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산 박헌봉의 자취를 찾아서

제3기 경남문화기자단 민선영

기산국악당 기념관 전경

경남 산청군 단성면 상동길 69에는 기산국악당이 위치하고 있다. 기산국악당으로 가는 길목엔 벌써 봄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한 시간 가량을 달려가니 기산국악당이 눈에 보였다. 기산국악당은 단성면 남사 예담촌 바로 옆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국악당 주차장에 들어서자 국악당 분위기에 맞게, 가야금 연주가 스피커를 통해 잔잔히 흘러 나왔다. 본 기자는 산청에서 나고 자랐지만, 기산 박헌봉 선생에 대해서도, 또 기산 국악당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사료되어 취재를 통해서 좀 알리고 싶었다.

기산 국악당은 기산 박헌봉 선생을 기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산청군청에서 2013년 9월8일 선생의 생가를 복원하여 기념관을 설립했다고 한다. 기산국악당은 부지5,609㎡에, 건축면적 388.8㎡의 전통한옥 양식으로 지어졌다. 건물은 사각형 구조로 4채가 지어졌는데, ‘기산관’, ‘기념(전시)관’, ‘교육관’, ‘정문(출입문)’ 으로 구성되어 있고, 옥외공연장도 함께 있었다.

기념관 뒤편 전경

기산 박헌봉 선생의 영정

기산국악당 정중앙에 위치한 ‘기산관’은, 마루에 기산선생의 대형영정을 안치해 두었다. 그리고 기산선생의 업적과 유품 뿐 만 아니라, 국악 관련 서적 및 자료와 국악기가 전시 되어 있었다. ‘기산관’은 대청마루와 함께 넓은 계단을 대리석을 깔아서 각종 공연 때 무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기산관 좌측에 위치한 ‘기념관’은, 선생의 제자들이 기증한 국악기를 비롯해, 다양한 국악자료들을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악기마다의 연주음을 체험할 수 있게 해 놓았고, 선생의 저서인 「청악대강」을 비롯한 관련서적 및 기산선생의 활약상을 영상물로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기산관 우측에 위치한 ‘교육관’은 기념관과 마주하고 있었는데, 국악 관련 이론과 실습 강좌를 할 수 있는 교육공간으로, 교육에 필요한 악기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교육관’ 에서는 현재 산청군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가야금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리고 ‘교육관’과 ‘옥외공연장’은, 국악 관련 교육이나 행사 등을 필요로 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유료로 대관을 한다고 했다. ‘옥외공연장’과 ‘교육관’은 09 ~22:00시 까지 대관이 가능하며, 대관료는 1일 사용료가 100,000만원이라고 했다. 주·야를 따로 대관할 수 있는데, 그때는 50,000원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시설 및 전시관 관람료는 무료이다. ‘교육관’ 마루에는 모듬북이 놓여 있는데, 관람객 누구나가 무료로 체험을 할 수 있다.

기념관에 전시된 악기들

기산 박헌봉 선생은 1906년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서 태어나서, 서당에서 한학을 수학하고, 16세에 상경하여 한성강습소를 거쳐 중동중학교 고등과를 졸업하였다. 그리고 1934년 진주로 내려와서 진주 음률연구회를 조직하여, 풍류와 민속악을 연구하였다. 1936년에 다시 상경하여 ‘정악 전습소’, ‘조선 성악연구회’, ‘조선 가무연구회’에서 정악, 아악, 풍류, 경서도 가무 등 국악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두루 섭렵하였다.

1941년 조선음악협회 조선악부에서 민족음악진흥을 꾀하다가, 광복이 되자 국악건설부분을 창설하는 등 국악의 부흥과 계몽에 힘썼다. 1960년 민속악 교육을 위한 국내 최초의 사립국악교육기관인 ‘국악예술학교’를 설립하여, 초대 교장을 역임하였다. 이후 국립극장 운영위원, 한국 국악협회 이사장, 문화재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생의 중·후반기에는, 국악의 이론가 및 교육가로 국악진흥에 헌신하였다.

그는 저서 「청악대강」을 통해 국악에 대한 열정과 혼을 후세에 남겼으며, 평생을 국악진흥과 교육에 공헌하여,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기산선생을 기리기 위한 동상

기산 박헌봉 선생은 우리의 전통 국악을 현대화 시키는데 앞장선 선두주자이다. 해방이 되고 서양음악이 물밀 듯이 들어와서 뒤로 밀린 우리 국악을, 기산 선생은 계승발전 시켜야 한다는 목적으로, 국악의 현대화에 주력을 다 했다. 그리하여 우리 국악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이번 취재로 알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 국악이 대중화 되고 발전되어 갈 수 있었던 것은, 기산선생의 노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기산선생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나마 산청군에서 선생의 이런 업적들을 알리고 기리기 위해, 기산국악당을 건립하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교육관에서 가야금을 배우는 수강생들

기산국악당에 우리 국악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생들 뿐 만 아니라, 국악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 해서, 국악발전에 이바지 하신 기산선생을 기리고, 또 국악이 나아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인지를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기산관’ 앞의 넓은 마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락에 맞춰 함께 춤도 추고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런 풍경들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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