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주관하고, 극단 「벅수골」이 창작한 ‘덩이’ 공연을 취재차 통영을 갔다. 뜨거운 한여름의 열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통영시내는 여름휴가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물결을 이루었다. 통영시민문화회관으로 향하는 길목은, 인산인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느껴질 만큼 많은 인파로 붐볐다. 공연 시간에 맞춰 도착한 시민회관에는 많은 관객들과 함께, 공연 관계자들이 공연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공연은 오후7시30분에 막을 올렸다. 작품 ‘덩이’는 통영시 산양읍 ‘야소골’의 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 때 한센병에 걸린 한 대장장이의 정신을 모티브로 한 연극이다. ‘야소골’은 대장장이들의 마을로, 그들의 실력은 조선의 왕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만큼 뛰어났다. 이런 마을에 왜구들이 마을에 쳐 들어와서, 주민들에게 전쟁에 사용할 무기를 만들기를 강요를 한다. 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여자들을 잡아갔고, 심지어는 여자들을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무기를 만들어 바치는 일이 수치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만들어 바쳤다. 가족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과 대장장이 정신과의 사이에서, 주민들은 마을이장 어구양반과의 갈등이 심화 되었다.
마을 주민 산양댁은, 한센병을 앓는 큰 아들 장철과 죽은 둘째 아들의 유복자를 임신한 며느리를 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마을 주민들에게 목숨이 다하더라도, 대장장의 정신을 버리면 안 된다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시킨다. 그러던 중 마을 사람들에게 쫓겨났던 한센병 환자인 큰 아들 장철이 마을에 다시 나타난다. 그는 한센병 환자라는 이유로 마을 주민들에게 홀대를 받았지만, 마을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 하나로, 병든 몸을 이끌며 왜구들을 물리칠 온갖 궁리를 한다. 그리고 그는 죽은 동생의 유복자를 임신한 제수와 함께 뜻을 맞추어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며 마을을 지키려고 노력한 결과, 마침내 마을 주민들도 마음을 가다듬어 함께 왜구를 물리치려고 합심을 한다.
마침내 ‘덩이’를 출산한 산양댁 며느리는, ‘덩이’만은 이런 아픔과 수난을 겪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비굴하지 않게 살기를 바라면서 연극은 막이 내렸다. 이 작품을 연출가 장창석씨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백성들이 겪어야 할 고초와 함께,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성숙된 국민이 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고 연출의 변을 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임진왜란 때이지만, 야소골 마을의 대장장이들을 통해 현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서,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모두가 나라를 위해 일어설 수 있는 그런 강인한 사람들이 되었음 하는 바람을 이 작품 속에 담고 있는 듯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나라사랑과 가족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진정한 사랑은 희생을 감내할 줄 알고, 또 개인의 안위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안위를 생각할 줄 아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비록 작품의 배경은 우리들의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과거이지만, 그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고, 또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 보게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현재 종전국가가 아닌 휴전 국가이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이 작품이 주는 시사점 또한 우리가 본받아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극단「벅수골」 공연은 작년에도 몇 차례 관람한 경험이 있다. 작품은 주로 지역사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고, 시대적 배경은 임진왜란 뿐 아니라, 현 시대에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 작품들은 어떤 연극단체에 뒤지지 않을 만큼 우수했고, 배우들의 열정 또한 남달랐다. 문화예술의 도시 통영을 대표하는 예술 단체로 손색이 없어 보였고, 문화 예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았다.
문화예술 활동의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은 작은 도시에서, 이런 활동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척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와 지역 사회에서 이런 예술단체들에게 끊임없는 지원이 이루어져서, 지역주민들에게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문화 예술인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했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덩이(물도랑 사랑)’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통영의 밤바다와 함께 아름다운 연극 한편이 주는 감동은 아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