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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7 발행월 : 202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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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토크 [주목! 청년예술인] 내가 쓴 이야기가 우리가 꿈꾸는 무대로 - 김해율하고 연극동아리 <유벤타스> 연출 김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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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5 / 25-10-31 글 김달님 사진 백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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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하나뿐인 백화점이 있다.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물건이 아니다. 그보다 더 소중하고 귀한,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곳. 이름하여 ‘기억백화점’이다. 어느 날,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딸이 그곳을 찾아온다…. 이 특별한 이야기는 지난 8월, 김해율하고 연극 동아리 <유벤타스>가 제29회 대한민국청소년연극제 본선 무대에서 선보인 작품 <기억백화점>의 줄거리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이 작품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김연지 연출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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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쓰기 시작한 나만의 희곡, 기억백화점

김연지 연출이 <기억백화점>의 초안을 쓴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우던 그에게 언니가 청소년 극단에 가볼 것을 권했다. 그곳에 가면 연기도 배우고 무대에도 설 수 있을 거라며. 그렇게 찾아간 극단에서 그는 처음으로 희곡의 세계를 만났다. 대사와 지문, 해설로 이루어진 글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순간은 강렬한 울림을 남겼고, 그 경험은 곧 ‘나만의 희곡’을 쓰고 싶다는 꿈으로 이어졌다.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이어령 작가님의 희곡 <기적을 파는 백화점>을 접했어요. 처음에 제목을 ‘기억을 파는 백화점’이라고 잘못 읽었는데, 그런 백화점이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중 ‘엄마의 엄마가 되었다’라는 공익광고를 보게 됐어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보호자가 된 딸의 이야기였는데요. 그 광고가 큰 영감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기억백화점’을 찾아가는 모녀의 이야기를 쓰게 됐어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반년 가까운 시간 끝에 완성됐다. 아쉬움도 남았지만, 자신의 작품이 처음 무대에 올랐던 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특히 엄마 역을 맡은 배우가 대사를 훌륭히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았을 땐 눈물이 날 만큼 벅찼다. 그 경험 이후 김연지 연출은 자연스럽게 김해율하고에 진학했고, 연극 동아리 <유벤타스>의 문을 두드렸다. 계속해서 무대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2학년이 된 올해, 그는 <유벤타스>와 함께 자신의 희곡 <기억백화점>으로 대한민국청소년연극제에 도전했다. 


“작년에 저희 <유벤타스>가 예선에서 아쉽게 떨어졌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꼭 1등으로 예선을 통과해 경남 대표로 본선에 가고 싶었어요. 제가 쓴 희곡으로 연출과 연기까지 맡은 터라 부담도 있었지만, 그만큼 자신도 있었어요.”


6월 예선을 앞두고 <유벤타스>는 수업이 끝난 저녁은 물론 주말에도 학교에 모여 연습을 이어갔다. 조명과 음향, 소품, 의상까지 직접 조율하고 챙기며, 말 그대로 ‘우리가 만드는 연극’에 몰두한 시간이었다. 주말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시켜 먹다 보니 같은 브랜드 케첩 봉지가 수북이 쌓일 정도였다. 그렇게 쌓아 올린 노력 끝에 <유벤타스>는 예선에서 1등을 차지했고, 경남 대표로 전국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예선에서 1등을 했다는 결과를 들었을 때,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본선에서는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자 마음을 다잡고 무대에 올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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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험한 최고의 무대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객석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엔딩 장면에 이르자 공감과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하고 싶었던 김연지 연출의 바람이 그대로 전해진 순간이었다.


“관객들의 기억에 남으려면 먼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래 관객들이 많을 거라 예상해 그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들을 많이 넣었는데, 그 덕분인지 웃음소리가 많이 들려서 뿌듯했어요. 그리고 극의 마지막에는 딸이 관객에게 전하는 독백이 있어요. ‘무엇이든 끊임없이 사랑해 봐라. 그렇다면 여러분의 인생에도 기억백화점 같은 기적이 찾아올 것이다’라는 내용인데, 관객들에게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잘 전해진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유벤타스>는 이번 대한민국청소년연극제에서 연출상을 수상했다. 김연지 연출은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작가와 연출, 배우의 역할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벅찬 기쁨을 느꼈지만 함께 노력한 친구들과 단체상을 받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연출인 제 말을 잘 들어주고,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에 참여해 각자 맡은 역할을 성실히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여러 번 <기억백화점>을 무대에 올렸지만, 올해 <유벤타스>와 함께한 이번 공연이 최고였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무대를 향한 꿈은 계속된다 

김연지 연출은 현재 연극영화과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열세 살부터 품어온 배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유벤타스> 활동을 하며 작가와 연출을 경험한 덕분에 배우로서 더 넓고 깊은 시선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연출가의 눈으로 자신의 연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무대에 배우로 서본 경험은 관객과 호흡하는 법과 담력도 함께 키워주었다. 


“앞으로 어떤 무대에 서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때마다 제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래서 결국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김연지 연출과 <유벤타스>가 함께하는 <기억백화점> 무대를 보지 못해 아쉬운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다가오는 11월 16일 저녁 7시, 김해서부문화센터에서 <기억백화점>이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연극의 매력은 같은 무대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관객이 마주하는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순간을 함께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김연지 연출과 <유벤타스>가 함께 펼쳐나갈 새로운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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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지 학생은 <기억백화점>의 극본, 연출, 연기(엄마 역)를 함께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