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이슈진단] 로컬문화콘텐츠의 동(動)적 역량 구현을 위한 네 가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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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2 / 25-07-23 글 류정아본문
지역의 고유한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지역에서만 찾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내 지역의 지역 문화 콘텐츠 가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문을 두드리는 외부인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지역 내에서 메아리 없는 외침에 진을 빼는 것, 파이를 키울 생각은 안 하고 그 파이만 먼저 먹겠다고 싸우는 것, ‘문화’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라고 불평만 늘어놓는 것 등은 그만하자.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지역 지역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가치 구현을 위한 실천 전략을 고민할 때이다.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직접 글로벌 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너무나 평범한 진리를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문화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고, 그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문화의 동적 역량에서 부가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 몸도 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사실 기발하게 새로운 의견은 아닐지라도, 다시 한번 문화를 움직이게 하는 몇 가지 실천 전략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지역’이라는 ‘우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지역이라는 ‘알’을 깨야 세계가 보인다. 더군다나 경상남도는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도 차원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다. 아마 이 점이 경남 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원인이 아니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뭐 그리 답답한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터이니···. 그러나 이제는 지역 내 젊은 인력, 또는 전문 인력의 해외 진출과 해외 경험 기회를 확대하고, 전문가, 청년들을 경남 지역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역점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래야 경남 지역에 젊은 인력이 더 많이 모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광주광역시는 ODA(공적 개발 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난양,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태국 치앙마이, 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의 청년 예술인과 ‘아시아문화탐험대’를 구성하여 각 도시의 문화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각국의 문화예술인과 대학, 예술인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도시를 순회하면서 움직이는 E-Museum, 공부방 미술관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였고 결과물을 각 지역에 남겼다. 지역 내부 인력을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글로벌 수준에서 문화예술 교류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확장시켜 얻어낸 성과들이다.
둘째, 해외 한국 공관을 경남의 문화홍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재외 한국문화원은 총 30개국에 35곳이 있다. 이 중 로스앤젤레스(LA), 베이징, 상하이, 도쿄, 파리, 뉴욕 등에서는 코리아센터로 운영되어서 관광공사, 콘텐츠진흥원, 세종학당, 영화진흥위원회, 문화유산재단 등의 기관들이 같이 입주해 있다. 또한 한글을 교육하는 세종학당은 전 세계에 264개가 있다. 언어가 문화의 전달체라고 볼 때, 엄청난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기관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모두가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 이들 기관에 홍보물을 전달하거나 또는 간단히 홍보 이벤트만 벌여도 그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게 될 것이다.
셋째, 경남 문화기관과 해외 도시 대표 문화기관의 직접 교류 사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창원시립문신미술관,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전혁림미술관, 사천항공우주박물관, 함안박물관, 합천박물관, 성보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등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홍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충분한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국제적 문화교류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때이다. 문화유산이나 작품의 직접적인 교류도 가능하고, 미디어아트 기법을 활용한 영상 공연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재원은 단순한 소비성 예산이 아니라 향후 더 많은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넷째, 유네스코 유산을 활용한 유산 네트워킹 활동만으로도 경남의 고유하면서 세계적인 유산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문화유산으로는 김해 대성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해인사 장경판전, 함양 남계서원,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등이 있다. 기록문화유산으로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는 영산줄다리기, 고성오광대가 있다. 창의도시로는 김해와 진주(공예와 민속예술), 통영(음악) 등이 있다. 유네스코 유산 보유 도시로 지정받기 위한 노력까지는 열심히 하지만, 일단 지정되고 나면 모두 손을 놓아버린다. 지정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건만 지정만이 담당자 성과로 인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유산 유형별로 유산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유사한 유형을 보유한 도시와 유네스코 유산의 보존과 활용 그리고 새로운 응용 콘텐츠 창조 등과 관련한 전문가 심포지엄이나 전문가 교류 프로그램 운영, 또는 학생들이나 청년들 간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와 이해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경남에서 이미 시도되고 있는 것들도 많으리라 판단되지만, 추가해서, 이러한 전략들이 경남 지역에서 잠자고 있는 움직이는 실천력의 불씨를 좀 더 강하게 깨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