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토크 [PLAY 경남] 뮤지컬 독립영화 '경성유랑극단' 박진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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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6 / 25-11-27 글 화유미 사진 백동민본문
박진용 감독이 걸어온 길은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이어져 있었던 듯하다. 밴드 드러머로 시작해 뮤지컬 작가와 연출가로서 수많은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면서 그는 지역 기반 창작 뮤지컬의 보편화와 확장을 꿈꿨다. 최초 구상부터 개봉까지4년의 긴 여정을 거친 〈경성유랑극단〉은 장르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도약을 시도한 박진용 감독의 열정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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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이 일제강점기라면
감독 데뷔작으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자 뮤지컬 영화를 선택하다니. 심지어 촬영의 90%는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진행했다. 시나리오부터 장르, 촬영 장소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았을 것 같은 영화가 바로 <경성유랑극단>이다. 박진용 감독은 ‘내가 저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에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가 시대극을 좋아하기도 하고, 가지고 있던 뮤지컬 작품 중 하나를 영화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아무래도 영화에서는 미장센이나 색감 같은 영상미가 중요하잖아요. 이 시대가 영상으로 담아내기에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게다가 일제강점기는 슬픈 과거지만, 이야기 소재가 무궁무진합니다. 또한 저에게 그런 극한의 상황이 주어진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첫 영화의 주제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뮤지컬 영화를 고향에서 찍고 상영관에 걸고 나니 ‘이걸 내가 진짜 해냈구나’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과 함께 하나하나 계획대로 꾸준히 해왔다는 성취감에 벅차올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지 두렵기도 했다.
“서울에서 첫 시사회를 할 때까지 배우들도 완성된 작품을 못 본 상태였어요. 그래서 더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사회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같이 웃고 울면서 공감해 주시고, 지역에서 만든 독립영화인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어떤 분은 엔딩크레디트를 보니까 감독이 제작, 연출, 시나리오, 작사, 작곡까지 이름이 올라있던데 어떻게 다 했느냐고 놀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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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유랑극단> 촬영 현장
#2.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는 생계를 위해 일제를 찬양하는 공연을 올리는 한 유랑극단에 총상을 입은 독립군 상철이 숨어들면서 시작된다. 유랑극단 단원들의 부탁으로 상철을 돕는 간호사 연화는 조국의 대의와 당장의 생존이라는 현실 앞에서 고뇌한다. 박진용 감독은 극중 인물들의 캐릭터와 서사만큼 뮤지컬 요소에 많은 공을 들였다.
“뮤지컬 영화다 보니까 오디션을 볼 때 노래 실력을 중점적으로 봤어요. 독립군 상철 역을 맡은 조상웅 배우 같은 경우는 뮤지컬 〈빨래〉의 주연 솔롱고 역을 하고 있었고, 추자 역을 한 친구는 당시 중3으로 사천학생뮤지컬단에 있었어요. 배우들 모두 오디션을 보고 수소문도 해 가면서 역할에 딱 맞는 인물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쳤죠.”
극단 서사에 대한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무대 위의 느낌을 살린 연출과 더불어 음악과 스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었다.
“배우들이 미리 녹음된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촬영하다 보니까 입 모양과 소리의 싱크를 정확하게 맞추는 부분이 가장 신경 쓰였어요. 배우들에게 호흡 소리 하나까지도 녹음할 때와 똑같이 해달라고 주문했죠. 우리는 예산이 없어 찍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몇 컷 안에 꼭 찍어야 한다고요. 그리고 시대극이라 소품이나 의상에 대해서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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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와 서울에서 열린 시사회 현장
#3. 장르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
박진용 감독이 자신의 뮤지컬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고민에 대한 해답은 영화였다. 장르를 넘어가면 지역의 경계도 허물어지지 않을까. 2017년, 그가 영화 제작을 결심했을 당시에는 경남의 영화 제작 인프라가 지금보다 열악했다.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거의 없던 시기였습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영화제작 아카데미가 큰 도움이 됐죠. 1년 동안 일주일에 창원을 두 번씩 오가며 준비했어요. 최정민 감독님에게 영화 이론부터 시나리오 제작, 촬영, 후반 작업까지 영화 제작 전반에 대해 배웠습니다.”
한정된 예산과 부족한 인력과 인프라 속에서도 모든 장면을 공들여 찍고자 노력했지만 더 찍고 싶어도 찍을 수 없는 상황은 힘들었다. 그럼에도 박진용 감독은 아무도 하지 않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오히려 제가 첫 시도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였다면 아예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뮤지컬을 만들어서 공연도 하고 영화로 제작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그의 첫 시도는 지역의 경계를 넘어 세계의 무대로 나아간다. 〈경성유랑극단〉은 싱가포르, 대만, 인도 등 15개국 해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도 뮤지컬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역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박진용 감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