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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7 발행월 : 202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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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토크 [이 사람이 사는 법] 낯선 작품의 세계로 관객을 이끄는 안내자 - 도슨트 홍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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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3 / 25-08-27 글 김달님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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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차 전문 도슨트 홍미옥  |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좋은 가이드를 만나면 풍경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평범해 보이던 장소도 고유한 이야기를 품게 되고, 스쳐 지나가던 장면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전시장에서 도슨트의 역할도 같다. 작품을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세계로 다정하게 관객을 안내하는 사람. 지난 12년 동안 경남 곳곳의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길잡이가 되어온 홍미옥(66) 도슨트가 바로 그런 해설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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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전시장에서 다시 찾은 길

홍미옥 도슨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 미술 교사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결혼과 함께 오랜 시간 가정에 전념하는 삶을 선택했다. 당시는 여성의 성취보다 결혼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던 시절이었고, 그는 그 삶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내가 없는 삶’이었다. 그렇게 50대 중반이 되었을 때,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자각이 찾아왔다. 전업주부가 아닌 ‘홍미옥’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은 그를 다시 미술의 세계로 이끌었다. 2013년의 일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창원에는 영화관도 미술관도 없던 시절이라, 간혹 서울과 부산에 좋은 전시가 열리면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을 찾아가곤 했어요. 당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그들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기도 하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저에게 남아있었는데요.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도슨트를 접하게 된 거예요. 나도 할 수 있을까?’ 의문도 있었지만 미술을 전공했고, 평소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잘 맞을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2013년, 그는 경남도립미술관 도슨트에 도전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지원자 대부분이 20대 청년이었고, 유일하게 50대였던 그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기회는 곧 찾아왔다. 이듬해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사물의 모험-아르망의 아틀리에의 도슨트로 발탁된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선 미술 현장이었기에 그는 밤을 새우며 준비했다. 스스로 온전히 이해해야만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공부했고, 양육자의 경험을 살려 어린이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게 활발하게 참여를 이끌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같은 전시를 두세 번 듣는 관람객도 있었고, 전시 리뷰에는 도슨트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이 경험을 계기로 그는 경남도립미술관 전문 도슨트와 전시교육강사로 5년간 근무했고 이후 창원문화재단 기획전시에도 수차례 참여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손으로 인생 2막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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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눈높이에서 사람의 이야기로

홍미옥 도슨트는 말한다. 오랜 시간 주부로 살아오며 관객의 자리에서 미술관을 경험한 시간이 지금의 전문성을 키워주었다고. 관객의 눈높이에서 작품을 바라본 경험이 있었기에, 무엇이 어렵고 어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하는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해설은 언제나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작품 기법과 미술사적 배경 뿐만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또한 그의 해설은 늘 관객의 삶으로 확장된다. 작가의 생애, 시대 상황, 인간적인 고민까지 풀어내며 관객들이 작품 속에서 자기 삶을 비춰볼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성산아트홀에서 진행한 로즈 와일리 전시에서는 그림을 잘못 그렸을 경우 새로 다시 그리지 않고, 잘못 그린 부분에 캔버스천을 덧대거나 흰색을 덧칠하여 다시 그리고 수정해가며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을 설명하며, 우리 삶도 실수했다고 찢어버릴 게 아니라 덧대고 고쳐가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전하는 식이다. 그의 해설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들이 생겨나는 이유다. 이런 태도는 철저한 공부에서 비롯된다. 그는 미술뿐 아니라 철학, 인문학, 심리학, 역사까지 폭넓게 탐구하며 작품을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또한 그는 도슨트의 역할을 여행 가이드에 비유하며, 이 비유 속에서 전문 도슨트 양성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좋은 가이드를 만나면 낯선 여행지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만, 준비가 부족한 가이드를 만나면 최고의 장소도 무의미하죠. 전시도 똑같습니다. 관객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작품이 전혀 다르게 다가와요. 전문성을 갖춘 도슨트가 많아질수록 지역의 전시도 풍성해지고, 관객들의 경험도 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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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곁에서 도슨트로 살아가는 꿈 

지금까지 약 40회의 전시를 맡아온 그는, 그중에서도 지난해 3·15아트홀에서 열린 〈브라이언 레 창원 특별전〉을 특별히 기억한다. 작가에 대한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는 젊은 도슨트들과 함께 직접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 질문을 이어갔다. 이 진심 어린 관심에 감동한 작가는 스웨덴에서 직접 창원을 찾아왔고, 소규모 전시였음에도 하루 1,2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들었다. 도슨트 해설 횟수를 두 배로 늘릴 만큼 뜨거운 호응이었다. 특별히 마음에 남는 관객도 있다. 유치원생 때 그의 해설을 들었던 아이가 초등학생, 중학생이 되어 다시 찾아와 “어릴 때 선생님 설명을 들었다”고 반기는 순간, 혹은 전업주부로 지내다 그의 활동에 감명받아 도슨트에 도전했다는 이들을 만날 때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삶을 움직였다는 사실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홍미옥 도슨트의 행보는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오는 9월에는 창원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단청, 시간의 채색 전시에서 해설을 맡는다. 그는 “블랙핑크의 코첼라(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 스트레이키즈 ‘소리꾼’ 뮤직비디오에도 단청과 한국 전통 건축물이 등장한다”며, K팝과 전통 미술을 연결해 관람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고 했다.


“저에게 도슨트는 탈출구이자 숙명 같은 일이에요. 예술가들의 세계를 파고들며 제 예민한 감수성을 이해할 수 있었고, 작품을 전하는 과정에서 저 역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가능한 한 오래 전시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의 바람처럼, 지난 12년간 관객과 함께 걸어온 발걸음은 앞으로도 전시장의 불빛 속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다.




MINI INTERVIEW

Q. 도슨트에 도전하고 싶다면?

A. 미술사·역사·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폭넓게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열정과 성실함, 친화력, 바른 태도가 중요하지요. 문화적 감수성도 큰 힘이 됩니다. 작품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데 섬세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경험을 쌓는 것도 좋고, 최근 생긴 경남도립미술관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