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 예술바람, 날 쫌 보소~

제4기 경남문화기자단 김성대

“내 나이가 어때서~” 밀양 어르신들의 이유 있는 ‘춤바람’

가을 하늘과 여름 햇볕이 공존했던 지난 5월 31일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인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프로그램 이름은 ‘춤바람, 예술바람, 날 쫌 보소~~!’.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며 미르필문화예술센터와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이 협약·운영하고 있는 경남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사업의 일환이죠.

해당 사업은 2019년 4월 5일~10월 25일까지 29주 동안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들로 꾸며집니다. 프로그램에는 주강사 1명과 보조강사 1명, 특강강사 2명 등 총 4명의 강사가 배치되는데요. 평소 제대로 된 문화예술교육을 접하기 힘들었던 밀양시와 인근 지역 노년층 분들이 예술로써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은 도와나갈 예정입니다.

5월 31일 오전 밀양종합사회복지관 3층에서 ‘춤바람 · 예술바람’ 첫 번째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밀양시 소재 학교 교장 출신 서예가인 박영석 선생이 수강생들을 지도 중이다.

60세 이상 어르신 대상은 처음...‘학습’이 아닌 ‘즐기는’ 것

밀양종합사회복지관 3층을 찾은 기자는 이 사업을 기획한 기획코디네이터 조미경 씨와 한국무용가 이필호 씨(이필호무용단), 그리고 전 밀양미협지부장이었던 서예가 박영석 선생을 만났습니다. 이 분들 중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경남예술강사이기도 한 이필호 씨는 밀양에서 태어나 40년 넘게 밀양에서 생활·활동하고 있는 '밀양 토박이'로, 현재는 의창노인종합복지관에서 아르떼 예술강사로 활약 중이시더군요.

이날은 ‘춤바람 · 예술바람’이라는 교육 주제를 다루는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교육은 두뇌자극 뇌 건강 체조, 나는 무용가, 나만의 스카프춤·댄스의 순정 순으로 진행됐어요. 서로를 어색해하면서도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나가는 ‘소통의 춤과 음악’이 수강생들에게 건강하고 유쾌한 심신을 선물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눈을 맞추고 몸을 부대끼며 음악과 춤을 기분 좋게 감당한 수강생들은 곧 옆방으로 옮겨 감성을 다스리는 캘리그라피 수업을 받았습니다.

밀양에서 열린미술학원을 운영하는 기획코디네이터 조미경 씨는 “이 사업은 경남지역특성화 사업에 포함되는 것으로, 14개 경남 지자체들이 각자 다르게 기획한 프로그램들 중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 공식적으로 선택받은 사업이에요. 이번처럼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이는 학습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에 가까워요”라며 “오늘의 경우 춤으로 깨운 몸을 추스리려 감성을 자극하는 캘리그라피 시간으로 이어진 것인데요. 어르신들이 그동안 ‘뿌듯하게 잘 살았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며 프로그램이 가진 의미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캘리그라피 교육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행복’이란 글자를 열심히 쓰고 있다.

이필호 한국무용가가 수강생들의 캘리그라피 실습을 돕고 있다.

참가자들 중 유일한 남성이었던 A 어르신은 “치매예방에도 도움을 주고 음악과 춤으로 상쾌한 기분도 맛볼 수 있어 좋습니다. 앞으로 이런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라시며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캘리그라피에 열중하시던 B 어르신도 “기분 좋아요. 배움으로써 마음이 엄청 넉넉해지는 것 같구요”라고 소감을 말씀하셨고, 아홉 번째 캘리그라피 수업에 참가한 C 수강생은 “이곳만 오면 너무 마음이 즐겁고 근심 걱정도 다 날아가 버립니다. 언니, 동생들, 정답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려요”라며 큰 만족을 보이셨어요.

서울에서 고향 밀양으로 올 계획을 갖고 있는 수강생 D님은 “활기차고 보람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어요. 우리 땐 일만 하고, 논다고 해봤자 뒷동산에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었거든요(웃음)”라며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나이 70줄에 드니까 몸이 안 따라주네요. 모쪼록 젊은 사람들이 지금의 젊은 날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수강생들 중 가장 고령인 70대 어르신 역시 “몸이 굳어 잘 안 되는데도 기분이 좋다”면서 행사 참여를 뿌듯해 하셨습니다.

현재 ‘춤바람, 예술바람, 날쫌보소’ 프로그램에는 밀양관내 어르신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려진 바로는 대기자만 35명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밀양과 밀양 인근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에겐 참 뜻 깊은 기회, 시간이 되어주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