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주목! 청년예술인] 각자의 빛으로 물든 여섯 개의 창작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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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2 / 25-07-23 글 화유미 사진 홍순천 D.D.ART본문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올해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여섯 명의 작가가 상주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소위 ‘D.D.ART 레지던스’는 안정적인 창작 공간을 제공해 창작 역량 강화와 예술 교류 등에 의의를 둔다. 천원식 기획자의 지원 아래 서미자, 유재현, 박소형, 박준우, 방상환, 조현수 작가는 각자의 작업실에서 오직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D.D.ART 레지던스로 모이다
‘D.D.ART 레지던스’는 올해 천원식 작가의 기획하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있다. ‘비상등’이라는 주제로 ‘비워라 마음을, 상상을 펼쳐라 머리로, 등불처럼 창작의 열정을 태워라’라는 내용을 담았다. 기성 작가 두 명과 청년 작가 네 명이 레지던스의 주제에 걸맞게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서미자 작가는 인간과 무한한 우주 에너지의 가교(symphony2)라는 주제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고, 유재현 작가는 한지를 이용해 평면적인 입체 작품을 만들고 있다. 박소형 작가는 주관적인 감정들을 상자를 이용해 그려내고, 박준우 작가는 가까이 있거나 자주 곁에 있는 대상들을 그린다. 방상환 작가는 도형을 활용해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내는 회화 작업을, 조현수 작가는 중첩된 색채의 반복으로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불투명 수채화로 회화와 설치 작업을 한다.
서미자 작가 “제가 10년 넘게 ‘심포니’라는 주제로 작업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한데, 익숙한 작업실 환경에서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거예요. 이번 레지던스를 계기로 색다른 공간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지 않을까 합니다.”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들은 의외로 비슷한 이끌림으로 레지던스에 지원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고, 무엇보다 다른 레지던스보다 좋은 환경이라는 점도 끌렸다.
방상환 작가 “저도 환경의 변화가 있었으면 했어요. 기존 작업실과 다른 환기되는 장소가 필요했고요. 작가 활동을 할 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는 게 개인적인 활동도 연장시켜 주거든요. 지원 프로그램으로 제 작업도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박준우 작가 “주변에 양파 밭이나 모내기한 논, 낙동강처럼 예쁜 풍경이 많아요. 저는 실제로 바라보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반은 관찰이고 반은 그리는 과정이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을 마치면 나가서 많이 그려보고 싶어요. 작업실이나 생활하는 공간이 편안해서 작업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점도 좋아요.”
2025 K-Art Global 한일교류전
지역연계프로그램 포토죤 만들기
즐거운 레지던스 생활
“준우 쌤, 나 먹물 조금만 빌려줘”라며 서미자 작가가 박준우 작가에게서 먹물을 조금 얻어 간다. 박준우 작가는 먹물이 묽다며 검은색 물감도 덜어준다. 작가들끼리의 소소한 나눔이 정겹다. 서미자 작가는 박준우 작가보다 한참 선배지만 레지던스 생활에서 나이나 세대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롯이 서로의 작품 세계를 존중하며 동료 작가로 받아들인다.
박소형 작가 “선배 작가님들이 정말 잘 챙겨주세요. 작업이 잘 안 풀릴 때 조언도 자주 해 주시고요. ‘어느 아트 페어에 나갔을 때 이랬다’ 같은 생생한 경험담도 나눠주세요. 선후배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작가들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교류하기 힘들었던 선후배 작가들과 교류함으로써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서로의 작업 과정을 보며 창작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무엇보다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동질감으로 공감대도 형성한다.
조현수 작가 “처음에 레지던스 올 때 사실 걱정을 좀 했었어요. 선배 작가님들 계신다는데 무서우면 어떡하지 하고요. 그런데 서미자, 유재현 작가님부터 천원식 기획자님까지 정말 잘해주시고, 공동 작업할 때도 배려를 많이 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나이 들어가면서 어떻게 작가 생활을 계속해 나갈까 하는 고민도 있는데, 선배님들처럼 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4월에 입주를 한 작가들은 5월에 있었던 오픈 스튜디오와 포토존 만들기를 함께 하면서 서로가 구축한 세계를 마주 보고 밀도 있게 이해했다. 6월 한일 교류전을 통해 일본 <도쿄도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추억도 가득 쌓았다.
유재현 작가 “인정하는 데에서 공감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오픈 스튜디오 전에 서로의 작업실을 보지 않은 건, 독립된 공간과 작업을 존중해서 불필요한 간섭은 없앤 거죠. 일본에 갔을 때도 같이하는 일정 외에는 자유롭게 나눠서 화방도 보고 전시 관람도 하고요.”
작가들은 앞으로 9월 30일까지 개인별 작품 준비와 함께 지역 주민들과 ‘문화 농사’라는 체험 교실을 진행한다. 역량 강화 사업인 일대일 평론가 멘토링과 제주도 교류전도 마치고 나면 마지막 결과전만 남는다. 각자 작업에 성실히 임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며 자신을 알아가고, 관객들과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여섯 개로 나뉘어 있던 세계가 한 전시관에서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