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문화의 흔적과 기억을 찾아서 ‘연못가의 향수’

제3기 경남문화기자단 강상오

작년 가을, 함께 지역에서 청년 창업 팟캐스트를 만들던 동료들과 함께 통영의 핫 플레이스인 ‘루지’를 타러 온 후 오랜만에 방문하는 통영이다.

연못가의향수 포스터

오늘은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장상주단체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연못가의 향수’ 연극을 보러왔다. 연못가의 향수는 ‘극단 벅수골’이 국가 폭력의 희생자였던 작곡가 ‘윤이상’의 삶을 제자들이 추억해 나가는 내용으로 꾸며진 창작 연극이다.

작곡가 윤이상은 14세부터 독학으로 작곡을 시작해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 ‘유럽에 현존하는 5대 작곡가’로 선정되기도 한 통영 출신의 작곡가다. 작품으로는 [유동의 꿈], [나비의 미망인], [요정의 사랑], [심청] 등 1백 50여편을 남겼으며 서양 문명의 흐름속에서 동양 사상을 담은 음악으로 세계음악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평가 받는다.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는 ‘음악’을 주제로 다룬 연극이라 노래와 음악이 함께 하는 뮤지컬 공연일거란 생각이었는데 막상 공연을 보니 음악이나 노래가 나오지는 않았다.

통영시문문화회관에서는 통영앞바다가 내려다보였다.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은 저녁 7시 30분에 시작했다. 나는 일찌감치 30분전에 통영시민문화회관에 도착했는데 평일 저녁이라 한산했다. 통영시민문화회관은 통영에 여행가면 자주 들르는 선착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약간 산위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통영시민문화회관 맞은편으로는 통영 앞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300석 규모의 소공연장

오늘 공연은 소극장에서 진행됐는데 작은 무대였지만 객석이 300석 가까이 되는 큰 사이즈의 공연장이었다. 제법 넓은 이 공연장에서 배우들은 마이크 없이 생 목소리로 연기를 했다. 뒤에 있는 객석에까지 대사가 잘 들리게 하려면 ‘성량’이 무척 좋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이 공연을 관람하기 전까지 작곡가 윤이상에 대해서도 지식이 전무했다. 그래서 공연에 대한 큰 기대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 관람을 시작했는데 1시간 30분 가량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무대 위 배경은 1996년 독일 베를린의 작곡가 윤이상의 자택 거실이다. 추모 음악회 참석을 위해 하나둘씩 모여드는 윤이상의 제자들이 티격태격 하면서 윤이상 작곡가를 추억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와 윤이상의 자택에 8년째 함께 머물고 있는 제자 서명희, 두 사람의 집에 일본인 제자 마사오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사오 역을 맡은 배우는 능청스러운 일본인 연기를 잘했다. 마사오는 극중 ‘축구팬’으로 나오는데 특히 2002년 월드컵 개최지 발표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본 축구팬으로 연기해 관객들의 웃음을 샀다. 2002년 월드컵은 한일 공동개최가 되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도 극중에 마사오가 한국을 재치고 일본이 개최지가 되어야 한다며 간절한 응원을 보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국이 되어야 한다’며 애국심을 불러 일으켰다.

마사오 이후에 새롭게 등장한 2명의 제자는 ‘북한 제자’였다. 극중 북한사람들의 ‘공화국’사람을 표현하는 ‘오버액션’은 개그 프로그램에 북한 사람들을 따라하며 웃음을 주는 모습과 비슷해 재미가 있었다. 또한 마사오를 ‘공차는 동무’로 부르며 일본보다 ‘남조선’이 월드컵 개최를 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 들의 모습에 최근 한반도에 불고 있는 ‘평화의 바람’이 오버랩 되며 흐뭇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제자 최남윤은 극 초반부터 등장하는 정희경과 ‘약혼’을 했었던 과거와 더불어 스승인 윤이상 작곡가와 대립되는 기고문을 썼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극중 내내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며 그의 속내와 사연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5명의 제자들은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티격태격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며 스승인 윤이상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마침내 추모 음악회 무대에 오를 곡을 선곡하고 연습을 시작하며 극이 막을 내린다.

연못가의 향수를 연기중인 출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