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8일 낮 하동 아트플러스 김신영 예술강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육장소인 읍내장터 대장간을 찾으라기에, 시장통 들머리 과일가게에서 낫이나 괭이를 치우는 대장간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업종이 원체 농경시대 산업이라 잘 되고 있을까, 대장간집 따님께서 가업을 도와 무슨 재미나는 문화 행사를곁들이로 벌이나보다 하던 생각을 좀 고쳐야 하나,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물시장 재개발 공사장 곁의 이층짜리 건물로 오라는 설명을 들으며 골목을 걷다보니 공사장 건너편 황토색 건물 쪽에 한 여성이 손짓을 하는 게 보였다.
엄마들이 읍내장터 대장간에 모여 드레스를 만드는 모습. 2011년부터 창원의 한 문예교육 단체에서 삼년남짓 ‘장터로 떠나는 예술 탐험대’ 행사를 벌이던 곳을 하동군청의 도움으로 새로 단장하여 ‘하동읍내장터 대장간’이란 문패를 달았다고 한다.
‘예술과 함께 바람난 엄마’란 주제가 재미있군요. 아트플러스는 어떤 모임입니까?
지역특성과 관련된 교육 또는 활동 내용이 궁금한데요? 하동이 문예활동하는 데 좁다고 느끼지 않으시나요?다섯 살 따님과 돌배기 아이와 함께 ‘바람난 엄마’ 과정에 참여하는 백선영 주부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문예교육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간략히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과 함께 대장간에 나오는 화요일이 기다려져요. 남편 직장 따라 하동에 와서 좋은 분들도 만나고, 처음엔 다소 어려워 보이던 갖가지 과정도 함께 해결해가다보니 이제 익숙해졌어요. 내년에도 문예교육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올해 경남에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하는 곳이 서른 곳 안팎이라고 한다. 주민들의 호응만 따른다면 이런 사업은 얼마든지 늘려도 좋을 듯싶다.
10월 21일 진주시립이성자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PnE 문화예술교육연구회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취재 차 갔다. 미술관 주변은 곳곳에서 벌써 가을 색을 띄고 있었다. 이성자 미술관2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현대미술 상상탐험대’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었다. 현대미술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활동으로 접목시켜서 활동하고 있나 무척 궁금했다. 이날의 활동주제는,‘일회용 종이컵으로 설치 미술 즐기기’였다. 먼저 활동에 앞서 이날의 활동과 관련된 미국 작가 타라도노반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타라도노반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기성물품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생성의 조각을 조각하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접착 테이프, 스치로폼, 종이컵, 폐품 등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여러 가지 물품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생명을 부여하고, 또 메시지를 던지는 그런 작가라고 했다.
작가 소개가 끝나고 종이컵으로 만든 조형물을 탐색했고, 종이컵을 이용한 설치미술 구상하기를 한 후, 아이들은 다양한 색깔의 종이컵으로 조형 활동을 했다. 높이 쌓기, 넓게 쌓기, 인간모형 만들기 등등의 조형활동을 했다.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했고, 종이컵을 쌓으면서 단순히 미술조형 활동만을 하는 것이 아닌 과학의 원리도 함께 익히는 것 같았다. 하층을 넓게 해야 높이 올라가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들을 깨달으면서, 넘어진 종이컵을 다시 쌓기도 했다. 사람모형 만들기 활동 시에는 한 아이가 바닥에 눕고, 누운 아이의 몸 형태 주위로 다른 아이들이 종이컵을 놓기 시작했다. 친구의 몸을 관찰하면서 종이컵을 놓는 것이 무척 재미있어 보였다. 다양한 색깔의 종이컵으로 하는 활동이라, 종이컵으로 만든 여러 가지 모양들이 무척 아름답고 작품성까지 돋보여서 참 보기 좋았다.
기획자 강현숙씨는 현대미술을 잘 해석해서, 아이들에게 맞는 활동을 기획했는데, 현대미술로 아이들에게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기획자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레 의아했다고 웃으면 이야기 했다. 세상의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어른 아이 구분되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현대미술 상상체험대란 주제로, 아이들 수준에 맞게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그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적용을 했더니, 엄청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는 아이들 뿐 만 아니라, 학부모들 반응도 좋아서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매회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참가 학생 모집을 하면, 신청자가 모집인원의 몇 배로 지원을 해서 선정할 때 많은 신경이 써 인다고 했다.
PnE문화예술연구회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조형 활동 속에 놀이 활동과 과학 활동이 다 내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 창의성을 길러 주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정말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았다. 이런 프로그램에 다수의 아이들이 참가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인원이 한정이 되어 있어서 참 아쉬웠다. 내년에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이런 좋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다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도, PnE문화예술연구회의 프로그램처럼 기존의 틀을 깨고, 아이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역동적인 프로그램들이 많이 이루어졌음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리고 취재 중에 간식하나라도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것을 제공하려고 신경을 쓴다는 기획자 강현숙씨의 말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얼마나 큰 지를 헤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주강사 보조강사의 활동 또한 무척 열의가 있어서 보여서, PnE문화예술연구회가 진행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정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추구하는 목적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는 듯 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미술활동 프로그램들이, 대개 회화나 공작 위주의 프로그램이었는데, PnE문화예술교육 연구회의 미술활동 프로그램은 여늬 프로그램과는 차별이 되었던 것 같다. 회화 위주보다는 조형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역동적인 활동을 하게하고, 그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의 상상력 및 창의성 개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의도가 참 특별하게 여겨졌다.
10월28일 하동에서는 ‘회남재 숲길걷기’ 행사를 하는 날이다. 회남재로 나들이 간 이들이 많아서인지 하동도서관 옆 섬진강변 솔숲엔 토요일인데도 거니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런대로 도서관 2층 강의실에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열리고 있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주5일 수업 시행 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학생들이 토요일에 문화ㆍ예술을 누리며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벌이는 사업이다. 2012년 주5일제와 함께 시작해 올해는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 문화기반 시설에서 프로그램 900여 가지를 진행하는데, 경남에만도 60건 안팎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업장면
28일 오전 하동도서관 2층 강의실에서는 오프닝 아트센터(대표 하명은) 박자훈 주강사가 김이진 박수민 강사의 도움을 받으며 20여명의 어린이와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으로 종이로 방석과 의자를 만들어 도서관에 기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로그램 주제 <종이, 예술로 프리즘하다>는 한마디로 학교를 떠나 종이를 활용하여 자신을 나타내면서 즐길 수 있게 하는 ‘예술놀이’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종이는 대나무(죽간), 파피루스, 닥종이, 현대의 각종 목재펄프, 플라스틱종이, 책, 신소재 종이로 이어지면서 인류문명의 역사를 일구는 데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가 되었다.
선생님과 함께 종이 의자를
만드는 모습.
오프닝아트센터 박자훈 주강사는 7월 마지막주부터 11월 말까지 초중등 어린이 20을 대상으로 토요문화학교를 꾸리면서 그밖의 여러 활동도 겸하고 있다고 한다.
“종이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종이접기, 책이나 공책 만들기, 액자 만들기, 각종 액세서리 만들기, 의자,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임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복돋우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박자훈 강사의 말씀이다.
종이놀이학교를 다닌 어린이들은 종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깨쳐가면서 자신의 앞날을 그려가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놀이로 상상하는 힘,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힘, 말하는 힘들이 길러진다면 더할나위가 없겠다.
이날 만든 종이 의자를 기증하며 하동도서관장님과 박은 기념사진.
이날까지 두어차례를 빼곤 매주 나왔다는 최윤지양(중학생)은 “지금까지 종이 액자, 인형, 의자, 책을 만들어봤고, 수제종이도 빚어봤다며, 고등학교 가서도 취미로 종이로 하는 만들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 강좌가 단순히 어린이들을 모아 시간때우기로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중학생까지 나이나 수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보였는데, 이를 아우르며 이끌어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보였다. 다가오는 11월 둘째주인 11에는 그동안 어린이들이 스스로 만든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