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리틀 버드 이노우에 리에

제3기 경남문화기자단 오미솔

이노우에 리에 작가의 작업실 전경

이노우에 리에(33) 씨는 일본 나가사키 출신의 현대미술가이다. 현재 경남 창원에 머물며 종이나 천과 같은 재료를 바느질로 이어서 공간에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옷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옛날 옷들은 좋은 원단으로 아주 꼼꼼하게 봉제되어 있다. 단추 하나하나가 다 예쁜 것들이다." 말하는 이노우에 리에씨의 작업은 바느질을 통해 삶을 말하고자 한다. 바느질이라는 되풀이되는 행위가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삶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파스텔 색조의 옷이나 한지를 바느질로 이어서 끊임없이 확장하는 이미지를 표현한다.

리에 작가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작업과 전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는 2018년 원폭 피해자 2세들의 실상을 세상에 처음 알리고 탈핵과 인권운동을 하다가 숨진 김형률 씨를 추모하는 전시였다. 그녀는 전시 전부터 김형률 씨가 머물던 방에서 그의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기록하고 같이 작업했다.

김형률 씨가 머물던 방에서 그의 부모님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

그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김형률에 대한 기억을 작품에 담는 밑작업을 시작한 리에 작가는 “김형률 선생이 머물던 공간을,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그에 대해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핵 없는 세상을 일구기 위해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외친 그의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에 작가 그 역시 원폭 피해자의 후손이다. 리에 작가는 히로시마와 함께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에서 태어났다. 외할아버지가 원자폭탄 피해 1세대다. 그는 원폭 피해자가 많은 나가사키에서 자라며 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다. 리에 작가는 평소 친분이 있던 김지곤 감독과 반핵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만드는 영화 내용을 듣고 추모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그녀는 ‘한국에서 원폭, 피폭자에 관한 전시가 있는 것에 먼저 놀라움이 앞섰고 반갑고 미안한 기분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올라 왔다.

나에게는 정말 귀중한 만남이었고,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그리고 친구를 통해서 김형률 선생님에 대해서 알아 가는 과정에서 선생님과 나의 인생이 교차하는 지점에 대한 의미의 무게를 실감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운명론자가 아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나를 여기에 불렀다”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생각, 마음을 더 넓히기 위해서 나는 나의 고향 나가사키로부터 이 방에 도착한 것이라고. 나는 선생님이 생활하셨던 공간을 느껴 보고 싶었다. 아직 남겨져있는 선생님의 방에서 작품을 만들면서 지내는 것 그 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선생님과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시간, 그 공간을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기록하고, 기억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라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교류와 더불어 활발하게 작업하는 그녀는 경남에서 없어서는 안 될 보석 같은 작가이다. 앞으로의 그녀가 더욱더 기대가 된다.

이노우에리에 작가

가장 최근에 창원에서 전시한 우리들의 편지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우리들의 편지 프로젝트” 는 2017년에 창원에서 열린 MAMF(다문화 축제)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다. 창원에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경남이주민센터, 대안공간, 대학교, 작가들의 작업실 등)에 가서 다양한 분들과 함께 한지에 바느질 하고 그걸 수집해서 하나로 이어서 설치했다. 사람마다 다른 역사,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 사람들이 모이면 커뮤니티가 되고 그 커뮤니티가 모이면 사회가 된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관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기에 대해서, 자기가 속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천과 한지로 작업을 주로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나가사키대학에서 회화를 배울 때는 유화를 기반으로 현대미술을 공부했다. 캔버스 작업으로 시작하고 헌옷을 이용한 설치기법(installation)으로 전개했다. 한국 유학때는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고 자연적인 재료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게 되어 한지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종이, 천에 손바느질 한 작업을 설치하고 있다.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바느질을 하면서 생기는 관계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프로젝트 형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 한국에 처음 오시게 되었나요?: 나가사키대학과 창원대학의 국제교류전을 위해서 2007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고, 2010년에 창원대학의 대학원에 입학 했고 졸업하고 일본에 돌아갔다가 2015년에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되어서 다시 살게 되었다. 2016년 한국에서 결혼하여 지금 까지 살고 있다.
창원에서 작업을 하실 때 나가사키에서의 작업보다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로서 일본보다 한국이 더 작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전시하는 기회, 지원 등)
창원과 일본 나가사키 두 도시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마트에서 식재료를 살 때 일본이랑 다른 부분이 조금 있다. 일본은 적은 양을 다양하게 살 수 있는데 한국은 양이 많고 종류가 적다. 대륙적인 느낌. 그리고 한국은 길거리 주차가 너무 많다.. 일본은 도시에 색깔이 많이 없고, 한국은 화려한 느낌이다.
창원 사파동에 복합문화공간 ‘무하유’를 오픈하셨는데 소개 부탁드려요.: 어릴 때 엄마가 옷을 만들어주셔서 옷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옷 중에서도 개성이 있고 가격 대비 질이 좋은 빈티지를 즐겨 입었는데 많은 분들과 함께 그 매력을 즐기고 싶어서 little bird vintage를 시작했다. 마음 맞는 분이 함께 하자고 해주셔서 용기를 내서 무하유를 열게 되었고, 무하유는 독립서점, 빈티지샵, 아트 스페이스가 들어있다.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