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저승 어귀의 한 장면.
지난 10월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공연예술 장터, ‘2017 서울아트마켓’이 열렸다. 13회째인 올해도 나라안의 우수 공연 작품을 소개하는 마당(팸스 초이스), 외국 우수 작품 특별공연(쇼케이스)에 20편, 자유참가 공연(팸스링크), 대학로 초이스에 40편 등 다양한 작품이 쏟아졌다. 경남에서 이번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한 단체는 두 곳이다. 놀이패 베꾸마당과 극단 객석과 무대다.
대회 나흘째인 17일 혜화동로터리 근처에서 오랜만에 만난 두 벗과 저녁을 들고 함께 공연장 나온씨어터를 찾았다. 창원에서 올라온 극단 ‘객석과 무대’(대표 문종근)에서 올린 연극 <죽어도, 웃는다>(이해제 극본, 문종근 연출, 출연 10, 스태프 5)을 보려함이다.
객석에 들어서니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일행이 들머리쪽 몇 안 남은 빈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막이 열렸다.
제8장 ‘죽어도 웃는다’에서 대비가 끓여온
죽을 두고
왕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
이 극은 2013년 11월 경남예술극단 제14회 정기공연(3·15아트센터)에서 초연한 80분짜리 공연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이를 30분으로 줄여 두 차례 공연했다. 장면 전환이 빠른만큼 따라잡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같이 간 벗은 줄거리만 추려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직부사자들의 저승과 관련된 연기로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연출이 좋았다고 했다. 또한 임금과 대비, 상궁, 직부 사자들의 뛰어난 연기가 지나친 압축으로 다소 빛바랜 느낌을 주었던 게 아쉬웠다며 언제 80분짜리 공연을 보고싶게 한단다.
임금은 오로지 백성을 사랑하고 그들이 복되게 살도록 노력하지만, 대비(계모)를 비롯한 궁중의 음모는 마침내 임금을 독살하려 하고, 웃으면 죽는다는 웃음병(파카파카병)에 걸린 것을 안 임금은 마침내 궁중의 안녕과 백성들의 평안을 바라며 독이 든 죽을 먹고 참았던 웃음을 크게 웃으며 저승으로 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직부사자(저승사자)들이 수시로 등장해 메시지를 던지고 춤을 추며 극을 이끌어가는 것이 이채로웠다. 또 방귀, 치질, 내시, 씨가 불분명한 임신 등 장면 곳곳에 배치한 우스갯거리들이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희극으로 이끄는 듯했다.
본공연에서 직부사자들이 펼치는 춤 장면
공연이 끝난 뒤 섭외담당자 김위영(상궁으로 분장)님은 본공연을 줄여서 한 까닭을 “애초 참가할 때 주최쪽에서 참가 작품이 많아서 맛봬기로 압축하여 짧게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이로써 이날 공연은 저녁 7시, 8시 두차례에 걸쳐 펼쳐졌다.
공연 뒤 뒤풀이(팸스 나이트)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몇 군데 공연 얘기가 오갔지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라며, 11월1일 공주에서 열리는 ‘고마나루 연극제’에는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아트마켓 참여는 처음이며, 단원들 두루 많이 배웠고 좋았던 기회였다고 한다.
경남문예진흥원에서는 이번 공연과 관련해 단원들의 서울 체재비와 차비 정도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진흥원의 지원에 만족하느냐는 물음에 “공연 때 단원들에게 인건비를 못 주는 게 제일 아쉽다”고 했다. 12월에는 3·15의거와 관련한 주제로 새로운 극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10월 28일 창녕 우포늪 생태체험장에서 개최되고 있는,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 행사를 취재 차 갔다. 우포늪은 70만평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광활한 늪지로서,1997년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1998년에 국제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등록된 우리나라최대의 자연 내륙습지이자, 생태계의 보고이다. 우포늪에는 480여종의 식물류와 62종의 조류, 28종의 어류, 55종의 수서곤충류, 12종의 포유류, 7종의 파충류, 5종의 양서류, 5종의 패류 등 수 많은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포늪은 상류농지를 복원시켜 수생식물 단지를 조성한 곳으로, 국내 최대의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에게 우포늪의 보존기능과 자연의 소중함을 인지시키고, 관광객 유치를 통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어코자 하는 목적으로, 관광단지로 개발한 곳이다.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는 10월 28일 ~29일 이틀에 걸쳐서 열리는 행사로, ‘자연의 놀이터’라는 부제로 열리고 있었다. 이 행사는 ‘지역특성화매칭펀드’ 라는 사업으로,(사)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예술을 담는 협동조합과 (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고, 한국예술위원회, 한국메세나 협회,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창녕군, 창녕군의회, 창녕군 시설관리공단이 행사를 후원했다고 했다.
‘자연의 여유와 사람의 활력이 공존하는 자연의 놀이터’라는 글제로 행사를 알리는 팜플렛에는, 자연의 생명력과 감흥, 경외심을 미술에 담아 작업을 하는 국내외 작가 8명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소개 하고있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행사장 안에는 여러 가지 부대행사가 열리고 있었는데, 주로 어린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체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 개막행사가 열렸다. 개막식 행사가 끝나자 곧바로 작품투어에 들어갔다. 작가와 참여자들이 설치된 작품으로 이동하여, 작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기도 하고, 또 전문가가 대신 작품을 설명하기도 했다.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의 갤러리는, 우포늪 생태체험장 전지역이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자연과 작품이 별개가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자연미술제에 전시된 작품들은, 2017년 10월 17일~ 10월 27일까지 열흘간의 작업 끝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라고 했다. 작품의 재료들은 우포늪 주변에서 자생하는 식물들과 그리고 자연물이라고 했다.
국내작가 김근재씨의 ‘보여 지는 바람’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에 출품되어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과, 국내외 작가들을 작품과 함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먼저 국내작가 김근재씨의 ‘보여 지는 바람’은, 자연석과 철, 나무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작가는 바람에 의해 움직여지는 사물들의 여러 가지 표정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은 나무를 얇게 깎아서 세로로 세워서, 그 아래에 자연석을 추 모양으로 매달아서 파이프에 고정을 시킨 작품이었다. 작품은 연못가에 설치했는데, 자연석은 물에 반쯤 잠기게 해 두었다. 작가는 나무, 물, 흙, 풀들의 반응은, 바람의 결에 따라 각기 다른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 낸다고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국내작가 김용민씨의 ‘타인(他人)’
‘타인(他人)’이란 작품을 출품한 작가 김용민씨의 작품은, 나무와 혼합자료를 사용한 작품이었는데, 깎은 나무들을 쌓아서 사람의 형태를 만든 작품이었다. 그런데 속은 채우지 않고 텅 빈 공간으로 두었는데, 작품 투어 시에 작가는 본인이 만든 작품이 작품이 아니라, 작품의 텅 빈 공간을 통해 들어오는 우포늪의 배경이 작품이라고 설명을 해서, 투어 객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용민 작가는 취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참여 동기를 3년 전에 창원의 박봉기 작가로부터, 올해 우포에서 자연 미술제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자연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로서, 이번 전시회에 꼭 참여하고 싶어서 참여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김용민 작가는 자연과 사람의 공존의 중요성을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자연과 사람의 진정한 소통은 서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어우러져 있을 때 가능하다고 했다. 우포 생태학습장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고 가고, 또 그 수많은 사람이 자연과 동화되어서 오가는 모습이 작가가 생각하는 자연과 사람과의 소통이 아닐까? 라고 했다.
국내작가 문병탁씨의 ‘방석놀이’
‘방석놀이’ 작품을 출품한 문병탁 작가는, 미루나무를 소재로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나무를 잘라서 의자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상단은 동그랗게 깎아서 만들었다. 그는 나무를 통해서 부드러운 방석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편안함을 느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부드럽게 마감되어진 나무방석을 쓰다듬고 만지며, 그 촉감과 편안함을 체험하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서 이번 작품에 대한 소개를 자세하게 해 주었다. 작가는 우포늪 근처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냈고, 외갓집이 우포늪 바로 근처에 있어서 자주 우포늪에 와서 놀았다고 했다. 그래서 우포늪은 작가에게는 고향이라고 했다. 그리고 작품에 쓰인 미루나무는 예전에 우포늪 근처에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는 어린 시절 미루나무 아래에서 놀기도 하고, 또 나무를 타 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이번 우포 자연미술제 준비를 구상하는 중, 우포늪 어느 마을에 서 있던 오래된 느티나무를 자른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나무를 구해서 이번 작품의 재료로 사용했다고 했다. 작가는 행사 당일 날도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작품 체험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작가 이종균씨의 ‘움직이는 집’
‘움직이는 집’은 이종균씨의 작품으로, 작은 연못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무척 단조로워 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작가는 ‘움직이는 집’을 통해 삶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문과 창문이 없는 집은, 지역과 지역,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경계 지어 분리함으로써, 서로에게 멀어지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집은 바람과 늪지를 만나 반응하고, 사람의 시선에 의해 원래의 의도인 구획과 경계가 사라지고, 결국은 자유로운 감정을 얻게 된다고 했다. 작가는 평소 노동(삶)과 장소란 개념으로 작업을 해 왔다고 한다. 그는 작업(삶)과 장소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적인 특징들이 연결되고 교차하면서 의미가 발생되는 지점이, 곧 작품의 완성이라는 생각으로 작품 활동을 해 왔다고 밝히고 있었다. 대만에서 온 Kuei Chih Lee 작가는, ‘Cattail Spiral(나선형)’란 작품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작품은 나뭇가지, 대나무, 토양, Saisal 밧줄을 이용해서 나선형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나선형 터널 사이는 관람객들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그날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이 함께 터널을 거닐었다. 작품 속을 거니는 사람들과 작품이 함께 어우러져, 또 다른 작품을 탄생시키는 느낌 이었다. 작가는 생명은 일종의 나선형 운동의 한 과정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부들이 서식하고 있는 늪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작가의 의도였다고 한다. 작가는 자연의 역동적인 균형감과 조화로움을 표현하려고 했고, 생태적 순환고리와 이 땅의 미적 정서를 연결 하고자 했다고 한다. 필리핀에서 온 Roger Rishab Tibon 작가는, ‘Nature Scrolls’란 작품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작품은 대나무, 나무, 나사, 마닐라끈을 이용해서 만든 작품인데, 요즘 아이들이 즐겨 먹는 설탕으로 만든 막대과자의 모양과 비슷했다. 대나무를 두루마리처럼 둥글게 말아서 작업한 작품이었다. 그는 삶과 죽음은 끊임없는 나선형태의 연속성으로 보여 질 수 있다고 했으며, 작품 속에서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았다.
일본에서 온 Shinohare Hiroyuki 작가는, ‘대나무의 기억(Form ofsky) 天空形’이란 작품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대나무를 소재로 하여, 세 단계의 작업과정을 거친 작품이었다. 첫 번째 단계로, ‘나무와 나무에 로프를 씌워라’ 는 단계였고, 두 번째 단계는, ‘로프에 대나무를 짜다’ 라는 단계였으며, 마지막 단계로 ‘높이 올리기 단계’를 거친 작품이라고 했다. 이 작품은 마치 대나무로 그물을 만들어 올린 느낌이었다.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한편의 시로 표현하고 있었다.
우포에 대나무 그물이 걸렸네
시간이란 무엇일까?
관계란 무엇일까?
너의 기억이 그물에 걸리네
시간이 얽혀 또 다른 시간이 되는 곳.......
지금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의 운명이 저 그물위에 보이는가?
하늘처럼 텅 빈 곳을 생각하라
가시연꿏 저만치서 의문처럼 떠 오르네
대나무 그물 속에 무엇이 걸려 있는가?
당신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어떤 기억으로......
끝으로 프랑스에서 온 Roland Cros 작가는 ‘Diatom shelter’란 작품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대나무로 만든 길다란 타원형의 원통으로 보였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컸다. 길이 15미터, 높이 2.5미터, 너비3미터의 크기로 작가는 식물성 플라크톤 오두막이라고 표현했다. 식물성 플라크톤은 바다와 강에서 살고 있는 아주 작은 생물로서, 먹이사슬의 가장 첫 번째 단계에 속해 있는데, 작가는 이 식물성 플라크톤의 100만 배의 크기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보러 온 모든 관람객들이, 자신들이 매우 작은 존재라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수많은 생명체를 보존하고 돌봐야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과 바다를 위협하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는 8명의 작가 뿐 만아니라, 우포늪 인근 주민들의 노고도 컸다고 들었다.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지역 주민들이 작가들에게 간식도 만들어 주고,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서 작품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리고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에 전시되고 있는 모든 작품들의 재료도 거의가 다 우포늪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고 하니,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는 작가들의 작품과 우포늪의 자연환경, 그리고 인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었던 것 같다. 자연환경과 인간과의 소통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행사였고, 이런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내야 할 의무를 다시한번 새기는 그런 계기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우포늪에 유유히 날고 있는 철새들의 무리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 졌다.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를 통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의 자연환경 보호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끝으로 ‘2017 우포늪 자연미술제’행사를 주관한 기관들과 후원한 기관 및 단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의 노고와 이 행사를 위해 열과 성을 다 해 주신 인근지역 주민들에게도 노고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