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꿈을 찍다.

제3기 경남문화기자단 박자훈

산청 단계초등학교의 정문

삭비문(數飛門)이라는 글이 걸려있는 학교의 입구는 경남 유일의 솟을대문으로 학생을 반기는 공간이다. 어미 새가 새끼 새에게 날기 위한 훈련을 시킨다는 뜻의 이 현판은 교문을 드나드는 선생님의 마음도, 배움을 받는 학생들의 마음도 다시 한 번 가다듬게 하는 산청 단계초등학교의 멋진 모습이다. 학교와 가까이에 조성되어있는 전통 한옥마을과도 이어지듯 기와의 정겨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학생들을 위하여 교과과정에서는 배우기 어려웠던 다양한 문화예술경험을 선사하고 지역의 전문 예술가와의 연계로 질 높은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안고 산청을 방문하게 되었다. 삭비문을 지나 학교건물에 들어서면 한복을 입고 찍은 전교생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복 입는 날”에 맞추어 찍은 사진으로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과 정겨움이 느껴졌다.

경남예술창작센터 지역연계 문화교실

자연스럽게 시끌벅적한 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학생들과 예술가 선생님들이 야외 수업을 위하여 열심히 준비 중인 교실의 모습이었다. 이곳이 바로 2018년 경남예술창작센터 지역연계 문화교실이 열리는 현장이었다. 지난 화요일 1, 2, 3학년의 공예 수업에 이어 목요일 오늘은 4, 5, 6학년들의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기쁨, 슬픔, 생명, 따뜻함, 행복함, 봄, 살아있는 것, 전선면의 주제를 가지고 학생들 각자가 3개씩 선택을 하여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 본인이 정한 주제에 맞는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이다. 일반 디지털사진기가 아닌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직접 만져보고 찍어보며 우리 학생들은 어떤 느낌을 얻고 이야기할지 벌써부터 흥미로워졌다. 조금 전 필자가 학교를 들어오며 눈에 들어왔던 풍경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사진을 찍기 위하여 꼼꼼히 살피는 주변의 작은 아름다움이 학생들과 함께 주제를 찾는 활동에서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야외에서 사진촬영 중인 학생들의 모습

자유로운 촬영에 성격이 조용하거나, 활발하거나 그리고 학년이 높거나 낮음, 그들만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사진결과물이 창조되고 있었다. 학생 연정이는 ‘봄, 생명, 기쁨’에 대하여 대상을 찾고,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없다는 듯 양반다리로 꽃 앞에 앉아 한참을 관찰하며 생각하는 모습이 귀엽고 대단해 보였다. ‘살아있는 것’을 주제로 정한 학생은 주변 친구를 모델 삼아 찍으려 하고, 또 그런 의도를 알고 자세도 취하며 봄의 따뜻함에 빠져들고 있었다.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과 그 작품들

입주작가 중에 한 분은 “개인 작업으로 독일에서 16년을 공부하고 왔고 한국에 들어와 이렇게 경남예술창작센터에 운 좋게 지원하여 함께하게 되었고, 막연하고 어려웠던 첫 시간을 넘겨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수업하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고, 앞으로 새로운 시도와 자극이 되는 좋은 경험이다.”는 말씀을 남겼다.
산청의 깨끗하고 좋은 환경과 우수한 예술 활동의 조화는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에는 다양한 것이 많았다. 나무, 꽃, 곤충, 연못, 물고기 등 평소 흔하지만 봄을 담고 있기에 대상의 의미는 아주 다르게 다가왔다.
보통 학생들은 처음 보는 곤충이나 벌 등이 있으면 도망가거나 싫어하지만 사진 찍기로 배운 집중하는 자세와 관심은 대상을 천천히 살피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양한 듯 보였다.
우리의 모습이 바로 기쁨, 생명, 즐거움, 봄....... 이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폴라로이드 사진기는 특별했다.

“처음 만져보기 때문에 신기하고, 재미있다. 평소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간단하고 흔하고 쉬운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진도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구도, 빛, 어두움 등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민준이의 활동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폴라로이드 사진은 줌이 안 되어서 힘들었는데, 대신 가까이 가서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라는 학생들의 공통 소감도 들을 수 있었고, 학생 한명 한명이 직접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가지고 촬영하도록 준비한 노치욱 강사님의 열정에 또한 대단함을 느꼈다.

바깥 활동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가 각자가 찍은 사진을 전시하여 사진에 담긴 내용과 의미를 소개하고 생각을 나누며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
수업하는 현장을 보며 폴라로이드 사진기의 활용프로그램에 숨어있는 큰 비밀을 알게 되니 역시 처음의 기대가 결코 허상이 아닌 명확한 문화예술의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와 지역, 예술인이 연계되어 진행되는 이러한 지원이 있다는 것을 그동안 몰랐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단계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말씀과 새터민, 다문화 가정의 학생의 비율이 35%인 지역 학교의 상황과 상처가 많고 소외된 어린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활동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교감선생님의 말씀에 더욱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남예술창작센터는 연간 그림과 영상 등 시각예술에 한정하여 6명 내외의 작가를 모집, 개인 작품활동을 하면서 사회환원 활동까지 이어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꿈을 키우는 과정에서 모두가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고,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할 따뜻한 마음을 발견하는 시간이었고, 학교와 예술인들의 노력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