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레퍼토리공연 ‘와룡산의 작은 뱀’

제3기 경남문화기자단 박자훈

사천시의 주산인 와룡산. 용이 승천하기 위해 때를 기다린다는 신화로 고려 제8대 현종이 어린 시절을 와룡산 배방사에서 보내고 후일 왕이 되었다는 사실을 극의 배경이 된다. 2018년 4월. 사천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막을 올린 “와룡산의 작은 뱀” 연극 무대이다. 현종의 어린 시절에 지은 ‘작은 뱀’이라는 시에서 따온 제목으로 사천과 사천문화예술이 용으로 되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극단 장자번덕에서 기획한 공연이다.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표를 확인하고 앉아서 대기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가족들의 대화 모습이 다른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연의 기대 속 포근함과 정겨움이 있었다. 사천-삼천포지역 양로원, 노인 평생대학교 등 단체로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서로가 오랜만에 만나셨는지 손을 잡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문화예술회관이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역의 어르신들과 어린이, 가족, 사천 문화발전에 관심이 높은 지역민들 등 다양한 관객이 모아진 가운데 특별한 의미로 회관을 찾은 가족이 있었다. 판소리를 하고 있으며 무대공연의 경험도 있는 학생의 가족이다.

“와룡산의 모습이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배우는 판소리의 선생님이 출연하셔서 너무 기대가 됩니다. 평소 저는 사천 뮤지컬대원으로 이전 무대를 서본 경험도 있어서 앞으로도 성장하고 싶어서 왔고, 배우는 마음으로 관람하겠습니다.“ 이지민(12).

앞으로의 성장과 사천어린이 뮤지컬의 발전도 기대가 되었다.

작년에 이어 2년째 본 공연을 찾은 시민의 감상평도 들어보았다.

“사천의 브랜드를 가지고 공연을 하니까 사천 시민으로써 자부심이 높아지고 역사의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역사를 뮤지컬로 만들어서 공연을 하니까 부담 없이 즐기게 되고 문화공간이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작년에도 와룡산 공연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올해도 다시 보러 왔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공연과 더 많은 가족들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시민.

쿵~ 쾅~

우렁찬 북소리로 연극의 시작을 알린다.
국내 친원파 숙청으로 원의 미움을 사 1364년 원으로부터 폐위조서를 받은 공민왕이 연등회를 준비하던 때, 반쪽 자리 완이라는 오랜 설움을 떨치기 위해 시행했던 여러 개혁 중 세시풍속으로 확장시켰던 연등회 자리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각 지역에서 몰려드는 연등회 자리. 민속놀이패의 입장 소리가 들리는데, 분명 소리는 나는데 배우들이 보이지 않는다. 무대가 아닌 관객의 뒤에서부터 특별하게 입장하는 풍물패로 뒤로 돌아 앉게 만들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백성들과 왕이 가까이에서 허물없이 이야기 하겠다는 공민왕의 의지로 경연대회를 개최하데, ‘結(결)’이라는 주제로 고려의 기틀을 바닥부터 다시 다져 새롭게 ‘완성’하기 위한 뜻이 숨겨져 있다.

“어야자차~! 어이어차~!”

배우들의 명품 창 소리로 무대의 몰입도는 깊어간다. 무대 양쪽에 앉은 연주자들의 끊어짐 없는 풍물소리는 공연 내내 관객의 마음을 울고 웃기며 감동을 전했다. 전통소리는 물론 힙합의 느낌과도 더해져 퓨전의 새로움을 전달하는가하면, 오광대 놀이판, 인형극, 그림자 연출 등 극 상황에 맞는 다양한 연출로 마치 한 곳에서 여러작품을 감상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주었다. 특히 어린 현종이 인형으로 등장하고 배우들의 실감나는 인형극은 마치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듯, 관객의 마음을 빼앗아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극 후반부, 아비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게 된 현종의 대사, “잊으면 세상에서 없어진다. 하지만 기억하면 얼굴 못 본 아비, 이미 마음에 있는 것.
” 현대사에서 역사의 분기점으로 기억될 작년과 올해.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다시 만들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 호명하는 공민왕이다.
또 그 공민황이 호명하는 현종. 두 시대와 지금이 만나는 지점에 당시 가장 천한 신분이었던 광대들을 주인공이자 화자로 삼아 무대를 열게 되고 광대들이 연 무대 위에 이 나라의 주인, 시대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유쾌한 놀이판 속에서 찾기를 희망하며 연출을 한 극단 장자번덕 연출자 이훈호씨의 노력과 마음이 녹아 있었다.

공연 전부터 관람을 기다리는 자세와 공연중에 배우들과 같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보내며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관객의 수준 높은 에티켓 모습에 사천 시민들이 얼마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지, 또한 멋진 공연문화 정착에 노력한 극단의 땀이 지난 시간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었다.

문화는 그저 보는 것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것으로, 사천 주민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극단장자번덕에서는 예술활동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상시로 단원모집을 하고 있어서 언제든 도전할 마음만 있다면 노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무대가 끝나고 머리 속에 남아있는 “도전은 꿈꾸고 있다는 힘!“ 초등학생 배우들과 지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가 더욱 많아지고 나아가 그 열정이 전국무대로 올라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과 관심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