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거제
짙어가는 가을, 11월의 어느 일요일. 도심을 벗어나 떨어진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즐기는 여유를 느끼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가을날이다. 경상남도 공연장 상주단체 페스티벌의 한 꼭지를 즐기러 김해시 진영으로 가는 국도변에는 늦가을의 정취가 묻어난다. 김해시 인재육성사업소 진영한빛도서관에 도착하니, 단정한 도서관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빛도서관의 넓은 공터에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 자전거를 타며 가을바람을 누리는 아이들의 자유를 느끼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2017 융ㆍ복합 COLLABO FESTIVAL은 (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원장 이성주)이 지역협력형[집중지원] 보조사업으로 지원하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 시ㆍ도 기획지원사업(지역문화예술기획지원) 3가지 사업의 2017년 선정단체 13개 단체가 참여한다. 2017년 11월 19일(일)부터 21일(화)까지 진영한빛도서관 공연장 및 다목적실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축제는 2016년에 이어 2차년도 진행하는 축제로 전국 최초로 지역협력형 사업간 융복합 콜라보 축제가 경남에서 진행된 사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지원협의회(약칭 한지협) 주관하는 성과공유 대회 시 전국 1위를 차지한 프로젝트 행사라고 하니 정말 대한한 행사다.
내가 찾아간 공연은 시ㆍ도 기획지원사업 단체인 극단 마루의 <단물마을 풍물패 풍물놀이> 다. 극단 마루는 밀양시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며 사회문화예술교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민에게 문화예술로 행복하고 창의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노력하는 단체다. 이날 공연은 야외공연으로 준비되었으나, 날씨 관계로 실내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신나는 풍물놀이가 시작되자, 공연으로 보러 오신 분들의 어깨가 절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바라보며 흥을 내는 어머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꼬마 관람객의 열정적인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이렇게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가 어떻게 전해질지 상상이 되었다. 징과 북과 장구가 한 데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경쾌하고 신나는 리듬은 어떤 음악보다 흥겨웠다. 흥이 묻어나면서도 민중의 삶이 녹아있는 풍물놀이를 즐기는 지역민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 본다. 한 명의 전문가가 만드는 문화가 아닌,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문화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사실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다양한 공연이 한 곳에서 시간대별로 이루어져 너무 좋다. 시간만 된다면 모든 공연에 다 참여하고 싶을 정도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연극, 공연, 전시가 한데 모여 있어 최고입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의 축제는 지난해보다 더욱 풍성해졌다. 지난해는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9개의 단체가 축제에 참가하였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상주단체사업을 유치한 진영한빛도서관 공연장에서 자리를 마련하고, 13개 단체가 함께 할 수 있어, 더욱더 뜻 깊은 축제가 되었다.
도민의 문화향유와 지원 단체의 창작의욕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지역협력형[집중지원]사업(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 레지던스프로그램지원, 시ㆍ도기획지원)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특히, 매월 정기 기획자 간담회를 통하여, 기획하게 된 융복합 꼴라보 축제는 기획자들이 하나가 되어 진일보된 지역 특색을 갖춘 행사가 되었다.
이성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은 “특히, 이번 공연작품은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우수레파토리 공연만을 선정하여, 공연을 하고, 전시와 시화전이 함께 개최되기에 경남만의 브랜드가 된 특색 있는 축제로,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도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람과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축제일정 | 시간 | 장소 | 공연 참여단체 | 공연명 | 전시 참여단체 |
|---|---|---|---|---|---|
| 11. 19.(일) | 10:30 | 진영한빛 도서관공연장 |
극단벅수골*공연장 (통영시민문화회관) |
“사랑소리나다” |
다목적 홀 입주작가 작품전시 진행) |
| 13:00 | 진영한빛도서관 야외 공연 |
극단마루*기획지원 (마당놀이) |
“단물마을풍물패 공연“ | ||
| 19:00 | 진영한빛 도서관공연장 |
극단이루마 *공연장 ((재)김해문화의전당) |
“황소, 지붕위로 올리기” | ||
| 11. 20.(월) | 10:30 | 진영한빛 도서관공연장 |
극단장자번덕 *공연장 (사천시문화예술회관) |
“오즈의 마법사” | |
| 19:00 | 진영한빛 도서관공연장 |
경남페스티벌앙상블 *공연장 (김해인재육성사업소) |
“영화속으로 떠나는 음악여행” | ||
| 11. 21.(화) | 10:30 | 진영한빛 도서관공연장 |
극단현장 *공연장 (함양문화예술회관) |
“신통방통도깨비” | |
| 19:00 | 진영한빛 도서관공연장 |
극단아시랑 *공연장 (함안군체육문화센터) |
“분장실” |
자연의 여유와 사람의 활력이 공존하는 자연의 놀이터라는 주제로 자연의 생명력과 감흥, 경외심을 미술에 담아 작업하는 국내외 8명 작가의 작품이 우포늪 생태체험장 일대에 전시되어 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자연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공간의 밸런스를 지향하는 특성을 가진 것이 자연미술로,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 속에서 예술가들의 작품이 자연과의 조화로움 가운데 놓여진다. 이 전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양한 관점을 경험하는 또 다른 기회이며, 미술작품에 자연이 어떻게 담겨지고 해석되는지 볼 수 있다. 이번 미술제 전시는 2017 우포자연미술제조직위원회 주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예술을담는협동조합 주관으로 2017년 10월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 우포늪 생태체험장 일대에 전시될 예정이다.
자연을 품은 늪은 언제든 멋진 풍경을 내어두며 달달한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 가을의 중순도 끝맺어가는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경상남도 창녕 우포늪 생태체험장에서 시원시원한 가을 날씨 속에서 노닐 수 있는 2017 우포자연미술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이 시작되니 놀랍게도 흐린 구름도 잠시 물러가고 햇살이 환하게 참관객을 맞이한다. 마침 우포늪환경음악제와 기간과 어울려 개똥이 어린이예술단의 발랄한 축하공연과 함께 이 아름다운 계절, 시간 속에 우포자연미술제 개막식을 만날 수 있었다. 국내 작가 김근재, 김용민, 문병탁, 이종균 및 대만의 Kuei Chih Lee, 필리핀의 Roger Rishab Tibon, 일본의 시노하라 히로유키, 프랑스의 Roland Cros 작가 총 8명이 창녕의 우포늪 자연에서 지내며 운동장 열두 개 정도의 면적에 열흘밤낮을 고생하며 우포늪의 생태와 공존하면서도 특색을 살리는 작품들을 완성했다.
개막식 이후, 우포자연미술제 공동조직위원장이자 마산대학교 아동미술교육과 교수인 황무현 교수의 안내를 따라 시노히라 히로유키 작가의 대나무의 기억(Form of sky), 김근재 작가의 보여지는 바람(wind displayed), Roland Cros 작가의 Diatom Shelter, 이종균 작가의 움직이는 집(Moving House), Kuei Chih Lee 작가의 Cattail Spiral, Roger Rishab Tibon 작가의 Nature Scrolls, 김용민 작가의 타인(Others), 문병탁 작가의 방석놀이(Cushion Play) 순서로 이동하고 관람하며,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작품 투어를 따라 작품들을 만나본다. 작품 투어당시, 부재중인 두 분의 한국 작가 분들 빼고 다 나오셔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보다 잘 알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대나무의 기억에서는 그물처럼 얽히고설킨 대나무 그물 속에 나는 어떤 기억으로 존재하는지, 시간이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무와 바람이 말하는 이미지를 무엇을 얘기하는지 느껴보고 해석해보는 재미를 느낀다. Diatom shelter 는 플라크톤 모형은 원래 크기의 100만 배 크기로 재현해낸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것을 크게 형상화하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라도 생명을 존재하며, 잘 보존해야 함을 표현하고 있다. 2440cm 높이의 움직이는 집에서는 바람과 늪지를 만나 떠다니며 사람들의 시선 위치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감상하기도 한다. 우포늪 부들 군락에 설치된 나선형 대나무 터널을 통과하며 직접 부들 사이를 거닐어보기도 하며, 높게 자리한 나선형 구조물을 만나 바라보기도 한다. 타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사람이 품고 있는 자연을 바라보기도 하며 부드럽게 마감되어진 나무 방석들을 쓰다듬고 만지며, 나무의 편안함 촉감을 체험하기도 한다.
물론 작품과 관련된 볼거리도 다양하다. 생태텃밭과 같이 노래로 자라는 텃밭이 만들어진 모습을 확인하기도 하고 입구 쪽 들판에 설치된 장소에서 우포를 닮은 예술가. 우포자연미술제 작가전, 작가소개, 작품스케치 및 제작 과정 을 담은 사진을 만날 수도 있다.
우포자연미술제와 동반하는 프로그램들이 참 다양하다. 28일에는 사슴 형상을 닮은 나무 모형 제작 등 자연재료를 활용한 동물친구 만들기, 드림캐쳐 만들기, 우포늪 친구들 그리기 등의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자연미술 DIY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29일에는 연 만들기, 동물, 얼굴모양 모빌 만들기가 진행된다. 특히 우포늪 친구들 그리기는 우포늪에 서식중인 동물과 새들을 대나무 조각에 직접 그려보는 프로그램으로, 대만 작가 Kuei Chih Lee의 작품 Cattail Spiral의 대나무 나선형 터널과 함께할 DIY프로그램이다. 우포늪에 친환경적 재료들로 함께했던 추억을 남길 수 있어 참여도가 꽤 높다.
2017우리가족 집짓기 콘테스트, 활쏘기 체험, 가야금 및 전래놀이 체험, 최문정 작가가 진행하는 네모의 변신 큐브아트뿐만 아니라 허수아비 패션쇼도 인기다. 가족들이 허수아비를 꾸밀 옷과 소품, 장갑, 허수아비 명찰들을 준비해와 각목, 짚, 못, 마닐라 끈, 철사, 톱, 망치 등 준비되어 있는 재료들로 허수아비를 제작하고 패션쇼에 출품할 의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커다란 종이에 그림들을 그려보는 시간도 아이들의 관심과 열렬한 참여를 이끌었다.
또한 우포늪 곳곳에 마련된 작품 전체를 감상하러 걸음을 옮기다보면, 생태관련 학습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참 많아 놓칠 수 없다. 수서곤충잡기 체험장, 논고동잡기 체험장, 물고기잡기(미꾸라지) 체험장, 쪽배타기 체험장, 부들 군락지 산책로 등 우포늪 일대에 마련된 체험장에 방문객들은 우포늪 자연에서 놀고 빠져 들어감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엄마 더 있고 싶어요.' 귀엽게 투정부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할 듯하다.
열흘여의 기간 동안에 이렇게 다양한 작품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우포자연미술제 방문객들. 작품들을 찾아 나서 거닐며, 자연이 만들어낸 포토존을 스스로 찾아내기도 한다. 특히 여러 전시 작품 중 사람의 형상을 만든 '타인(他人) / Others'가 인기다. 관람객 중 한분은 사람 형상 사이 비어있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자연의 느낌이 앞과 뒤, 낮과 밤의 빛, 바람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번 다르다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강력히 추천하신다. 이처럼 이번 우포자연미술제의 작품들은 자연생태보고인 우포늪의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우포와 참 잘 맞는 듯하다.
전시 기간 중 발견했던 따오기 캐릭터처럼 우포늪에 창녕의 문화와 자연의 이야기를 입혀나갈수록 더욱 풍성한 축제이자 사랑받는 미술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11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우포자연미술제. 좋은 자연환경과 좋은 예술작품과 더불어 함께하며 문화와 예술로 영혼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어가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님의 말처럼, 창녕 우포늪에서 훌륭한 작품들과 사랑하는 지인들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치유가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지난 10월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공연예술 장터가 열렸다. 이름하여 ‘2017 서울아트마켓’(PAMS: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이다. 2005년 처음 열린 뒤로 올해가 13회째다. 나라안의 우수 공연 작품을 소개하는 마당(팸스 초이스), 외국 우수 작품 특별공연, 자유참가 공연(팸스 링크), 대학로 초이스 등으로 꾸려졌는데, 대학로와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 있는 극장 20곳에서 무용, 연극, 풍물 등 60여편을 펼친다. 대회 사흘째인 16일 저녁 대학로 혜화동로터리 근처 나온씨어터를 찾았다.
경남 창원의 놀이패 베꾸마당(대표 우대식)이 풍물굿 ‘어울림’을 펼쳐보이는 극장이다. 경남에서 이번 장터에 참여한 단체는 두 곳이다.
여는 마당에서, 장개팔(우대식분)과 고춘조(윤영희분)가 벌이는 만담굿의 한 장면.
놀이패 베꾸마당과 극단 객석과 무대로, 둘 다 팸스 링크(PAMS Link) 곧 자유참가 공연이다. 팸스 링크와 대학로 초이스에 참가한 작품만 해도 40여편인데, 그 중 두 편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다온씨어터에서 만난 경남문예진흥원 정책부 김종민 담당관은 “지역 공연예술 단체의 서울 진출과 중앙무대 경험이 지원 목적”이라며, 참가 단체의 서울 체류 경비와 차비를 지원한다고 했다.
저녁 8시 풍물굿 <어울림> 공연이 시작되었다. 어울림의 극중 놀이패 이름은 ‘대발이네 가족 풍물단’이다. 극중에 영감(문대식분) 할미(윤영희분)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는데, 아이 이름이 ‘대발’이다. 대발이는 커서 풍물을 마다하고 가족을 떠나 서양춤인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비보이(비보잉, 장도원분)가 된다. 가족들은 풍물을 하며 아들을 찾아다니다 마침내 상봉하고, 화해끝에 풍물과 비보잉이 어울리는 판굿을 벌인다.
시골장터 약장수로 꾸며 장개팔과 고춘조의 만담으로 시작되는 여는 마당, 성주풀이굿을 펼치는 첫째 마당, 통영오광대 영감할미과장을 빌려 대발이가 태어나는 둘째 마당, 아비와 아들이 갈등하는 셋째 마당, 아들을 찾아 화해하는 넷째 마당, 부자유친 마당으로 화천농악과 비보잉이 어울리는 풍물판굿 다섯째 마당, 이어서 뒤풀이 난장으로 굿을 끝낸다.
“에라 거 손님들, 많이도 오셨구나!”
우스개와 풍자, 관중들의 웃음이 어우러지는 여는 마당이 끝나고 이내 첫째마당 성주풍물굿이 열린다.
“잡귀 잡신은 물러가고 만복은 이리로~! 놀아보세 놀아보세 신명나게 놀아보세~, 오늘 여기 오신 분들 부자되게 하여주소~!”
10월16일 풍물과 비보잉이 어울려 펼치는 ‘어울림’의 한 장면.
손님의 손뼉소리로 풍물굿과 대발이와 화랑들의 비보잉 겨룸이 끝나면서 잇대어 손님들과 풍물패, 비보이들이 한참 동안 난장을 이루며 굿판이 끝났다. 공연시간 1시간남짓이다.
북과 장구, 버꾸와 징, 괭과리, 태평소가 자아내는 소리는 일상에 짓눌린 가슴을 훤히 틔워준다. 가끔은 풍물굿판에 가서 가슴을 울리고 틔워봐야겠다는 흐뭇함으로 극장을 나섰다.
풍물패는 이번 아트마켓에 참가한 나라 안팎 공연인들과 전문인들이 모이는 뒤풀이(팸스나이트) 참석차 서둘러 무대와 소품 정리를 하고 떠난다. 팸스나이트란 공연단체 전문가들이 모여 인사를 나누고 공연 흥정을 하거나 사귀는 모임이다.
놀이패 베꾸마당의 풍물굿은 경상도 아닌 어디에 내어놓아도 한국을 대표할 만한 기량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 브레이크댄스가 어울려 새로운 맛을 줌으로써 전통을 바탕한 현대성도 돋보였다. 이는 객석에서 저절로 나오는 잦은 손뼉소리가 증명하고 있었다.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은 전국의 문예회관 등 공공 공연장의 가동률 향상 및 활성화를 위한 공연 및 교육 프로그램 등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고 공연예술단체의 안정적 창작활동 여건 마련을 위한 상주공간(공연무대, 사무실, 연습실 등) 확보하고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추진·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국의 공공 공연장과 공연예술단체 간 상생협력을 통해 안정적 창작환경 속에 공연장의 운영 활성화를 도모하고, 공연단체의 예술적 창작 역량 강화 및 우수 작품 제작, 발표를 촉진하며, 지역주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단풍이 노랗게 붉게 제 화려한 색을 뽐내며 물들어 가는 가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2017년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극단 아시랑의 처녀뱃사공의 공연 소식이 있었다. 극단 아시랑의 10여명의 배우들의 열연과 흥겹게 마음을 울리는 악사, 코러스 등으로 도민들을 찾아왔다. 이번에 만나본 처녀뱃사공 공연은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2017년 11월 3일~4일 양일간 오후 3시, 7시 30분에 공연된 2017년 창작초연공연이다.
극단 아시랑은 2014년도부터 지금까지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매년 함안 지역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연극 및 공연 만들기로 함안을 문화로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극단이다. 함안 성산 산성 발굴 때 출토된 700년 된 연꽃씨앗 아라홍련 이야기, 함안 칠서면 계내리에 전해져 내려오는 대역죄인인 아버지를 살렸던 효녀 노아 이야기 등 함안의 다양한 이야기와 문화콘텐츠를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온 경험과 저력으로 이번에는 낙동강 처녀뱃사공의 이야기로 쥬크박스 가무악극에 도전했다고 한다.
부길부길 악극단을 이끌고 함안의 장터로 가서 공연을 했던 윤부길이 나루터에서 배를 얻어 타던 중, 뱃사공 일을 하고 있는 처녀의 이야기를 들은 것을 바탕으로 1959년 한복남이 작곡하고, 황정자가 노래하게 된 처녀뱃사공. 어르신들이라면 분명 한번쯤 지나가며 들어보았을 이 노래는 국민가요이자 애창곡, 시대의 명곡이라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 듯하다. 알고 보면 이 노래가 시작되고 완성되기까지 실화가 있다. 이번 처녀뱃사공 공연에서 극단 아시랑이 펼쳐 보이는 무대 속으로 함께 하다보면 그 스토리를 이해하게 되고 빠져들게 되는데, 그 특별한 이야기와 무대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유랑악단을 이끄는 윤부길은 부길부길쇼라는 악단을 데리고 함안 가야장으로 내려가 쇼를 성황리에 마쳤으나, 이날 부길은 공연 마치고 조수 광용과 야반도주를 한다. 부길은 선배에게 갚아야 할 외상값이 있었으나 공연으로 번 돈을 정자 어머니의 암 치료비로 줘버렸기 때문에 외상비를 돌려 줄 처지가 되지 못하고, 단원들에게도 공연비를 주지 못한 채 본인도 도망가고 단원들에게 야반도주를 지시하고 만다. 부길은 야반도주 하면서 함안 악양 나루터에서 배를 잡아타게 되었는데, 뱃사공이 처녀인 것이 의아해하던 부길은 사연을 물어보게 된다. 뱃사공 처녀는 처음엔 오빠가 뱃사공이었는데 오빠가 군에 가서 자매가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전한다. 이 이야기가 우리가 아는 처녀뱃사공 노래의 시작이 되는 것인데, 부길은 뱃사공 처녀의 기구한 사연을 토대로 가무악극으로 만들려고 결심했으나, 노래는 완성했지만 제작자가 나서지 않아 미완성으로 남겨둔 채 공연계를 홀연히 떠나버린다. 그 후 몇 십 년이 흐른 뒤, 부길의 손자 윤준이 할아버지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루려고 나서서 공연 처녀뱃사공을 살려내고자 한다. 공연 극 속에서 아라가야의 아시랑 낭자와 무사의 이야기로 애틋하게 내용을 풀어내며 극 속의 극으로 다시 만나보게 되는 처녀뱃사공의 이야기는 극의 구성에 풍성함을 더했다.
실제로 함안의 악양교를 건너 대산면 방향으로 향하며, 악양루 고개를 넘나들다 보면 외로이 서있는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함안 대산면에 처녀 뱃사공 노래비가 세워져 있을 정도로 뱃사공 처녀 이야기는 낙동강 나루터와 함께 함안의 지역성이 묻어나는 이야기이다.
또한 전통연희와 다양한 장르를 묶어 누구든 함께하며 즐기며 관람하는 가무악극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단순히 처녀뱃사공 이야기만 담은 게 아니다. 공연을 보다보면 당시 악극단의 예인들의 모습을 재현해내며 예인들의 즐거움과 공연 완성을 위한 노력, 그러나 뒷받침되지 않는 현실적인 삶의 어려움 등을 엿볼 수 있다.
가야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과거 함안의 모습인 아라가야 설화와 여인이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가 죽어서 화석이 되었다는 망부석 전설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어느 시대, 어느 지역, 어느 가정이든 시대의 사연 또는 개개인의 사연이 깃든 애절한 노랫말들이 있듯이, 함안의 지리적 특성과, 1950년대 예인들의 삶과 가야의 모습이 담긴 공연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공연을 관람하는 어린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남녀노소가 모두 흥에 겨웠다. 참여한 출연진들과 기획의도를 충실히 담아낸 공연 안내지에 한 번 감탄하고 관람객들이 처녀뱃사공을 보다 잘 느끼게 하기 위한 섬세한 배려로 악보 또한 수록되어 있음에 다시 한 번 감탄한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에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낙동강 강바람이 앞가슴을 헤치면
고요한 처녀가슴 물결이 이네
오라비 제대하면 시집보내마
어머님 그 말씀이 수줍어질 때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이번 공연이 창작 초연임에도 차력쇼, 마술쇼, 춤, 노래 공연 등 극의 연출이 매끄럽게 구성되고 있어 공연 내내 집중하며 즐겼다. 또한 열연하는 배우들의 모습에 푹 빠지고 음악 분위기와 중간중간의 펼쳐 보이는 쇼도 흥미로워서 박수치며 열중해서 봤을 정도로 근래 본 공연 중에 제일 즐겁고 인상 깊게 본 듯하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또 보러 가고 싶을 정도로 공연 전체적인 내용이 알차고 흥겨웠던 공연이며, 도민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공연이 되리라 기대된다.
외로운 우리는 외롭지 않은 척, 굳센 척하면서 또 한 번 함안 이야기로 관객들과 무대에서 만나려 했다는 연출의도처럼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기를 응원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지역문화예술이 발전되고, 함안의 여러 이야기가 듬뿍 묻어나는 극단 아시랑의 공연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예전에 읍이었다가 면이 된 거제면 동상리 읍내로 29길을 찾으니 한 건물에 ‘갤러리 거제’ ‘초담 갤러리’란 간판이 보인다. 일층과 지하는 갤러리 거제, 이층은 초담 갤러리로 달리 쓰이는 것 같았다. 갤러리 거제 대표 정홍연님은 “아름다운 거제에서 조금은 아쉽고 모자란 것들을 채워 거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화랑을 열었다”며 손님들을 맞이한다.
갤러리 거제는 11월13일부터 한주일 동안 ‘수로요 도예 레지던시 특별전’(수로요 입주작가 결과 발표)이 열리는 곳이다. 수로요 도예 레지던시란 경남 고성 구만면에 있는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에 도예 작가와 화가 다섯 분이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일곱 달에 걸쳐 함께 머물며 새로운 제작 기법 연구와 창작을 해 온 사업으로, 문화예술위원회와 경남문예진흥원이 지원했다. 이 사업의 기획자 이재림님은 이를 ‘동거(同居) 동고(同苦) 동락(同樂)’이란 말로 뭉뚱그린다. 이번 행사는 그 결과를 공개하는 전시회다.
갤러리 거제
특별전 개막행사가 열리는 저녁 다섯시께 예쁜 화분, 꽃다발, 펼침막 들이 화랑 주변을 장식한다. 개막식에는 입주 작가(김유미 류은영 박재철 배윤주 이수진), 수로요 관장 이위준, 지역 주민과 거제부시장을 비롯한 유관 기관장, 동호인들이 둘러선 가운데 정홍연 갤러리 거제 대표의 사회로 작가와 손님 소개, 작품 해설, 묻고 답하기, 다과회 차례로 진행되었다. 작가들이 직접 안내하며 손님들에게 작품을 해설해 주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전시 작품은 1층과 지하를 아울러 서른 점이 넘어 보였다.
김유미 작가는 <화조풍월> (花鳥風月)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선보였다. 색유 바탕에 손그림, 전사 기법 들로 박은, 무늬가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았다. “작품이 좀 나오려 하니 레지던스 기간이 끝나 아쉽다”며 “실용과 장식을 겸하는, 쓰면서 즐기는 도자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류은영 작가는 도예가가 아닌 화가다. 이번 수로요 레지던스 과정에서 도자예술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코끼리는 왜 도시로 갔을까?> <달에게> 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내놨다. “자연의 소중함을 동심을 끌어당겨서 그려봤다”며 “어른은 누구나 아이의 시간을 품고 살잖아요. 그 시간으로 돌아가 세상을 비추니 저 자신도 결국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되었어요”라며 작품 세계의 내면을 드러낸다.
화조풍월 (김유미)
박재철 작가는 <탄생> 연작을 출품했다. 작은 도자기가 큰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담았다. 사람이 무릎을 굽힌 채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도 있다. 작가는 “전통과 현대의 대칭점에서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긴장감으로 작업에 임했다”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로 도자 조형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애썼다”고 말했다.
<행복을 빚는 선…> 을 비롯한 여러 도형 그릇을 내놓은 배윤주 작가는 “레지던스 기간에 다른 분들과 자신을 견주면서 많을 것을 배웠다”며 “흙의 물성과 회전체인 물레의 운동성을 이용해 단순한 디자인과 선이 주는 운율을 나타내는 게 주조”라고 자신의 작업 의도를 밝혔다.
<코끼리는 왜 도시로 갔는가> (류은영) 이수진 작가는 토우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날 출장으로 개막식에 나오지 못했다. 정홍연 갤러리 거제 관장은 “허벅을 안고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토우를 통하여 예술로 승화시킨 시도가 기발하다”며 “물질이란 특별한 전통을 익살스럽고 친근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현대인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준다”고 평했다. 이에 앞서 10일 작가들이 입주하여 작업하는 수로요 현장인 고성 구만의 보천도예창조학교를 찾았다. 아무래도 작가들이 오래 머물며 작품들을 탄생시킨 산실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던 까닭이다. 이재림 기획자를 비롯한 다섯 작가들은 전시회 준비차 출타중이어서 대신 이위준 관장님이 맞아주었다. 주변 풍광이 빼어난 옛 구만중학교 터에 들어선 수로요는 학교 시설을 개조해 만든 여러 작업실과 전시실뿐만 아니라, 전통가마, 전기, 가스가마와 숙소 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가히 도예학교란 이름이 걸맞은 곳이었다.
<탄생1>
(박재철 옆).
<숨비소리의 미>
(이수진 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