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세계 속 경남] 경남에서 세계로, 전통의 미래를 연다 - 경남청년예술단체 제나
페이지 정보
vol. 70 / 25-05-26 글 김보배 사진 제나밴드본문
경남 청년예술단체 제나(GENA)가 한국 전통음악의 깊은 울림을 새롭게 해석하며, 세계 음악 무대에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색을 확장해가고 있다. 2024년 캐나다 월드뮤직페스티벌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제나는, 올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단독 콘서트를 통해 자신들의 비전을 한층 더 확장할 예정이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울림이 세계를 향한 거대한 서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남청년예술단체 제나 단체사진
제나(GENA), 이름에 담긴 철학
제나는 2015년 상명대학교 문화기술대학원 뮤직테크놀로지학과에서 ‘제나탱고’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탱고 스터디 밴드에서 출발했다. 이후 국악과 월드뮤직을 접목하는 활동을 이어오며 팀의 지향점을 확장했고,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의미로 팀명을 ‘제나(GENA)’로 변경했다. 팀명 ‘제나’는 순우리말 ‘오로지 나 자신만의’ 와 라틴어 ‘GENA(얼굴, 볼)’ 를 결합한 것이다. 이는 ‘한국의 시선으로 월드뮤직을 바라본다’ 는 뜻으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제나의 음악적 철학을 담고 있다.
국악과 월드뮤직, 경계를 넘는 사운드
초기 탱고와 국악의 융합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왔던 제나는, 시간이 흐르며 라틴, 재즈 등 다양한 월드뮤직 요소를 포용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탱고의 정서와 국악의 가락, 장단이 결합된 제나의 음악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고도 친근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탱고라는 장르의 고정된 이미지가 오히려 제나의 다양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고, 2020년 2집 앨범 ‘제나’를 기점으로 음악적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밴드에서 보컬과 바이올린을 담당하는 이소연 대표의 말처럼, 제나는 현재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국악과 월드뮤직의 접점을 탐구하며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악기(아쟁, 해금, 대금)와 양악기(바이올린, 반도네온, 베이스, 드럼, 건반), 음향·무대 감독까지 포함한 10명의 오케스트라형 밴드로, 각 악기의 개성과 융합을 통해 입체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국내외 무대에서 빛난 제나의 울림
제나는 2018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한국 대표로 참가해 21회의 단독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2019년 주중한국문화원(베이징), 2020년 워싱턴한국문화원, 인도네시아 SIPA 등 해외 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국내 무대에서는 특히 2019년 경남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제나, 시간의 경계에 서다’를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꼽았다.
당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지역문화예술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된 프로젝트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제나의 가능성을 입증한 공연이었다. 해설 없는 무대, 현대무용과 영상효과를 결합한 연출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관객과 깊은 교감을 이끌어냈는데, 이소연 대표는 “그 공연에서 얻은 경험과 관객들의 반응이 지금까지 제나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2024 캐나다 SUNFEST, 한국 대표로 서다
2024년 제나는 한국-캐나다 상호문화교류의 해 민간공식인증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지원으로 캐나다 SUNFEST 월드뮤직 축제에 참가했다. 더불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해외시장진출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어,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공연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캐나다 현지에서 진행된 두 번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첫 공연을 보고 감동받아 다시 찾았다”는 관객들을 포함해, 제나의 음악적 완성도와 독창성에 대한 호평이 쏟아져 나왔다.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캐나다 SUNFEST 월드뮤직 축제에 참가
캐나다 SUNFEST 월드뮤직 축제에 참가
2025 프랑스 파리 단독 콘서트, 새로운 전환점
2025년 제나는 프랑스 파리에서 2회의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이번 공연은 현지 기획사의 프로젝트로 진행되는데, 제나의 음악만으로 채워지는 본격적인 단독 무대다. 아르헨티나 탱고가 프랑스를 거쳐 독자적 스타일로 발전했듯, 국악과 월드뮤직을 융합하는 제나의 음악이 프랑스 무대에서 어떤 울림을 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공연은 제나에게 새로운 전환점이자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음악과 진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이소연 대표도 공연을 준비하며 경남의 창작팀으로서 책임감과 기대를 함께 느끼고 있다.
경남에서 시작된 세계로의 여정
제나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오로지 우리만의 시각과 감성’으로 한국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단순한 악기의 혼합이 아닌, 한국의 장단과 세계의 리듬, 한국의 가락과 다양한 문화의 선율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는 것.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예술단체로서, 제나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창작과 도전을 통해 한국 전통의 세계화를 향한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