의 춤, 진주검무
진주검무는 진주 지방의 교방에서 전승되어 온 여성 검무다. 대궐 안에서 잔치를 할 때 행하던 춤의 하나로, 1967년 1월 16일 대한민국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은 궁중무용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검무이기도 하다. 또한 연출 형식, 춤가락, 칼 쓰는 법 등 모든 기법이 과거 궁중에서 열던 검무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예술적인 가치도 높다.
“진주검무는 민족 정기의 춤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충효와 호국의 의미가 모두 들어가 있죠.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마음, 위기와 혼란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뜻이 모든 춤사위에 반영되었어요. 진주검무를 아는 일은 우리 역사를 아는 일이기도 해요.”
진주검무
어떤 상황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춤의 열정
춤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에 생기가 도는 사람. 유영희 예능보유자는 예술을 사랑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시조창과 기타를 치며 노래하기를 즐겼고, 어머니는 강순영 선생에게 가야금을 배웠다. 2대 진주검무 예능보유자인 성계옥 선생이 집으로 찾아와 검무를 배워볼 것을 권한 것을 계기로 춤에 입문했다. 어릴 적부터 노래와 춤을 좋아했던 그는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2010년 진주검무 예능보유자가 됐다.
유영희 예능보유자의 춤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졸업 후 일본 유학을 고민하던 차에 결혼을 하게 된 이후로 두 아이의 출산, 육아를 거쳤다. 사랑하는 춤을 멈출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그는 당시 텔레비전에서 춤추는 모습만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애가 탔다고 했다. ‘춤을 추고 싶다. 내 안에 춤이 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유영희 예능보유자는 다시 무대에 올랐다. 78세에 이르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진주성 야외 특별무대(의암별제 헌무)
전국 어디든 진주검무를 보고 싶다면 간다
유영희 예능보유자는 진주검무 수업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부산과 서울에 오간다. 후학 양성을 위해서다. 어릴 때부터 쉽게 전통예술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내의 초·중학생을 꾸준히 만나기도 한다.
“어릴 때 몸으로 접한 예술은 어른이 되어서도 잘 잊히지 않잖아요. 우리 전통예술을 친근하게 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고 있어요.”
그는 진주검무를 보기 원하는 관객이 있다면 전국 어디로든 달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악사만 8명, 무용수만 8명인 많은 인원이 이동함에도 어디서든 진주검무를 알릴 수 있다면 여전히 앞장서는 유영희 예능보유자다. 그의 강한 책임감의 바탕에는 진주검무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영희 예능보유자는 진주검무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팁을 전했다.
“진주검무는 궁궐에서 공연했던 춤입니다. 내가 지금 조선시대에 와있구나, 오늘은 내가 중전이고 세자며, 대비고 왕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보세요. 능청스럽게 거드름도 피워보시고요. 그러면 진주검무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올 거예요.”
유영희 예능보유자
국가무형유산 진주검무 예능보유자
(사)진주민속예술보존회 이사장
진주유등축제제전위원회 위원
진주시축제위원회 위원
진주논개제 100인검무 기획 및 지도(2017~18, 20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